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탄생, 윤일상이 말하지 않은 정서경의 탈락 이유

 

위대한탄생과 같은 오디션프로가 갖는 최대 무기는 오디션을 통해 스타로 성장하는 스토리를 시청자가 생생하게 함께 보고 느낄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냉정하게 이야기 하면 프로가수로서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이미 여러 오디션프로를 보아온 시청자들도 느낄 수 있는 것들이어서 상위권으로 갈수록 점점 그것은 특별한 예외없이 현실화 되며 결국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짐작하는데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그 과정 하나하나를 지켜보며 생길 수 있는 반전에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때 그 오디션프로는 높은 시청율과 함께 성공할 수 있다.

윤일상의 멘티들은 IS패밀리라 스스로를 칭하며 꿈을 향해 가는 길목에서 만난 그들의 동지애를 표현하였는데 너무나 보기 좋았다. 하지만 생방송 진출이라는 무거운 현실앞에서도 흔들림 없이 한결같은 모습으로 서로를 위하는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기까지 하였다. 언젠가 그들 중 일부는 프로의 무대에 설 것이고 또 어떤이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채 잊혀지겠지만 그 한순간 한순간을 열심히 임하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첫번째 무대에 선 샘카터는 이은미의 '애인있어요'를 불렀다.
처음에 약간은 경직되어 있는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는데, 무대에 선 압박감이 티비를 통해 보는 내게도 전달되어오는것 같았다. (추워서 그런거 아니냐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샘카터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간 팝을 부를 때 갖는 매력의 향기가 너무 짙어 가요를 부를 때 부족해보이거나 실망할 수도 있지 않느냐 하는 우려가 있었는데 그것을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고, 조금의 아쉬운 부분은 있었지만 그것은 평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작게 느껴질 뿐이었다. 특히 후렴구에서의 가창력 부분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오디션 프로가 흥하고 있는 이유중에 하나가 특색있는 음색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무언가 한두군데 부족하여 개선되기만 하면 좋겠구나 싶은 참가자들이 보인다는 것인데 샘카터는 얼마든지 극복가능한 작은 단점만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샘카터가 부른 애인있어요는 이미 충분히 완성도가 있었고, 조금더 자연스러움이 몸에 배고 감정을 전달하기 위한 정도의 약간의 제스추어만 추가 되면 그의 매력이 더욱 살아나지 않을까. (물론 과장되거나 무리한 제스추어는 금물. 본래 가진 매력까지 흐트러질수 있다)

 

 

두번째 무대에 선 정서경은 김범수의 '보고싶다'를 불렀다.
개인적으로 정서경을 응원하고 있었기에 부족한 부분이 보여서 너무나 안타까웠다. 윤일상을 포함한 조규찬, 바다 등 다섯명의 심사를 본 가수들은 제각각의 평가를 해주었지만 필자가 보는 관점은 그런 심사의 밑바탕에 깔린 심리였다. 그것은 바로 정서경의 매력적인 보이스컬러가 좋긴 하나, 준비되어 있는가에 대한 평가에서 본능적으로 낮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항상 모든 오디션 프로는 안타까운 부분이 보이는 참가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단기간에 단점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는게 오디션의 단점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실은 준비되어 있는 사람은 적응도 빠르고 목관리도 잘할 수 있다. 그것은 음악과 오랜기간 함께하며 얻는 적응력일 수도 있고 목이 천성적으로 강하게 타고난 것일 수도 있다. 몇일전 아이유가 승승장구에 출연해서 노래를 좋아하는 부모님과 함께 노래방에서 옛노래를 자주 부르며 좋아하게 되었다는 말은 그냥 흘려 들을 만한 이야기는 아닌것이 세계적인 아티스트들 중 상당수가 그렇게 자연스럽게 음악적 토대가 되는 시기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자기 색깔을 만들어져 갔던 것이다.

정서경이 부른 보고싶다를 두고 심사위원도 짧게 코멘트를 했지만 필자가 느끼는 가장 아쉬운 부분은 고음처리 자체에 대한 컨트롤이었다. 그러나 애초에 해봐야 무리인 사람이 있고 가능성이 보이는 사람이 있는데 필자는 정서경이 시도한 고음처리 부분에서 충분한 가능성을 보았다. 하지만 정서경의 그 가능성은 단기간에 완성되어지기 어려워 보였다. 조규찬은 해외팝가수를 언급하며 고음은 가수가 낼 수 있는 여러 색깔중 한가지일 뿐이니 그것이 설혹 없다해도 그림은 그릴 수 있다며 위로해주었지만, 고음으로 열창을 하자는게 아닌 이번에 노래한 보고싶다에서 보여준 정도의 고음만이라도 부드럽게 처리하자는 것이다. 이 작은 부분이 정서경의 틀을 깨는 아주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인데, 그리 쉽지 않은데다가 얼마나 걸릴지 확신을 줄 수 없었기에 생방송에 진출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심사하는 가수들은 생각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고음이 안되는건 어쩔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국내외의 아티스트 중 수년간의 기간동안 노력하여 이를 극복해 낸 경우는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다.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단련의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필요한 경험치 게이지를 99% 채워놓은 정서경이 멘토스쿨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부족한 1%를 채워 한단계 레벨업을 하였기 때문이고,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이제 다시 다음 레벨로 가기 위해 만들어 나가야할 변화의 기간은 아마도 오랜 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얼마전 같은 고음문제가 지적되었던 존박이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해 노래 부르는 것을 보니 기존의 중저음의 장점은 유지하되 고음처리능력이 많이 좋아진 것을 들어 볼 수 있었다. 딱 그정도만 되어도 정서경은 이미 가진 것들을 가다듬고 보태어 충분히 좋은 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번째 무대는 50kg로 블랙아이드피스의 노래를 개사해서 불렀다.
필자는 이 둘에 대해 약간은 비관적 입장이었다. 오십키로는 필자에게 무언가 완전하지 못한 느낌을 항상 주어왔기 때문이다. 물론 찬영과 민이의 무대를 보면 그것을 순간적으로 잊게할 정도로 열정적이지만 생방송 혹은 그 이상으로 가기에는 보컬의 매력이 크게 떨어지게 보였다. 왜 그런가 곰곰히 생각해보고 있는 찰나에 심사하는 가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악센트를 주는데 신경써보라는 말이었다. 그때 무언가 번쩍하고 스쳐지나갔다.

찬영의 보컬은 랩을 할때나 노래를 할때 항상 너무 두텁고 끝에 약간은 우는 느낌이 섞여 있다. 이건 본래 가진 목소리 톤이기 때문에 변경이 어렵다. 결국 상위로 진출하더라도 프로로서의 성공가능성을 높이 쳐줄수가 없다. 그런데 악센트라는 말에서 희망이 보였다. 지금까지의 일정하게 강하게 내지르는 창법을 수정하여 부담감을 줄이고 지난주 부른 발라드 곡에서 찾은 숨은 보컬의 매력을 살릴 수 있다면 프로로서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볼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고 그냥 이대로 간다면 그리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된다.

얼마전 슈퍼스타K 시즌3에서 울랄라세션이 우승을 차지하였는데 오십키로는 울랄라세션과 일정 부분 겹쳐 보이는 순간 위기를 맞이 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오십키로의 장점을 부각 시키려면 그들만의 신나게 한바탕 어울리는 부분으로 특화되어 가는게 필요해 보인다. 필자가 지적한 바대로 찬영의 노래 부분이 부담스럽지 않게 들리게 하려면 악센트를 조절하여 특화된 보컬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고.

재능과 기본기는 교집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온전히 공유하지는 않는 개념이다. 많은 재능있는 참가자들이 오디션프로에 나오고 있지만 기본기가 단련 되어 있는 참가자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정서경의 경우 재능은 충분하고 기본기도 일정부분 되어 있는듯 보이지만 생방송으로 갈정도의 기본기가 덜 되어 있기에 이 조그만 차이로 멘토가 말하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훈련에 적응하기 어렵고 열심히 노력하지만 그 노력이 몸에 무리를 주는 악순화는 겪게 만든다. 준비된 자만이 노력을 결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니 프로를 향한 길이 그렇게 냉혹하고 힘든 일인 것이다.

위의 필자의 주장에 약간 의아해 하는 분들이 있다면 한가지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다. 슈퍼스타K나 K팝스타 혹은 위대한 탄생이라는 오디션 프로를 보는 내내 수백만에 이르는 참가자들 중에서도 심사위원이 "노래를 쉽게 한다" 라고 말하는 경우는 몇번 없었다. 바로 이 노래를 쉽게 한다라는 말에 함축되어 있는 것은 두가지인데 하나는 타고난 목소리를 가져서 남들보다 더 쉽게 부르고 변화를 주려해도 어렵지 않게 적응하는 것이고, 두번째가 바로 꾸준히 올바른 방법으로 단련한 경우이다. 오디션 프로에 참가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데도 종종 목관리에 실패하는 경우는 바른 방법으로 장기간 단련하지 않은 경우이며, 애초에 타고난 사람은 이러한 과정이 생략되어 있으니 그것 자체가 하늘이 준 재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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