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 대작이어도 용서가 안되는건 당위성 부족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한국 대중의 눈높이는 상당하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온통 남여간의 치정문제에 치우쳐져 있으면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기는 하지만 나름 밀도 있는 발전을 해왔고, 미국에서 제작 방영되던 인기 드라마중에서도 가장 핵심이 되는 주요드라마는 거의 대부분 한국에 수입되어 왔다. 거기에 십여년전 할리우드 영화가 직배되는 과정등을 거치면서 한국인은 이미 세계적 수준의 눈높이를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 맥가이버, 육백만불의 사나이, 전격Z작전, 케빈은열두살 등 8~90년대 한국에서 인기 있던 외화들은 미국에서도 대박을 터트린 드라마들이다. 21세기 들어 조금 주춤하기는 해도 케이블방송에는 여전히 주요인기드라마 외에도 다양한 작품이 소개 되고 있다.

장동건과 오다기리조, 판빙빙이 주연을 맡아 이 셋의 존재감만으로도 이미 세간의 주목을 받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거기에 강제규라는 감독의 신뢰성 높은 이름값이 더해지면 누가봐도 대박을 예상케 할만한 진용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영화가 개봉도 하기전에 영화가 지향하는 주제에 대한 내용부터 마음에 들지 않아 신랄하게 비꼬는 네티즌들의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필자는 25일 크리스마스 당일날 영화 '마이웨이'를 관람했다. 영화관에 도착한 1시30분에 이미 미션임파서블은 7시 이후의 표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고 마이웨이는 바로 다음 타임인 2시 50분에 자리가 남아 있었다. 그렇게 관람하게된 마이웨이는 초반에 뭔가 조금 어색한 부분들이 있는데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운 그런 느낌을 주고 있었다. 왜 그런지는 영화의 일부 내용을 이야기 하면서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01. 결과에 맞춘 듯한 설정들

영화의 시작은 장동건과 오다기리 조의 철없던 어린시절, 그저 달리기가 좋았던 준식과 타츠오는 일본인 주인집의 아들과 집사의 아들로 만나게 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둘은 자라는 내내 달리기로 경쟁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타츠오의 할아버지에게 배달된 선물이 폭발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타츠오는 준식네 가족을 내쫒게 된다. 이 장면에서 폭발물이 배달된 경위에 대한 조사도 없이 그냥 폭탄이 배달되고 타츠오 할아버지가 죽고 원한을 가지게 되었다라는 전개는 참으로 씁쓸할 뿐이다.

이후 준식이 일본군이 되고 러시아에 포로로 가고 독일군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순서와 결과를 정해놓고 짜맞춘다는 느낌이 너무나 강하다. 관람객들은 그러한 과정을 일일이 보기 위해서 영화를 보는게 아닌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재미 혹은 메시지에 집중해 웃음이나 감동을 얻으려 보러 가는 것이다.

 02. 오다기리조는 어떤 의미인가.

오다기리조가 연기하는 타츠오는 어떤 의미로 영화에 등장하는가. 첫째는 준식과의 교감을 통해 인류애를 깨닫게 되는 것이고, 둘째는 과거 그가 일본군 장교로서 자행한 만행을 자신이 포로가 되어 똑같이 겪게 되면서 과거의 잘못을 깨달아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여기서 강제규 감독이 착각하는 부분이 있다.

일본인은 엄연히 가해자의 입장이기 때문에 단순히 어떤 계기를 만나 후회 한다는 정도로 그가 일본군 장교로 있을 당시 너무나 반복되서 하품이 나올 지경인 "천황폐하 만세" 라는 구호를 반복했던 그 행위가 용서받을 수 있는게 아니다. 사랑하는 남편을 강제 징집당하거나, 아들 딸이 모두 죽임을 당해 홀라 살아 남은 어머니의 아픔처럼 큰 시련이 있어야 했는데, 오다기리조나 장동건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름다운 청년이 험란한 세상에서 몇군데 적을 옮긴정도로 보일 뿐이다.

장동건의 경우 일본군에 있을 때나 러시아군에 있을 때나 어디서든 밤에 달리는 연습을 쉬지 않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이 부분이 얼마나 당위성이 있는가는 의문일 뿐이다. 특히 러시아에서는 극한의 추위속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리고 있는 환경에서 과연 그러한 개인훈련을 용납해 줄 수 있을까?

이렇게 타츠오나 준식은 여러 군데서 당위성을 인정하기 힘든 상황을 영화 내내 만들고 있다. 2차 세계대전을 통해 한국인과 일본인이 서로 인생의 교훈을 얻으며 성숙해져가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다라는 설정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정해진 수순대로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스토리가 자연스러움을 찾아내 리얼하다는 느낌을 전달해 주었어야 했다. 필자처럼 영화를 보기 전 얼핏 본 포스터나 TV광고 문구 중 어렴풋이 기억나는 "독일 어디서 동양인을 봤다는 기록이 있었다더라" "오다기리조와 장동건이 서로 이해하고 우정을 다져간다더라" 라는 정도의 짦막한 지식만을 가지고 영화관에 간 관객이라면 이 두가지 명제에 스토리가 맞춰져 나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을 것이다.

맞춰가야 하기 때문에 설득력이 부족한 장면도 그냥 두리뭉실 넘어가고 만다.

 

 

아름다운 청년 김준식

동료의 위험을 방치 할 수 없어서 돌아가면 죽을지도 모르는 일본군 진지로 돌아가는 장동건, 불의를 찹지 못해 상관에게 눈을 부릅뜨고 대드는 장동건, 그러면서도 구타 당하는 정도로 그치고 마는 장동건, 러시아 군에 가서는 김인권이 연기하는 안똔의 보호하에 여전히 달리기 연습은 쉬지 않고, 독일군에 있을 때는 동료들과 축구를 하며, 언제까지나 드높고 깨끗한 기상을 잃지 않는 아름 다운 청년 김준식, 그렇게 늘 당당하기만 한 김준식은 영화 말미에 죽기 전까지 참 운 좋이 좋은 남자였다.

최종 감상평

러닝타임 두시간 반에 가까운 영화 마이웨이, 마치 8분짜리 가요를 듣고 있는데, 도입부 1분을 제외한 나머지 7분이 계속 후렴구만 반복되어 어디서 제대로 감동을 느껴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없는 경우? 강약조절도 없이...

만일 이 영화가 이런저런 평가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 장면에서 관객 대다수의 눈믈을 쏙 빼는 인상 깊은 장면 한부분만 나왔더라도 전체적인 평가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그리 크게 유쾌하거나 그리 깊이 슬프지도 않은 영화가 임펙트 있는 장면이라고는 세차례로 나뉘어진 돈 좀 들었을 듯 해 보이는 전쟁씬에 그치고 있으니 안타깝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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