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가수다, 바비킴 6위는 가창력에 대한 뿌리깊은 오해로부터 비롯됐다.

바비킴이 경연에서 부른 노래 '회상'은 산울림이라는 역사적 밴드의 대표곡 다섯개를 꼽았을 때 절대 빠질수 없는 명곡중에 명곡이다. 이 노래를 부르기 전 바비킴은 "바비킴이 춤추는, 랩하는, 리듬타는 모습을 너무나 똑같이 보여주어왔다" 라며 노래만 부르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에는 애초에 이곡을 바비킴이 편곡하여 자기 색을 입히려 했을 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을정도로 너무나 딱 맞는 옷과 같아서 춤과 렙은 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노래에 장식을 더하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청중평가단은 바비킴에게 6위를 주었다. 이는 가창력에 대한 오해로부터 비롯된다는게 필자의 생각이다.

눈에 보이는게 더 많다고 더 많은 준비를 한 것일까? 돌이켜 보면 바비킴처럼 노래만 부른 경우 나가수에서의 성적은 좋은 적이 그다지 없었다. 노래만 불러서 좋은 성적을 낸 경우는 곡 자체가 드라마틱 했을 경우 뿐이었다. 임재범의 '여러분'이나 인순이의 '아버지'가 그러한 케이스였고, 곡 자체가 갖는 기승전결이 청중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기에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지만 담백한 느낌으로 부르는 곡들은 인정받지 못하였다.

 그런데 실제로 시장에서 평가받는 것은 퍼모먼스가 전부인것처럼 보여지고 있는 나가수와 같은 무대가 아니었다. 가수 경쟁력의 원천을 음반과 음원으로 본다면 퍼포먼스는 노래의 매력을 더하기 위한 도구일뿐이다. 더 많은 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쓰이는게 장식인데, 그게 오히려 더 점수를 좌지우지 하고 있다는 것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준다.

 조금은 가혹하게 들릴지 모르나 나가수에서 노래 잘하는 가수로 인정받는다해서 시장의 평가가 항상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신승훈이나 이승환 김건모와 같은 스타일이 수십명의 댄서와 함께 춤을 주며 무대를 휘젓고 다닌 그 어떤 댄스가수보다 월등한 성적을 거두었다.

 

 

가수가 노래의 느낌을 전달하는 그 한 순간을 위해 어떤 숨은 노력이 있었는지를 보는 것도 중요하고, 무대에서 많은 것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냥 있는 그대로 이것저것 재지 말고 순수하게 노래에 집중하여 판단하는게 필요하지 않나 싶다.

요즘 인기 많은 오디션 프로의 심사위원들에서 가장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은 자기만의 색깔이 있는가 여부인데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100%를 다 갖고 있다해도 타고난 0.1%를 넘을 수 없는게 현실이고, 타고난 0.1%가 100%의 노력을 더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런데 바비킴이나 김건모는 바로 이런 타고난것을 노력으로 변화시켜 얻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아주 아주 드문 경우인 것이다. 그리고 드문만큼 귀하다.

노래 잘하는 가수들만 모아놓고 경연을 펼치는 '나는가수다'를 매주 시청하고 있지만, 이번 '회상'처럼 '선물'을 받은거 같은 느낌은 몇번 없었다. 그런데 6위를 받고 말다니, 근래에 느끼고 있는 나가수에 대한 회의가 더욱 짙어졌다. 아직 기대가 되는 것은 이미 정상의 실력을 갖춘 가수가 다시 자신의 틀을 깨고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 정도일뿐.

정작 바비킴 본인도 퍼포먼스의 도움을 받은적이 여러번 있다지만 가장 자신의 보컬에 어울리는 곡을 만난 행운의 기회마저도 짚어 삼킬 정도로 퍼포먼스에 치우쳐진 평가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은 나가수의 한계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었다. 아주 드물게 찾아오는 귀한 선물을 받는 느낌 자체로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들지만 6위라는 성적은 조금 씁쓸하게 다가왔다.

자꾸만 이런 현상이 반복된다면 나가수는 점점 퍼포먼스만을 추구하게 될 것이다. 아니 이미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다만 정말 귀하게 찾아오는 이런 기회마저도 아쉬움으로 남게 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굳이 이런 아쉬운 평가가 이어질 것이라면 나가수급이라는 말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불후의명곡 출연자와 나란히 놓고 평가해도 역시 퍼포먼스로만 평가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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