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뽑은 박원순 서울시장 열 정치인 안부럽다.

막연하게 자신은 고리타분한 보수가 아닌 진보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그런데 막상 구체적인 사회현안이 터지고 나면 어느새 보수적 색채를 띄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혼란을 겪는다. 그럴때 필자가 제안하고 싶은 대처방법은 바로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이다.

순백의 얼룩하나 없는 깨끗함을 추구하는 사람은 경계해야 한다. 실제로 그런 사람은 없으니 거짓과 위선으로 뭉쳐 있다고 보는게 맞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야기를 잠시 해보자. 자서전을 보면 어린시절에는 이승만 찬양글을 쓰지 않는다해서 핍박받았지만 끝내 굴하지 않았는데 다 커서 고생끝에 판사를 거쳐 변호사가 되었던 시절에는 성공해서 어려운 사람을 돕는 사람이 되겠다는 각오를 잊고 적절히 타협해가면서 살았음을 고백했다. 그러나 잊지 않고 있다가 계기를 만나 각성했다. 즉 사람에게 흠은 있을 수 있지만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하겠다.

 

박원순 시장은 그런 사람 같다. 서울시정을 두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초심을 잃고 우왕좌왕 하는 민주통합당을 보면서 출마 결심을 굳혔으리라. 나는 과거 서울시장 선거뿐 아니라 어느 선거에서도 누가 더 전문성이 있는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알고 보면 다들 똑똑하고 스펙은 판타스틱하니 변별력이 별로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지지와 반대측의 밑도 끝도 없이 나도는 소문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믿음을 주는 것이 있다면 바로 말과 행동으로 이어진 삶의 기록들이며 이는 화려한 언변으로 포장해 내는 이미지와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진다. 국민을 대표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 정작 중요한 것은 올곧게 가려 하는 의지라 보는 것이다.

참여 정부 당시 열린우리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 하고 있을 당시 했던 여러 행동들이 오늘날 막연한 야당 지지는 늘어났는데 적극적 지지는 도통 늘지 않는 가장 결정적 이유가 되고 있다. 헌정사상 가장 어처구니 없는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될 노무현 탄핵사건 이후 그 반발의 어부지리로 다수 의석을 차지한 이후 민주당은 한일들은 아직도 내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고 있다. 다수의석을 가지고 도데체 무얼 했는가 말인가. 오늘날 '반값등록금'의 개혁대상인 대학교(거의 대부분 사립) 사학법을 누더기로 만들어 버리는데 동참했었고, 민주세력이 정권을 잡기 이전 수십년에 걸쳐 겪어온 고통은 어느새 잊어버리고 여당이 좌지우지하는 여론 뒷감당 하느라 세월 다 보내고 말았지 않은가. 심지어 노무현의 임기 말년을 온갖 회한에 가득차도록 방임하고 내몰았으니 참으로 책임이 크다 하겠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그간 민주통합당이 보여준 가장 안타까운 모습을 정면으로 타파하고 있다. 이슈에 끌려 다니지 않고 스스로 이슈를 제공하면서 여론을 막느라 급급한게 아니라 더 새로운 여론으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낼 줄도 아니 서울시장으로서 뿐만 아니라 정치 관록이 30년은 된 사람 같다는 느낌이다. 핵심은 수완도 물론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부동심인데 박시장에서 그러한 면이 엿보인다. 가야할 길의 방향이 확실히 잡혀 있으니 중간중간 다른일에 신경써도 걱정되지 않는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세월따라 들려 오는 소식은 그날그날 다르지만 어느날 문득 돌이켜보면 애초에 가고자 했던 길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음이 보인다. 민주통합당이 박시장에게 배워야할 점이다.

필자는 앞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와 참여정부 당시 있었던 여러 사건들을 재 조명하는 작업을 해볼 계획을 갖고 관련 서적을 다수 사서 보고 있으니 혹여라도 필자의 글을 좋아 하는 분이 있다면 기대해 주길 바란다.

노 전 대통령은 참여정부 당시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직자비리수사처'를 신설하는 두가지 개혁안을 추진했다. 그런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렇게 추진력 강한 분이 하고자 하는 개혁인데도 잘 되지 않았다. 혹자는 그때 확실히 했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통령이 도깨비방망이를 홀로 쥐고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함께 하는 사람들의 지지가 반드시 필요하며 그것이 가장 커다란 국정운용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유야무야 개혁은 뜻대로 되지 않았고 검찰은 언론과 합세하여 대통령의 친인척을 지속적으로 공격했다. 돌이켜 보면 지금과 많은 부분 비교되는 일이다. 작년 말을 화려하게 수놓은 10.26 부정선거사건 즉 일명 디도스사건으로 불리우는 일은 참여정부였다면 탄핵 그 이상의 일이 벌어져도 모자랄 일인데 그냥 우발적 소행으로 그치고 말았으니까. 작은 일도 크게 부풀려 논란을 만들어 내고 그에 반응하는 모든 일들과 확대 재생산해서 가공해 내는 언론의 위력 또한 재확인 할 수 있었다. 작은 일을 크게 큰일을 작게 만드는 그 신통방통한 위력 말이다.

 그런데 2012년 한국은 그 때와 또 달라졌다. 바로 SNS가 기하급수적으로 퍼지기 시작해서 직접 소통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위기를 느낀 언론은 최시중을 선두에 세워놓고 조중동 방송 즉 '종합편성채널' 종편을 만들어내 시들어져 가는 언론 장악능력을 다시 살려내는데 온힘을 쏟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이런 시기에 흐름을 잘 타고 들어갔다. 운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은 준비된 사람의 예정된 승리였다. 그 어떤 결과도 남이 만들어 주는게 아니라 상황이 만들어 내는 것이며 그 상황에 내가 얼마나 영향을 끼치려 했는가를 살펴보아야 하는데 박시장은 준비된 자세로 안철수교수가 만들어준 유리한 상황을 잘 끌고 나가 결국 승리하여 시장까지 되었다. 한나라당의 친이계 권력의 이동 중심점이 되어야 하는 오세훈이 '셀프탄핵'을 하였던 것도 보면 자신의 정치적 상황을 만들어 낼 줄 몰랐기에 그저 위기의식속에 한편의 코미디와 같은 일을 벌이고 만 것이다.

즉, 능동적으로 주도권을 쥐는 법을 아는 자와 그렇지 않고 끌려 가는 자의 차이를 극명히 보여주고 있는게 박원순 시장이라는 점을 이야기 하고 있다. 얼마전 그는 서울시에서 무상으로 임대하여 실질적으로 부담해주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경호동'에 대한 지원을 폐기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 전에는 이명박 오세훈으로 이어지며 부동산 광풍의 실질적 주범인 재개발 뉴타운 정책이 남긴 후유증을 최소화 하기위해 동분서주 하는 모습을 통해 신뢰를 쌓았다. 시가 무상으로 임대해주던 전두환 경호동을 더이상 무상사용을 허가해 주지 않는다는 것도 바람직하다. 물론 경찰 입장에서는 경호동이 반드시 필요하니 유상으로 임대하거나 경찰이 보유한 다른 땅과 맞바꾸겠다고 보도가 나왔는데 드라이하게 응해줘도 무방한 일이다. 더는 시의 돈으로 거저쓰는 일은 없어야 할 뿐이다. (인근한 노태우에 비해 경호비용이 훨씬 많이 나온다는 보도도 있었다)

아무쪼록 잘 뽑은 박원순 시장이 투표 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하게 된 다른 여타 정치인 열보다 나으니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고자 하는 이들은 본 받아야할 것이라는게 나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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