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는 나가수, 김경호의 못다핀 꽃한송이가 운다.

무대위의 가수는 종합예술인이라해도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전 퍼포먼스나 춤 의상 그리고 관객과의 호응 모두를 존중합니다. 그러나 어느 한 무대를 구성하는 요소가 하나이던 열가지이든 숫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나는가수다>의 고질적인 문제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청중평가단과 시청자가 느끼는 괴리감 때문에 벌어지는 가수들간의 순위와 관련 여러 논란들입니다. 그런데 실은 객석에 앉아 듣지 않는 이상 느낄 수 없는 부분들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이 논란은 완전히 해소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평가기준의 모호함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근래 두드러지는 현상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퍼포먼스 중시현상입니다. MBC 나가수의 가수들은 노래를 중심으로 거기에 맞춰 퍼포먼스를 어울리게 구성하기 때문에 청각과 시각을 동시에 만족시켜 주지만 반면에 상대적으로 깊이 있는 울림을 주거나 잔잔한 가운데 심금을 어루만지는 노래들은 거의 예외 없이 낮은 순위를 받았습니다. 이런 현상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여러 요소들의 가치가 합이 되어 플러스가 되는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요리로 비유하면 단 세가지 재료를 잘 다루어 만들어낸 레시피와 백가지 재료가 들어가는 레시피의 가치가 차이가 있는게 아닌 다루는 요리사의 정성과 재주에 기대는 바가 큰 것과 다름 아닐 것입니다.

김경호가 부른 "못다핀 꽃한송이"를 들어보면 가사 한소절 한소절에 자신의 색깔을 담아내려 했는지 눈을 감고 집중하면 피부까지 와닿습니다. 바비킴이 불렀던 '회상'이 그러했고, 이소라가 부른 '바람이 분다'가 그러했습니다. 그런데 이소라가 출연하던 당시보다 현재에 이르러 더욱 더 보여주는게 더 가치가 있는듯 보이는 결과가 매우 심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전 퍼포먼스를 무대라는 전체를 이루는 하나의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더하여 플러스 요인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가수가 부르고 있는 노래의 느낌을 살릴 수 있는 수단으로 코러스와 웅장한 사운드를 이용할 수도 있는 것이고, 자우림이 부른 산울림의 '내마음의 주단을 깔고' 와 같이 노래와 퍼포먼스가 하나가 된 듯한 연출도 모두 노래에 섞여 들어가는 요소인 것인데, 여기에만 집중하다 보면 편곡의 방향에 보이지 않는 틀이 형성되게 되어 가수들은 1라운드에서 높은 순위가 나오기를 기대할 수 있는 편곡을 우선 선보인 후에 순위가 좋았을 때에야 안심하고 다음 라운드에서 자기가 뜻하는 바에 보다 집중한 곡을 선보이며 "순위에 상관없이 즐기겠다" 라는 말을 덧붙입니다.

 

 

박완규가 부른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도 그렇군요. 필자가 과거 이 노래를 들었을때의 감흥은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김광석의 앨범을 사서 듣던 사람들이 숨은 명곡으로 손꼽는 이곡은 마음 한켠을 어루만지는 잔잔하지만 너무나 강한 울림을 주는 곡입니다. 김광석은 이런 마음을 움직이는 곡 마저도 특유의 스타일을 잊지 않고 감정을 과하게 불어넣어 부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김광석이 노래하는 가사를 음미하고 있노라면 어느새 눈에 눈물이 맺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원곡자는 이렇게 이 노래를 표현하고 있지만 박완규는 역시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표현합니다. 물론 혹자는 박완규와 어울리는 스타일의 곡이 아니라고 지적하는 분도 있지만 이런정도의 절제와 폭발의 경계를 오가며 노래에 몰입된 무대를 보고 있노라면 애초에 노래가 어울렸는가 라닌가라는 선입견 마저 잊게 됩니다.

아무튼 박완규는 4위를 하고 김경호는 6위를 했습니다. 다른 가수들도 물론 잘했지만 이렇게 너무나 훌륭한 무대가 단지 보여지는 퍼포먼스에 계속해서 일관되게 밀리는 모습은 왠지 씁쓸한 기분마저 들게 합니다. 청중평가단의 산으로 가는 평가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길은 시청자 문자투표를 30%를 신설하는게 방법은 어떨까 싶습니다. 문자투표의 추가로 공정성이 강화된다고 말하기에는 부족하겠지만 적어도 청중평가단의 호불호가 지나친것 아니냐는 지적을 조금은 수그러지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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