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카페의 나꼼수 지지철회, 공감 얻지 못하는 이유

나는꼼수다의 대표슬로건은 가카헌정방송이다. 타겟이 아주 명확하다. 그럼에도 그 외적인 문제들로 나꼼수를 비난하거나 흔들려는 시도가 보이는데 거기에 동조해서 지지철회를 천명하는 삼국카페라는 곳의 성명서를 보면서 나는 헛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지지하는 이유가 단순히 나꼼수의 비판방법이 재밌어서 라고 한다면 그들의 생각이 해당 부분에서 삼국카페와 맞지 않아 철회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으나 나꼼수가 내세우는 주된 목적과 별개의 문제로 지지하거나 지지하지 않는다고 성명서까지 발표하는 것은 참 핀트가 맞지 않는 행동이라 아니할 수 없다.

성명서에서는 비키니로 드러난 표현의 자유보다는 코피를 통해 여성을 어떻게 보는가를 노골화 한면에 대해 비판적이라 말하고 있다. 이 부분은 특히 김어준 총수가 과거 딴지일보를 열심히 운영할때를 생각해보면 생각의 차이가 분명히 드러나게 된다. (남성의 관점을 충족시키는 메인카테고리가 따로 있었다.)

어느 한 여성이 비키니를 입고 가슴에 자신의 의사를 주장하는 행위를 두고 나꼼수멤버들의 한 발언들은 굳이 문제 삼자고 한다면 비판의 대상이 될 수 도 있다. 그러나 여성의 인권을 운운하며 거창하게 확대시키는데에는 동의할 수 없다.

성의 상품화논란은 김어준 총수가 말한 것처럼 성희롱은 권력의 불평등 관계가 전제되야 한다는 정도의 선이 가장 적합한 해명이라 볼 수 있다. 이렇게 특정하여 답을 내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닌 일반적인 가치판단의 문제이자 결론을 낼 수 없는 시선의 차이를 두고 무한한 애정과 믿음 그리고 동지의식을 내려놓는다는 식의 발언은 참으로 우습기까지 하다. 삼국카페의 주장은 곧 나꼼수의 발언 중 일부가 그들의 가치판단과 상충하면 가카헌정방송의 의미마저 관계치 않겠다는 말과 다름 아닌 것이다.

 미성년의 여자아이가 법적인 책임을 질 나이도 사고정립도 성숙하지 못한 상황에서 어떤 성적인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하는 문제이고, 직장과 같이 목적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함께 있을때 권력을 이용하여 성적 수치심을 줄 경우라면 회사내규와 나라의 법으로 강제적으로 처벌할 일이다. 그러나 성인여성이 자신의 표현의 한 수단으로 이용한 비키니논란은 파고들수록 인간의 원초적이고 근본적인 생물학적 도덕과 가치관의 문제와 맞딱뜨리게 되며 어떠한 명확한 해법을 찾을 수 없는 문제이다.

예를 들어 쉽게 생각해보자. 여성으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이 과도한 노출에 대한 비판어린 시선이 있다면 이는 공론화 하기에 적합한 문제이다. 이는 성적 매력을 어필하여 인기를 얻고자 할때 법적으로 미성년인 상태에서 강요든 자발적이든 관계 없이 적절한 판단력이 부재할 수 있으니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볼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인간이 만들어놓은 문명의 세상 어떤 일에도 굳이 잣대를 들이 대면 성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부분이 그다지 많지 않다. 어린시절에 감명깊게 보았던 '소나기'라는 작품도 그러한 측면이 있고, 만화 드래곤볼도 마찬가지이다.(드래곤볼은 굳이 문제 삼자면 비판꺼리가 없는것은 아니다. 과한 측면 때문)

필자의 경우 열다섯 어린 나이에 세상을 다 아는 것 같았고 다시 스물다섯에는 세상이 다 내꺼 같았지만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난 오늘날까지 내 말과 행동과 책임이라는 측면에 대한 생각이 계속해서 바뀌어 왔고 어떤 부분은 더욱더 또렷히 사고가 정립이 되기도 하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과거에 믿어 의심치 않았던 생각이 달라지기도 했다. 인간의 불완전성은 죽을때까지 계속되지만 자신의 판단에 최소한의 책임을 지울 수 있는 나이로 성년을 두고 그 이전에는 일정 부분의 규제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성년 이후의 생각과 판단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 모두에는 지나친 간섭은 오히려 불필요하다고 본다.

삼국카페의 주장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나꼼수 멤버들이 성을 도구화 하여 사용하는 어떤한 행위도 부정하는 자신들의 가치에 반하는 발언을 하였으므로 지지를 철회 한다는 것인데 그럼 나는 묻고 싶다. 비키니를 입고 자신의 주장을 밝히고자 하는 여성의 선택을 부정할 수 있느냐고 말이다. 메시지 대신 가슴을 부각시켰다는 주장 또한 이해할 수가 없다. 뭐 그리 진지한지...그러고서도 동지의식을 가졌었다고 말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나꼼수는 명확한 대상을 정해놓고 보이는 꼼수들을 대놓고 깔깔 웃어가면서 비판해서 인기를 얻은게 아닌가. 이러한 명랑컨셉의 트위터 반응 글을 보고 사뭇 진지한 태도로 논평을 하고 지지까지 철회하다니 코미디가 따로 없다 하겠다.

여성의 인권은 중요하고 중대하며 폄하될 수 없다. 다만 큰 방향의 차이가 아닌 작은 곁가지에 불과한 차이를 두고 지지철회를 하는 그 가벼움이 오히려 나는 당황스럽다. 나꼼수 흔들기가 계속 되고 있는 이 시점에 왜 굳이 이런 일을 두고 분열을 재촉하는 흐름에 동참하려 하는 것인가.

'가슴 응원 사진 대박! 코피를 조심하라"
이 말 한마디로 나꼼수 지지철회 한다니...한숨만 나온다. 대상에 대해 감탄하는 말이 문제가 될 수 있을까? 문제가 된다고 믿는다 하더라도 그럴 시간 있으면 오히려 여성들이 흔히 말하는 키가 작거나 날씬하지 않은 남성이나 여성에 대한 폄하등 신체적 조건에 대한 과한 반응에 대한 인권침해 여부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라. 우선된 가치를 모르면서 동지인척 하지 말고 말이다.

메시지를 표현하기위한 도구로 해당 여성은 비키니를 선택했다. 그리고 나꼼수는 명랑컨셉으로 반응했다. 그리고 지지는 철회되었다. 그리고 나는 글을 쓰고 있다...

적과 맞붙어 싸우고 있는데 상대편에서 자꾸 큰소리로 외친다. "너희 집이 불타고 있다. 너희가 왜 싸우고 있는것인가 다 가족들과 잘살고 민족이 잘 살기 위함이 아닌가. 그런데 막상 너희 처자식들은 굶어죽고 집은 불타고 있는 지금 우리와 싸우고 있을게 아니라 돌아가서 불을끄고 가족을 건사해야 하지 않으면 후회할지도 모른다." 라고 흔들기를 시도한다. 막상 불을 지르고 수확한 농작물을 빼앗아간 적들이 말이다.

농작물이 잘 자라지 못하고 물이 부족하게 된 이유가 나무를 지나치게 베에서인지 자연적인 재앙인지 특정한 하나의 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와 안그래도 먹을게 없는 와중에 전쟁한답시고 수탈해 가는 나라 정책처럼 명확히 문제가 되고 대응해야 하는 일과 똑같을 수 있을까?  내 후손이 지금처럼 자연파괴가 계속되어 황폐화된 미래에서 살게 될 때의 걱정보다 내 오늘이 편한게 좋다면 자연환경 훼손에 대해 무신경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그런 우려가 현실화 되지 않도록 하는 큰 흐름에 동참하였다면 옆에서 그리고 앞에서 걸어가는 사람의 어느 한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여 무리를 이탈하는 행위는 그리 현명해 보이지 않는다.

삼국카페가 보는 정의는 작은 것은 아닐지라도 그들 집단이 추구하는 최종적인 정의에만 의미를 두고 있다고 하겠다. 그래서 그 정의와 상충되는 생각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그리고 무리를 이탈하면서 '나 이래저래해서 떠났어' 라며 본의는 아닐지라도 다른 대열의 이탈을 촉구하는 결과를 내고 있다.

결론 : 진보와 여성인권은 다르지도 않지만 온전히 같을 수도 없다. 하늘이 큰가 바다가 큰가를 따지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하늘과 바다 모두 자연인 것은 같지만 말이다. 산을 깍아 아예 없애버리려 하는 누군가가 있어 그것을 반대하고 있는데, 반대자중 채식주의자가 산에 사는 동물을 죽이지 말자고 주장하고, 산밑에서 농사를 짓는 어떤 사람은 야생동물을 사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가정해보자. 둘의 생각은 달라도 산을 없애 버리는데는 뜻을 같이 할 수 있는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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