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발효 첫날부터 나온 폐기주장, 가능성 있을까?

한미FTA가 발효되었습니다. 그런데 첫날부터 폐기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물론 야당과 시민단체가 가장 적극적이긴 하지만 다수의 국민이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가능한가부터 따져 보겠습니다. 한미FTA에는 한EU FTA에는 없는 조항이 있는데 이에 대해 근래 언론기사가 종종 나오면서 조금은 알려지게 된 폐기관련 조항입니다. 물론 이 조항을 한국측에서 주장한 것은 아니고 미국측이 국제관계에서 유독 미국만은 예외를 두어야 한다는 일방주의를 관철시키기 위해 포함시킨 대목입니다. 다시 말해서 미국이 어떤 나라와의 협정에서 원하는 일과 철회하고자 하는 일의 진퇴의 문제에서만큼은 어떤 조항에도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주의가 폐기조항이 협정문에 포함되게 된 이유라 할 수 있습니다.

한미FTA협정문의 마지막장인 24장 '최종규정'편 중 '발효 및 종료' 24.5조 2항에

"이 협정은 어느 한 쪽 당사국이 다른 쪽 당사국에게 이 협정의 종료를 희망함을 서면으로 통보한 날부터 180일 후에 종료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어 당사국이 통보를 한 후 30일 이내에 관련 협의를 개시하도록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말이고 그 과정 역시 의지만 있으면 그리 어렵지 않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다만 한미동맹 및 양국간의 우호적 관계를 고려해 보았을 때 외교적 마찰의 빌미가 될 수도 있으며 양국간의 우호적 관계에 치명적인 문제가 될 소지도 적잖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미국인들은 한국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많지만 한국기업과 무역을 하는 기업 및 한국교민이 많이 사는 대도시의 지방정부 관계자들은 한국의 문화 및 경제상황에 상당히 정통해 있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미FTA가 폐기될 경우 관심이 있었건 없었건 이러한 이슈 자체가 미국정부 및 일반 시민들에게 한국의 이미지를 나쁘게할 소지는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미국의 일반 국민들은 한미FTA를 자세히 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지만 일방적 통보로 인한 폐기가 현실화 될 경우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아질 가능성은 있는 것이조.

 

 

미국의 현실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기 전 미국의 현 상황을 조금 진단해 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미국이 대공황을 거쳐 1950년 전후로 엄청난 경제적 성과를 내기 시작한데에는 창의적 마인드를 가진 기업인들과 성실히 일하는 국민들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한 때 미국의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시장 어디에서도 으뜸으로 쳐주었조. 필자의 어린시절만해도 독일제, 일제, 미제를 가진 아이들을 부러워 했던 기억이 뚜렷히 납니다. 그러나 오늘날에 있어 1980년대 이후로 급격히 소비대국으로 발전해간 미국은 과거의 그 영광을 그대로 이어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국가부채와 자산버블이 가장 대표적인 문제입니다.

또한 미국인들은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합니다. 세계 초일류 국가의 자존심이기도 한데 한국이 일부 조항에 양보를 한다해서 그들이 그에 맞춰 양보를 해주리라는 생각은 참으로 어리석다 하겠습니다. 양보의 미덕은 한국내에서나 통용되는 것일 뿐이조. 상대국과 조건 대 조건이 맞아 상호주의적 협력이 이루어 지는 것과 양보를 하고 다시 양보를 얻어내는 방식은 순서부터가 아예 맞지 않고 미국인으로서는 이해할 수도 없는 문제에 불과합니다.  아무튼 이런 저런 몇가지 이유 때문에 미국의 타국과의 FTA협상은 그리 원활하지 못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농후 합니다.

 결과적으로 한미FTA가 폐기된다고 해도 잠시 이슈가 될지언정 양국간의 우호관계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잃는 것보다 얻는것이 많은 양국관계이니까요. FTA폐기로 인해 잠시의 갈등이 있다해도 길게 가진 않을 것이란 말인데 한미동맹이 그 정도로 가벼운 관계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이쯤에서 생략하겠습니다.

 

미국부동산버블의 꺼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 한국의 부동산 버블이 꺼지는 현상은 지난 수십년내에 그 누구도 현실화 되리라 생각지 못했던 일인데, 미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거꾸로 말했군요. 미국의 자산버블이 한국보다 먼저이니까요. 이렇게 세상은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책입안자들은 과거의 구태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되고 보다 미래지향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동맹국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외면해서는 안될 일이지만 한국 역시 자국의 이익을 우선한다면 서로의 이해관계가 적절히 맞아 떨어질 때에 양국간의 우호관계가 빛을 본다는 판단하에 정치적 경제적 협력을 하게 되는 것이 맞지 급변하는 국제관계속에서 과거 한미FTA가 추진되었던 시기와도 크게 달라지고 있는 현실을 애써 무시하고 과소 평가하며 하던대로 하자는 식은 매우 곤란하다 하겠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초기 한미FTA가 추진된 그 시점과 오늘날 작은 부분이 아닌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니 협정이 발효되기 전 폐기해야 한다" 고 주장해 왔던 것입니다.

미국은 현재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앞으로 한동안 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피해갈 수 없는 엄청난 문제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조. 다만 미국은 어려움속에서도 현명하게 이겨낼 가능성이 높다고 전 보고 있습니다. 그 중 한가지가 바로 현재 미국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을 살리는 방향입니다. 예를 들어 한미FTA를 통해 농업 축산업등에서 이익을 볼 것이고, 세계적으로 지적재산권은 더욱 강화될 수 밖에 없으니 미국이 가진 원천기술과 파생기술은 더욱 빛을 볼 것입니다. 이 밖에도 문화 및 스포츠 산업 역시 앞으로 적어도 수십년간은 중심의 자리를 내어놓을 가능성은 적다 하겠습니다.

미국의 이익은 보장되어 있지만 한국의 이익은 과연?
한국의 대기업은 많은 부분 보호받아가며 성장했습니다. 재벌의 폐해가 수십년간 지적되어 왔음에도 여전히 지적되고 있는 것 역시 이에 기인합니다. 그러나 원천기술을 외면하고 응용기술에 매달려 발전해온 한국기업들은 IMF사태 이후로 뼈를 깍는 고통을 견대내며 기술개발을 하고 수입부품의 국산화와 원천기술 확보에도 많은 전칙이 있는 등 환골탈태 해 나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고통을 기업인들은 자신들만 짊어진 것인양 생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의 한국 경제 성장의 과정에서 피와 땀을 흘린 노동자보다 문어발 확장을 꾀하다 망한 대우그룹을 안타까워 하고 IMF 이후로 실직하고 파탄난 국민들의 아픔이 엊그제 일인거 같은데 재벌들은 편법 증여 및 아들 손자 손녀까지 부의 대물림을 위해 SSM과 동네 골목상권까지 빼앗으려는 파렴치한 행위마저도 서슴치 않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흥하면 콩고물이라도 떨어지겠지" 라는 심리는 이제 과거의 유물이 되었습니다. 이젠 그 누구도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한미FTA가 추진되던 당시에는 이러한 인식은 일부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부분이 과거와 현재가 달라진 결정적 이유입니다. 미국과의 일대일 교역의 제한을 풀어 주고 여러 기술적 권리 등을 담은 FTA를 더이상 이익의 균형을 깨어가면서까지 굳이 끌고 나갈 필요성이 적어졌다는 말입니다. 농업 뿐 아니라 중소기업들은 이미 대기업과의 경쟁에서도 치이고 있는데 양국간의 FTA로 미미하게나마 수혜를 입는 대기업이 피해를 입게 되는 대부분의 중소기업과 국민들의 가치보다 우월할 수는 없습니다.

흥미로운 예를 한기지 더 들어 보겠습니다. 필자의 지인 중 한분은 재작년말 서울 4대문안에서 일본식 선술집을 개업했습니다. 대개 대기업 부장이상 간부급이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약간은 비싼 술을 시켜 먹고 간다고 합니다. 이집은 경기불황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습니다. 작은 타격도 없다고 합니다. 반면에 필자가 사는 동네를 비롯해 거의 대다수의 식당은 어렵다고 하소연을 합니다. 단순히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수십년 장사를 했다는 분들도 지금처럼 힘든 시기는 처음 겪는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서 돈이 심장을 중심으로 돌고는 있는데 손발 끝의 모세혈관까지는 돌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서민들은 죽겠다 죽겠다 합니다. 비슷한 예로 대형마트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대기업의 이익은 그 지역에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위의 두어가지 예를 든 이유는 한미FTA의 수혜가 있는 일부 기업들의 이익은 다시 국민들에게 돌아오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기 위함입니다. 얼마전에도 대기업을 다니는 지인과 대화해보니 경기불황이 왠말이냐며 오히려 반문하더군요. 왜 그런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어 보면 서로 딴 나라에 사는것 아니냐는 생각마저 듭니다.

한미FTA의 독소조항에 대해서는 이 글에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만 여전히 현재 협정문 그대로 발효된 한미FTA는 변화하는 국제관계속에서 그리 신통치 않은 약방문이라는 말은 꼭 하고 싶습니다. 발효 당일 이명박 대통령은 세계가 한국을 부러워 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실은 세계인들은 미국을 부러워 하고 있다고 말하는게 보다 더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실례로 미국이 FTA를 추진하다 그만 둔 나라의 예는 그동안 여러차례 언론을 통해 공개된 바 있습니다. 이유는 별다른게 아닙디다. FTA를 하던 안하던 크게 관계 없는 나라일 경우 미국 일방주의적 태도의 이유인 자국중심의 이익관계에 틀에 갇혀 버리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틀은 미국의 이익이 우선이지 양국의 이익이 동시에 고려되지 못합니다. 특히 협상력이 약한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물론 한미 양국의 공동이익이 감수해야할 피해보다 더 크다면 국가의 거시경제의 차원에서라도 지향되고 추진될만한 일이긴 하나 결코 그러하지 못하다는 것은 이제 삼척동자도 알만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부동산 신화를 아직도 믿습니까?"
"대기업의 이익이 서민들에게 돌아온다는 낙수효과를 아직도 믿습니까?"

 위의 두가지를 믿는다면 한미FTA를 지지하면 됩니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간의 역사가 말해주고 있고 급변하는 국제관계가 그러하지 못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구태란 별다른게 아닙니다. 과거의 틀에 갇혀 세상을 재단하고 그것이 옳다고 여기는게 구태입니다. 한미FTA를 폐기한다고 해서 당장 한국경제가 박살날것이라 믿는것보다는 발효된 협정으로인해 얼마나 한국 국민에게 이익이 돌아올 것인가를 계산해 보는게 더 현명한 판단일 것이라 필자는 믿습니다.

 앞으로 총선과 대선이 곧 눈앞에 다가 오고 있습니다. 야당인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뿐만 아니라 그 어떤 정치세력도 한미FTA를 총선 및 대선의 공약으로 내세우는게 마땅히 옳은 판단이라 필자는 믿고 있습니다. 지금은 당장 이익과 피해에 대한 계산을 하기 어렵겠지만 갈수록 FTA무효론이 거세질 확율이 높습니다. 당장 서민에게 돌아올 이익은 보이지 않는데 피해는 예상되는 부분이 너무나 많습니다. 낙수효과로 피해부분이 보상될 수 있을것이란 기대는 이미 저버린지 오래 아닙니까. 만일 그러한 가능성이 있었다면 대기업이 SSM을 전국적으로 경쟁하듯 확산 시켰을리도 없었을테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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