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의 작은 잘못과 큰 잘못, 노무현의 정치자금 십분지일

두가지 주제를 엮는데는 이 두사안의 경중에 대한 세상의 판단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이다. 분명한 차이가 있음에도 오십보 백보라며 똑같이 비판하는 회색론자들에 대한 항의표시이기도 하다.

먼저 정치자금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면, 정치를 더럽고 역겹다고만 생각해서는 정치를 바로 볼 수 없다는 것을 먼저 말해둔다.. 국회의원들은 나름대로 정책연구와 지역구 관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데 이때 필요한 비용이 바로 최근 불거지고 있는 시사이슈인 한나라당 돈봉투 사건과 연관이 깊다. 

즉, 경쟁적으로 더 많은 돈을 써야 당락에 불리하지 않는 기형적 구도가 이미 형성되어 있는데 그것을 타파할 생각은 하지 않고 정치인들만을 탓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그럼 정치인들의 책임이 아니라는 말이냐고 되묻는 분이 있을 수 있는데 필자는 정치인이 책임이 가장 큰 것은 맞다고 말하고 싶다. 즉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정치인들 스스로가 그 기회를 차버리고 과거의 구도속으로 회귀하는 선택을 여러차례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선택의 댓가를 끊임없이 요구하는 것 또한 앞으로의 정치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역구도를 타파하고 당원이 주인이 되어 민주적인 공천혁명을 일으키려 해도 어느샌가 소리소문 없이 원위치하게 된 이유는 구습에 물든 정치인들의 자기반성 없는 모습 때문이었다. 결국 과거로 회귀된다는 말은 돈봉투의 위력은 여전하다는 뜻이고, 지구당을 돌며 인사차 건네는 성의가 모이고 모여 수억에서 수십억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공천과 당내선거의 구습을 몰아내면 될 일인데, 최근 민주통합당은 공천에 대한 권한부터 내려놓음으러소 소리 없는 큰 혁명을 이뤄냈다. 




이제 노무현의 이야기를 해보자. 돌아가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선거자금이 한나라당의 십분의일을 넘으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조금 넘기는 결과가 나왔다. 당시 비주류에서 나온 대통령을 까기 바쁜 사람들은 차떼기로 큰 홍역을 치룬 한나라당과 노무현이 무엇이 다른가 라며 비판하는데 열중했다. 하지만 달라도 엄연히 다르다. 

잘못된 점은 같되 돈의 출처가 다른 것이고 돈의 출처가 다르다는 것은 경중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를 오십보 백보라 말하는 것은 상당히 냉소적 반응으로 잘못되었다고는 할 수 없으나 그런 분위기가 주가되는 것 또한 이상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적어도 경중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그것조차 그게 그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예를 들어보자. 어짜피 누군가가 총대메고 일을 벌린후 책임지는 행태는 이권이 있는 곳에서는 늘 벌어져 오던 일이었다. 정치를 하면 돈이 필요한데 이 부분이 과하게 느껴질 경우 그렇게 쓰임이 많지 않을 수 있는 여건을 그들이 스스로 만들어 내고 국민들이 그러한 정책을 지지해주어야 하는데, 그게 그거라는 식의 냉소적 반응만 돌아온다면 정치인들은 또다시 누군가가 총대메고 일을 벌리고 쉬쉬하며 돈봉투를 돌리게 될 것이다. 그러면 결국 돈이 많이 드는 선거관행은 지속되고 불법은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관행을 근절하려면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가 반드시 필요하며 감시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아무튼 돈이 많이 들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항변조차 나오지 않도록 하는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한나라당이 당시 받은 돈과 노무현 선거캠프의 차이점은 일반적인 후원형태로는 나올 수 없는 단위라는데 있다. 한국 사람들은 내집을 찾아온 손님이 단돈 오천원짜리 과일이라도 들고 오면 선물의 크고 작음을 떠나서 기쁜 것인데, 그렇지 않고 빈손으로 오면 서운해 한다. 그런데 만일 다른 어떤이가 오십만원짜리를 들고 오는 사람이 있다면 인사치례를 넘어 무언가 추가적으로 얻고자 하는 목적이 있을 것이다.

권력을 얻고 난 이후의 이 작은 차이가 짊어져야 하는 크고 무거운 짐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MB정부 역시 예외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자 그럼 두번째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검찰과 경찰의 작은 잘못과 큰 잘못에 대한 이야기다. 경찰이 무조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그리 많지 않지만 뜻이 있고 성실하며 능력있는 경찰도 있다는 것 역시도 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호의적이지 않은데 그 이유는 조현오 경찰청장을 비롯한 수뇌부에 대한 불신이 뿌리깊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물대포를 쏘는 장면 하나가 갖는 이미지는 매우 깊은데, 경찰 전체 대한 혐오로까지 이어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경찰이 비록 국민들에게 호의적인 시선을 받지 못하고 있고 크고 작은 문제가 있긴 하더라도 그것이 검찰에 비할 바가 되겠느냐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에도 첫번째 경우와 똑같이 "그놈이 그놈이지. 경찰이라고 깨끗한줄 알어" 라며 냉소짓는 사람이 너무나 많이 보여서 안타깝다. 그런 냉소가 이런 구도를 벗어날 수 없게 함을 너무나 모르고 있다. 검찰이 갖고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제한하는데 싸워온 많은 경찰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며 거기에 한발자국 더 나아가 오히려 더 내주고 만 조현오 경찰청장을 보면 참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벌이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사람" 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국제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작은 잘못을 가지고 이웃국가를 온전히 적으로 돌리지 말 것이고, 큰 잘못을 물타기 하려는 의도에 쉽게 넘어가지 말 일이다. 풀어서 이야기 해 보면 중국은 이웃국가 이면서 경제적으로는 동반자이기도 하면서 경쟁국이기도 하고, 또한 역사적 관계에서도 떼어놓을 수 없는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그렇기에 마냥 호의적으로 대하고 방심해서도 안될 일이며,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경계하는 미숙한 외교로 망신도 당하고 실리도 잃는 짓도 해선 안될 것이다. 일의 경중을 가려 밀고 당기는 효율적 외교를 제발 보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다. 이는 미국과도 마찬가지인데 때로 의견이 다르고 때로 말다툼도 하지만 잘못된 것은 인정하고 과하게 욕심부리지 않는 선에서 양보할 것은 양보하되 그에 상응하는 보답도 받으면서 함께 나아가는 동반자적 우방이어야 할것이지 이유불문 추종하는 대상으로 삼아서는 곤란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