가정을 하나 해보자. 신의 퀴즈가 케이블채널 드라마로는 이례적인 인기를 얻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응답하라 1997이나 1994, '나인' '인현왕후의남자' '텐'과 같은 히트작이 없었다면 과연 시즌4까지 올 수 있었을까?

필자는 장담할 수 없으리라 본다. 신위퀴즈 이전에도 시즌제 드라마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의미가 조금 다른 점이 있는데, 바로 케이블 채널의 위상이 이 시리즈가 시작되기 전과 후가 크게 달라졌다는 부분이다. 예전에 1%를 넘기만 해도 대박이라고 했던 시절은 이미 지나가고 없다.

tvN이 가장 선두에 있고, 그 다음에는 꾸준히 자체 제작 드라마를 선보이고 있는 엠넷과 OCN등이 케이블 채널이 선전하고 있는데, 이 중 신의 퀴즈는 OCN의 대표적인 시즌제 드라마로 자리 잡았다.

지상파 방송과 달리 유료상품에 가입해야 하고, 채널도 지역마다 다르고 일부러 손으로 눌러줘야 찾아 들어가 볼 수 있으며, 시즌제 이기 때문에 상당기간 휴방 하다 해가 바뀌어 다시 나오게 되므로 호흡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점 등 여러가지를 현실적인 제한을 감안한다면, 방영되기를 기다렸다 차기 시즌을 시청해 주는 팬층이 점점 더 두터워 지고, 시청률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일이 아닐 수 없으며, 탄탄한 극본과 연출, 그리고 여러 다른 채널의 인기드라마의 흥행 등은 신의퀴즈가 시즌4에 이르기까지 서로 상부상조의 효과를 가져오게한 원동력이었다.

메디컬 범죄 수사극인 신의퀴즈는 마니아를 양산하기에 충분할 만하여 차별화된 드라마를 보고자 하는 시청자들을 만족시켜주고 있다. 마찬가지로 '텐'이 그런 연장성에 있다.

 

지난 시즌에서 류덕환 속에 또 다른 인격이 존재한다는 설정이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는 마치 주인공만 한국사람인 미드를 보는 것과 같다.

어떤 장르, 어떤 전개가 시즌4까지 오게 한 원동력인지 타사의 방송국 PD들도 모니터링과 너불어 연구대상으로 삼아도 될 듯 싶을 정도인데, 베테랑 PD와 작가가 늘려 있는 곳에선 왜 '나인'같은 참신한 드라마가 나오지 못하고 있는지도 재점검해 보아야할 일일 것이다.

남들은 잘 다루지 않는 소재, 비슷한 듯 보여도 내용을 들여다 보면 참신한 소재, 그런 소재를 잘 풀어내니 인기가 없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 아닌가.

지상파 방송사들이 마치 과거에 갇히기라도 한 듯 고루한 소재에 머물러 단 몇장면만 보아도 시청할 의욕이 나지 않은 드라마를 현재까지도 양산하고 있는 가운데 '신의퀴즈'는 케이블 채널의 모범적 사례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가족드라마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너무 치우진 소재와 편성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다. 아침드라마부터 주말드라마는 정말 한치의 틀림이 없이 재벌과 출생의 비밀이 존재한다. 다시 말하지만 수요도 충분히 있고, 또한 갑자기 모든 사회적 문화적 트랜드가 바뀌는 것은 아니니 당연 이런 소재 역시 어느정도 이어질 수 있지만 그 비중이 아직도 이토록 높다는 것은 그들의 안이함이 케이블 채널의 발전을 간접적으로 지원한 셈이나 다름 없다. 오로지 SBS만이 조금 행보가 달라 지상파 3사 중 드라마에선 지난 2년간 가장 많은 히트작을 낼 수 있었을 뿐이다.

케이블 혹은 종편에도 시즌제는 완벽하게 정착한 상황은 아니다. 지금보다 더 나아갈 부분이 많고, 신선한 소재 역시 계속해서 모습을 나타낼 것이다. 그리고 어느 시점에서는 지상파에서도 시즌제가 나오기 시작할 것이니 SBS에서 비해 적응이 늦은 KBS와 MBC는 이런 부분에 대해 고심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가장 참고하기 좋은 예로는 영국드라마 '셜록' 그리고 '신의퀴즈'를 모범적 사례로 보고, 참고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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