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끝장토론, 이명박 정부의 그림자가 나꼼수다.

백지연의 끝장토론을 보면 케이블이 지향하는 프로그램의 성격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지상파는 교양 인문 오락 예능 드라마 등 다양한 시청자의 욕구를 두루 만족시켜야 할 뿐만 아니라 통상 의례적인 예의차리기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마련이라 토론프로그램을 봐도 무언가 허전한 느낌이 들곤 할때가 있다.

백지연의 끝장토론은 나꼼수가 이슈가 크게 되자 나꼼수를 이끌어가는 실질적 쌍두마차중 한명인 정봉주 전의원을 초빙하여 말그대로 끝장나는 토론을 벌였다. 토론의 주제는 나꼼수가 대안언론인가 아니면 선동매체인가를 두고 한나라당 배은희 의원과 토론을 벌이는 형식이었으나 실질적으로는 배의원을 비롯해 반대측 시민토론자들 전부와 정봉주 전의원 개인이 홀로 맞상대 하는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토론의 상대측인 '나는꼼수다'를 선동매체로 주장하는 측은 나꼼수 진행자 4명이 모두 무책임한 발언을 일삼고 있으며, 정봉주의 경우 국회의원으로 출마할 의사가 있는 사람이라면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나꼼수의 출연을 당장 그만두라는 주장을 일관되게 하였다. 그런데 필자는 토론을 보면서 참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나꼼수를 청취하고 있을때는 정말 거침없어 보이던 정봉주가 자꾸 태클이 걸려오니 표정이 조금 굳어 지는 모습이 보인 것이다. 그런데 지지하며 청취하는 사람들이 있는 나꼼수가 아닌 다른 매체에서 공격을 받고 있음에도 적극적으로 반격에 나서 자기 주장을 펼치자 결국 처음 나꼼수를 대안언론으로서라기보다 적절치 못하다라고 판단했던 22:18의 (지지:반대) 사람들이 방송후반에는  28:12의 뒤집힌 결과를 만들어 내도록 옮겨가 버렸다.

필자는 정봉주 전의원이 당당하게 반론을 펼칠 수 있었던 근본원인은 무었이었을까에 대해 생각한 바를 풀어 내 보도록 하겠다.


 

나는꼼수다의 영향력은 어디서 오는가

토론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부분이 바로 나꼼수의 확대되고 있는 영향력에 대한 우려였다. 나는꼼수다는 국민적 의혹이 있는 부분을 대충 넘어가지 않고 심도있게 파헤친다. 그리고 꾸준히 다룬다. 선관위 디도스 공격에 대한 의혹도 실은 이미 지속적으로 로그파일 공개를 비롯해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었던 일이며, 과거에 있었던 여러차례의 이슈도 대충 넘어가지 않은 전력이 있다.

최근에 다룬 이슈를 한가지 보자. FTA반대시위에서 경찰서장 폭행논란이 일자 나꼼수는 이에대한 의혹을 몇가지 제시하였다. 집회에 참여해본적이 없는 시민들은 경찰측과 지도부사이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연락이 오간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관행적으로 그렇다는 것인데 굳이 서장이 시위대사이로 뛰어드는 무리수를 두게 되는 것은 앞뒤 생각해 볼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고 그것은 결국 행동을 하기전에 받은 전화가 결정적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주장이었다. 또한 전화를 받고 무리한 진입을 하는 동안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집회 참가자가 아닌 경찰 사복조라는 것이다. 그런데 조중동에선 버젓이 그 사복조가 마치 집회참가자인양 오도했다는 것이다. 물론 사복조임을 모를리 없기에 더욱 문제라는 것이고...

이렇게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일을 파고들어 파헤쳐주니 청취자들은 열광한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하고픈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정봉주 의원은 끝장토론에서 나꼼수의 시작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음을 토로했다. 가장 진보적이라 할 사람들조차 자신의 기획의도에 동의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와 함께 하게 되었으니 이것이야 말고 끼리끼리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가.

 

 

민주당 소속 정봉주와 민주당을 싫어하는 3인이 진행자
정봉주 전의원은 토론중 흥미로운 발언을 또 한가지 한게 있다. 바로 자신은 민주당소속인데 다른 3인은 민주당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어찌 이렇게 공교롭게도 국민들의 심리와 나꼼수 진행자 4인방의 구성이 이리도 일치할까.

 필자가 개인적으로 국민들이 현재 한나라당의 실정에 분노하면서도 민주당을 그렇게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더욱 답답해 하는 것은 한나라당이 국민들이 화를 내고 있는가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무상급식찬반과 FTA를 강행했다는 것이고, 민주당 역시 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론 강직하게 때로는 노련하게 때로는 완급조절을 할 줄 알아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고 있는게 눈에 선하게 보이고 있다. 그래서 정 전의원은 한미FTA 통과 당시 뻔한 한나라당의 수 조차 읽지 못하고 출판기념회나 가 있던 수십명의 민주당 소속 의원들을 비판했던 것이다. 명분을 얻고 실리를 빼앗기거나 명분을 잃고 실리마저 빼앗기는 일을 너무나 자주 당하니 두둔하는것조차 지쳤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이다.

 나꼼수 팬들은 정봉주, 김어준, 주진우, 김용민 이 네사람이 나꼼수를 진행하며 미친듯이 웃어 제끼고, 욕설도 서슴치 않고 있는 것을 보면서 청취자들은 통쾌함을 느끼지만 동시에 내심으로는 그러한 발언을 하고 있는 네사람의 용기에 감탄하게 된다. 그들이 외치는 "쫄지마. 시발"은 내가 내게 하고픈 말이었다.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닌 국가가 시민을 감시하던 사건이 터진바 있고, 수도 없는 엄포를 놓고 있는 현재를 생생히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입을 다물고자 원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고함을 치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열광하지 않을 수 있는가 말이다.

 

 

양비론은 입다물라.
필자가 아주 싫어하는 개념 한가지가 있다. 원인을 제공해놓고 나중에는 일방적 비난을 하지 말라라고 하는 사람들 말이다. 토론프로그램에서조 자주 볼 수 있고, 언론기사에서는 흔하디 흔한 일이다.

이를 두고 양비론이라 하는데, 겉으로는 점잖은척 하면서 뒤로는 호박씨를 까고 화를 돋우게 해놓고 화를 내면 객관적이지 못하다고 야단친다. 나는 이런 위선을 경멸한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의미 없이 내뱉는 욕을 굉장히 싫어 하는 사람인데도 나꼼수 진행자들의 욕설에 위화감을 느끼지 않는다. 이는 그만큼 꼬여 있는 일에 대한 분개를 현대인의 한 사람으로서 법의 테두리안에서 가장 현명하게 해소하는 방법을 그들이 제시해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용기란 무엇인가.
현대인들은 명분에 갇혀 실리를 잃는 것을 심적으로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명분 없는 실리는 앙꼬없는 찐빵일 뿐이다. 필자는 그래서 진정한 리더는 쉬운길을 마다하는 우직함이 있으면서도 시류에 맞는 언행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융통성을 두루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쉬운길을 찾아 다니고 입만 앞서니 진보진영의 인기를 얻지 못하고, 나꼼수는 말뿐이지만 그 말 한마디를 하기 위해 감수해야할 위험을 있는 그대로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으니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그 대표적 예가 바로 김어준의 거침입담과 김용민의 성대모사. 특히 조현오 경찰청장을 흉내낸 김용민의 성대모사는 아무리 반복적으로 들어도 재미가 있다. 애초에 나꼼수가 주제로 다루는 많은 시국사안들은 대개 경찰과 맞부딪히는 일이 다수이니 조현오에 대한 비판은 왠만한 거의 모든 사안에서 빠질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억지로 끼워넣어 비판하는게 아니라는 말이다.

 

나는 정봉주 전의원이 만일 나꼼수의 영향력 확대로 인해 선거를 앞두고 출마를 하지 않던가 아니면 나꼼수를 하지 말았으면 한다는 사람들의 압박에 괜히 젊잖은척 입발린 소릴 하지 않는게 마음에 들었다. 개인적으로 의원에 도전하고자 하는 의지를 숨기지 않는 것이다. 겉과 속이 다른 인간보다는야 훨씬 좋지 아니한가 말이다. 그러면서도 공격에 대한 방어를 유들유들하게 하는 모습을 보이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나는 정 전의원 뿐 아니라 국민을 위해 일한다고 하는 정치인들에게 바라고 싶은게 있다. 머리를 차갑게 그리고 가슴은 뜨겁게!  눈앞에 명리나 작은 이익보다는 높은 뜻을 세우고 장기적인 전략과 승리를 쟁취할 줄 아는 현명함, 그렇게 때로는 호랑이처럼 용맹하지만 때로는 여우처럼 영리하면서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큰 시야를 갖고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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