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 전 MBC노조고 파업콘서트를 하길래 가보았습니다. 그곳에서 어느분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필자의 가슴을 후벼팠던 문구를 말하는걸 보았습니다.

독일에 처음 나치가 등장했을때...

처음에 그들은 유태인들을 잡아갔습니다.
그러나 나는 침묵했습니다.
나는 유태인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에 그들은 공산주의자들을 잡아갔습니다.
그러나 나는 침묵했습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엔 사회주의자들을 잡아갔습니다.
그때도 나는 침묵했습니다.
나는 사회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엔 노동운동가들을 잡아갔습니다.
나는 이때도 역시 침묵했습니다.
나는 노동운동가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가톨릭 교도들과 기독교인들을 잡아갔습니다.
그러나 나는 침묵했습니다.
가톨릭이나 기독교인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애 이웃들이 잡혀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침묵했습니다.
나는 그들이 뭔가 죄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은 내 친구들이 잡혀갔습니다.
그러나 그때도 나는 침묵했습니다.
나는 내 가족들이 더 소중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은 나를 잡으러 왔습니다.
하지만 이미 내 주위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나를 위해 이야기 해줄 사람이...

위의 내용은 '마틴 니묄러' 라는 사람이 2차 세계대전 후 연합군에 의해 구출된 후 '전쟁의 책임은 히틀러에게만 있는게 아니라 나에게도 있다'라며 고백하는 대목입니다.

 

정치라는게 그렇습니다. 내 일 아니라고 관심을 거두는 순간 문제가 발생하게 되조. 또 다른 예를 들어 볼까요. 드라마 '무신'에 최우와 김준은 과하게 미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당시 무신정권을 이어간 열명이 넘는 집정자들은 집권이후 일어설때의 명분은 온데간데 잊어버리고 한결같이 폭정을 일삼거나 변질되어 또 다른 무신에게 제거 당하기를 반복했습니다. 감시와 견제의 기능을 상실한 독재나 다름없는 권력이란 그렇게 되는게 수순인 것입니다. 예외가 있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 싶지만 예외란 없습니다. 그게 권력이조.

도종환 시인이 국회의원이 되었는지도 이번에 알았습니다만 상식이 지배하는 사회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시인의 시를 교과서에서 삭제하기를 권고 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검정이 승인되지 않거나 취소 될 수 있다며 사실상의 삭제 지시를 했다는 내용입니다.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 도종환의 시 '접시꽃당신'의 일부

아름다운 시를 정치에 결부시켜 시인이 국회에서 발언한대로 정치의 부정적인면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밖에 해석할 수 없습니다.

과거 독재시대에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는 왜색이 짙다며, 이금희의 '키다리 미스터 김'이 금지곡이 된 이유는 박정희의 키가 작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김추자의 '거짓말이야' 사회불안을 조장한다는 이유, 이장희의 '그건 너'는 늦게까지 잠못자는 이유가 독재 때문이냐며 못부르게 했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미인(신중현'이나 몇몇곡은 퇴폐적이라는 이유로 금지곡이 되기도 했조.

얼마전 불후의명곡에서 불리어져서 화제가 된 '늙은 군인의 노래'는 군인들의 사기를 저하시킨다는 이유로 방송이 금지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이유들이 금지곡의 이유였고 문화예술인들은 이렇게 표현의 자유를 아주 심각하게 침해하면서도 제대로 문제제기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도종환 시인의 시는 문학이 위기에 처해 있는 이때에 소금과 같은 존재입니다. 어떤일은 남의 눈치 혹은 외국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는데도 호들갑을 떨면서, 막상  외국에서 만일 알게 되면 부끄럽게 생각해야할 일을 서슴치 않고 행하고 있는 것을 보면 개탄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시인이 정치인이 되기 전 지은 아무런 정치적 색이 담겨 있지 않은 자랑스러워할만한 아름다운 시를 작가가 정치인이 되었다고 배제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어처구니가 없고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그런 검열기준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도 상당히 황당무계한 일입니다.

과거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해 교과서에서 삭제 한다는 뉴스가 떴을때가 불과 한해도 채 지나지 않았습니다. 뿐 아니라 친일파 관련한 서술 역시 논란이 되었었조. 과거 새누리당 에서 대대적으로 교과서가 좌편향 된 부분이 있어 시정이 요구된다고 떠든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실은 문제가 되는 부분은 수정할 수 있는 부분이라 인정하다손 치더라도 그런 명목하게 군사정권을 미화 하거나 혹은 군사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을 줄이거나 삭제 한다면 그건 받아 들일 수 없는 일이조.

최근 종북논란이 있었습니다만 민족정기가 바로 잡히고 국민들의 역사의식을 흔들만한 일을 자초하지 않는 이상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념논란이 있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입니다. 친일역사가 제대로 청산되지 않았음을 교과서에 실으려 해도 가로막고 친일재산 환수 역시 제대로 하지 않아 친일파후손들의 승소가 줄을 잇는 현 상황은 비참하기까지 합니다.

어떤 이들은 '희망버스'를 타고 어떤 이들은 진실을 외면한채 눈앞에 이익에 좌우되어 약자의 눈물을 외면합니다. 부당한 압력에 맞서 싸우는 이를 어리석다 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건 수십년전과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시끄럽게 하지 말고 제발 조용히 살라고 오히려 훈계 합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 중 한분의 시를 정치인이 되었다는 이유로 삭제한다는 이야기를 혹여라도 같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는 외국에서 보게 된다면 생각만해도 너무나 부끄럽고 또 부끄러울것 같습니다. 제발 한국이 상식이 있는 사회로 바로 섰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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