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 최충헌에 빙의된 주현의 압도적 카리스마에 감명받다

드라마 '무신' 3회를 보고 짧은 제목안에 최충헌을 연기한 주현의 압도적인 카리스마 연기를 함축해 표현해 보려는데만 한참을 고민했을 정도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최충헌으로 분한 주현의 눈빛과 대사연기는 가히 압도적이라 표현해도 부족할 정도로 굉장했다. 과거 주현의 연기를 많이 보아왔고 찬찬히 이야기 할 때에는 내가 알던 주현의 대사톤이 언뜻언뜻 묻어나왔으나 어느 한순간 폭발한 주현에게는 아우라가 발산되고 있었고 그 순간은 '주현의 시간' 이었다. 이런 엄청난 몰입감을 주는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럼 내용으로 들어가보자.

최충헌은 이미 격변의 시대를 살며 승리하고 지배하다 이제 노쇠하여 후대를 이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 후대로 최우와 최향이 있고 최우의 장인 정숙첨은 역모로 모함되어 최충헌을 만나러 온다. 최충헌은 사돈의 예로 맞이 하지만 덕담이 끝난 후에는 돌변하여 역모의 죄를 묻고자 한다. 장인이 죽임을 당하고 성밖에 효시되는 것을 지켜만 볼 수 없었던 최우는 부친에게 살려만 줄 것을 애걸하고 정숙첨은 겨우 목숨만은 건지는데 성공한다.

'최충헌 타임'

드라마 무신에는 연기 잘한다고 하는 배우들이 한둘이 아니어서 우열을 가린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일 뿐이다. 정보석은 현재 거친 야망을 안에 꾹꾹 눌러 담고 있으면서 취충헌과는 달리 온화함과 포용력 그리고 덕을 가진 복합적 인물로 그려지는데 아직은 내용전개상 본격적으로 최우라는 인물의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정보석의 역량으로 보아 점차적으로 발산되어질 것이다. 그런데 주현은 다르다. 최충헌이라는 제왕과 같은 권력을 지닌채 피르 점철된 삶을 살며 군림했던 절대자의 풍모를 초반에 보여주어야 하는 입장인 것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제 아무리 연기를 잘 하는 배우라 하더라도 스토리에 함께 배역에 몰입해과는 과정을 반드시 거치는게 필수라 할 수 있는데 주현은 단지 3회만에 입이 떡 벌어질 연기를 보여주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 아니할 수 없다.

왜 김주혁이었을까?

주인공 김준 역은 '김주혁'이 맡고 있다. 처음에는 캐스팅에 대한 의문이 조금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정보석 정성모 천호진 주현 등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만 모아놓은 드라마에서 자기색을 잃지 않고 이정도로 심리 갈등을 잘 그려내는 배우를 생각해보니 딱히 더 떠오르는 인물이 없다. 그래서 필자는 '주현'이 그러하듯 '김주혁'에게도 최고의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한다.

간혹 필자가 쓰는 표현으로 작가 이영도가 쓴 책에서 사용된 그 '마법의 가을' 이란 말이 있는데, 살다 보면 어느 한순간 마법처럼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산에서 출마하여 낙선하자 '노사모'가 바보 정치인을 응원하기 위해 노사모가 결성되고, 박완규가 '천년의 사랑'으로 대박을 친후 그에 대해 더 알기도 전에 부정적 이미지가 이슈화 되면서 장기간 대중들의 뇌리에서 잊혀진 인물이 되었다가 '나가수'를 통해 재기한 일, 전국적인 '나꼼수' 열풍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인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 등, 어느 한 순간 환하게 빛이 나는 마법의 시간을 맞이 한 사람들은 대개 적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년간 꿈을 가지고 뜻을 꺽지 않은채 자신만의 영역을 움켜쥐고 죽을 힘을 다해 매달렸다.

이런면에서 나는 김주혁에게 이런 좋은 기회는 다시 찾아오기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단 3회만을 방영했지만 시청자들의 호흡을 앗아가는 기막힌 연출력에, 연기좀 한다는 진짜배기 연기자들이 우글우글한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아 보는게 그리 흔한 행운은 아닐테니까 말이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출연중인 드라마에서 오히려 너무나 흔하고 잘나 보이기만 하는 인물보다 '무신'속에서의 김준 역은 김주혁 인생 최고의 배역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청소년이라면 너무나 듣기 귀찮은 말일지도 모른다. 부모님의 훈계 시간의 단골메뉴이기도 하니까. 그러나 지난주부터 방송을 타게 된 드라마 '무신'은 출연 배우부터 스토리 진행 및 연출 구성까지 너무나 훌륭했다. 그간 '계백'이나 '광개토태왕'에서 볼 수 없었던 인상적인 사건진행 방식 또한 마음에 든다. 소위 대박 드라마라 하는 경우에도 흠이 안 보이는건 아니지만 쪽박 드라마만 하랴. 쪽박 드라마는 총체적 난국인 경우가 많아 손쓸 방법도 찾기 힘들때가 많다. 아무튼 하나부터 열까지 부족함이 없는 아주 잘 빠진 드라마가 나왔다고 평해도 괜찮을듯 싶다. 물론 선 굵은 스토리이기에 주부들에게 어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적어도 드라마가 악평으로 무너질 일은 없어 보이고, 쏟아지는 호평은 어느정도 시청율에 일말이나마 도움이 되어 줄 것이다.

주현의 압도적 카리스마가 빛을 발하는 한가지만 보아도 충분히 드라마의 매력을 느낄 수 있지만, 상세히 뜯어 보면 정보석 이라는 이름도 가볍지 않고 박상민이나 정성모 천호진 모두 악역이나 개성 강한 연기로 유명하니 그들의 이름만으로 이미 드라마의 퀄리티는 보장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송이 역의 김규리나 월아 역의 홍아름 역시 병풍 역할을 하는 정도로 그치는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드라마 전체 흐름이 빼어나니 오히려 두 여배우 역시 살아 나는 느낌이다.

감히 추천한다.

느낌이 온다. 아직 단 3회 만을 방영했을 뿐이지만 연출력에 신뢰가 가고 연기 잘하는 배우가 널려 있어서 어느 배우가 언제 어느때 어떤 명연기로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지 모른다. '무신'

추천은 글쓴이에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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