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과 엠비의 한미FTA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증거 2가지

국가간의 협정이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면 되겠느냐고 하는 한나라당과 재협상을 거친 누더기 한미FTA는 노무현표와 다르다고 하는 민주통합당 사이의 공방이 연일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과거에 있었던 일을 자기 멋대로 해석하는 오류를 범하면서까지 과장 해석해 주장을 펼치는 것이 보여 바로 잡으려 이글을 쓴다.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우리 국민의 역량을 믿는다면서 한미FTA를 졸속으로 추진한게 아니라고 거듭 말했다. 하지만 쇠고기 문제와 여러 반대에 부딪혀 시원스럽게 진행되지는 못하였다. 결국 공을 엠비정부에 넘기게 된 것은 당시 상황이 그러한 면도 있지만 무리하게 강행할 생각 보다는 더 합리적인 방향을 한미 양국이 찾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심지어 진보진영 내에서도 재개정 되기 전의 한미FTA도 많은 반발이 있었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의 지지도가 급하락하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기도 했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면 되겠느냐"

한나라당의 주장이 원칙적으로는 맞지만 그래서 조금 더 신중해야하는게 국가간 조약일 것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에 설 정도로 어릴때부터 천재성을 인정받고 노력까지 겸비한 선수를 구단이 장기계약으로 묶어 놓으려 하는 것도 앞일이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메이저무대까지 올라오는 과정동안 보여준 자기계발 노력을 인정하고 신인보다는 자기관리를 철저히 할 것으로 믿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장기계약을 맺는 것처럼 노무현 정부는 우리 국민의 역량을 믿고 협정을 체결하려 했던 것이다. 역사는 항상 앞으로 나아갈때에 미래가 있는 것이지 멈춰 있으려 하면 오히려 퇴보를 선택한것과 다름 아닌 것이다.

또한 한미 양국간의 오랜 동맹관계를 감안하면 너무 불신으로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당사자인 미국이 ISD와 같은 조항을 넣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불확실성을 대비하는 차원이라 하겠다. 여기서 짚어 볼 것은 보다 더 원만한 균형을 찾는 노력을 엠비정부에서 게을리 한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가져야 한다는 것인데, 만일 보다 바른 방향으로 진행이 되었더라면 노무현정부 당시 그렇게 반대하던 진보진영이 현 정부의 정책에 더 큰 반대를 하지는 않았을 터인데 오히려 훨씬 큰 반대에 부딛혀 있는 것은 오히려 더 퇴보한 협정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FTA, 과연 찬성만 있었나

조금만 곰곰히 생각해봐도 기억나는 일이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당시에도 반대가 많았다. 그러나 진보라는 큰 틀에 함께 하는 사람이라면 어느 한 부분에서 생각이 다르다 해서 지지를 철회한다거나 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할 것인데 어떤 하나의 불만만 있어도 쉽게 등을 돌리는 분열적 행태로 참여정부 말기는 깊은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아무튼 나는 그때 노무현정부의 방향을 지지하였기에 한미FTA 역시 어느정도 합리적 방향을 찾아간다면 어려움은 극복하고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말대로 생각이 바뀌었다.

장기간 심사숙고 하는게 그리 나쁜 일일까? 그래서 조금은 내용이 달라지거나 취소하는 등의 방향선회가 틀린 이야기일까? 나는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슴깊이 존경하지만 FTA에 대해 알면 알 수록 점점 온전히 동의해지기 어려워졌다. 지금 와서는 참여정부 당시의 협정내용 조차도 득과 실에서 실이 더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깨끗한 순결주의를 바라지 말아야 한다. 노무현의 뜻을 존중한다 하더라도 이미 잘못된 점이 더 많다며 원죄를 시인하고 깨끗히 승복한 유시민이 있지 않은가.

미국식 신자유주의 세계를 위기에 빠트리다.

단순히 몇년차이로 생각이 그리 틀려져서야 되겠느냐는 지적은 몰라도 한참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수십년에 걸친 신자유주의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그 한계를 드러내었기에 상황은 180도 달라져 있는 것이다. 이는 유시민이 반대를 천명하며 한 세가지 이유중에 하나로 필자도 동의하는 바이며, 반대의 근거 중 가장 중요한 대목이라 하겠다.

세계는 단 몇년사이로 정책의 오류가 드러나 위기에 빠지기도 하고, 수십년 이상 이어온 버블 자산의 붕괴로 연쇄 반응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등 나라들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눈으로 보이는 것 이상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시기에 미국의회는 재협상 이후의 한미FTA를 신속히 처리해 버렸다. 매우 환영하면서.

21일자 한겨례 기사에 본 글과 관련된 내용을 보면, 지난 정부와 현 정부의 FTA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근간은 같다고 정의하고 있다. 이는 몰라도 한참 모르는 말이다.

주식을 공부하면서 시간의 흐름과 외부변수를 고려하지 않은채 단순히 그래프만 보는 것과 무엇이 다를 손가. 세상은 급변하고 있고 각 나라는 과거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변수와 패턴에 대응하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는데 우리는 선진국이 갔던 길을 따라 지난 수십년간 큰 경제적 성과를 거두었던 사실에 취해서 현재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바로 보지 못하고 기존의 관행에 안주하려고만 하고 있다. 한미FTA는 이런 안주하고자 하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하겠다. 오늘날의 국제환경을 한미FTA를 독소조항까지 품어가면서 진행할 상황이라 여기는 것도 실은 과거의 경험에 기댄 측면이 크며 이제 상황은 바뀌었기에 "늘 하던 대로" 그렇게 생각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정리
노무현 및 진보진영내에서도 생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같은 맥락으로 보수진영측에서도 모두가 같은 생각은 아닐 것이다. 과거에 있었던 정책적 결정의 배경을 아전인수로 해석하지 말고 새로이 다가오는 많은 대외적인 변수에 대응하여 아직은 늦지 않은 한미FTA폐기를 촉구한다. 나는 한미FTA를 보면서 평화의 댐의 생각난다. 당장 어떻게 하지 않으면 나라가 곧 망할 것처럼 호들갑 떨던 일이었다.

언론은 정작 중요한 변화는 "이런 변화가 있었다" 정도로만 이야기하고 참여정부 역시 현재의 독소조항을 포함한채 체결했었다라는 것을 강조한다. 잘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비슷한 등급의 내용이 나열되어 있는 것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엄연히 경중이 다르다. '투자자-국가 소송제' ISD만 보더라도 재협상 되기 전의 상황에서도 문제지만 현재로서는 미국에 기울어진 협정내용을 사실상 못박는 조항으로 작용하면서 훨씬 큰 비중을 갖게 된 것이다. 나는 언론이 이러한 객관적인 사실판단이 가능한 정보를 분석하고 제공하는 것을 바라는데, 오히려 누구나 검색하면 찾아 볼 수 있는 자료를 글로 나열한 기사를 보면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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