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그림자, 복고의 맥을 잘못 짚은 드라마

 

한국은 안타깝게도 다양한 장르가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 드라마 만화 가요 대부분의 문화분야에서 어떤 흐름이 생기기 시작하면 거기에 온통 빠져들어 균형을 잃게 되어 여러가지 부작용이 생기게 됩니다. 아무튼 어느순간부터 복고풍 작품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더니 요 근래에는 횟수는 줄었지만 좋은 퀄리티의 작품이 종종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고 영화 써니와 가요 '롤리폴리'가 대박을 터트렸습니다.

빛과그림자는 복고풍의 드라마를 표방하며 과거 미8군이 한국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던 상황에서 쇼비즈니스의 세계가 어떠했는지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도 자체는 바람직한 것으로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조차 시대상에는 공감하지만 해당 분야의 실상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기에 궁금해 할 수 있고, 더욱이 요즘 젊은 사람들은 토크쇼나 각종 매체를 통해 들어보긴 했으나 감을 잡기 어려운 과거의 한국문화계의 현실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할 수 있으니 여러모로 잘된 기획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빛과그림자를 시청한 후 영화 써니의 흥행코드를 잘못 짚어 만들어진 드라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이 드라마가 흥행을 할지 아니면 고만고만하게 끝날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이 드라마가 놓치고 있는 부분을 짚어 보겠습니다.

 

 

추억은 추억일뿐

같은날 같은 곳에 있던 세사람이 10년후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사람의 기억이란 그런것입니다. 과거의 일에 대해 자세히 알고자 하는 사람은 그러한 동기가 마련이 되어야 하며, 동기도 없는일을 자세히 알려주려하면 귀찮아 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과거의 일을 상세히 이야기화 해서 다루고자 하면 몇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합니다.

첫째, 모두가 공감하고 추억하며 울고 웃을 수 있는 범용적 소재
둘째, 동시대를 살던 당시에 너무나 궁금해 했었지만 상세히는 알 수 없던 이야기
셋째, 역사적 사건과 결부된 재조명이 필요한 시국사안으로 꼭 찾아서라도 보고 싶은 궁금한 이야기

영화 써니는 첫번째의 경우이며, 실미도는 세번째 경우입니다. 그리고 빛과그림자는 두번째 요건을 갖춘 드라마로 보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과거의 일을 그렇게 강하게 알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과거를 추억하고자 한다면 그에 걸맞는 매개체가 있어야 하는데 빛과그림자는 그것을 쇼비즈니스로 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동기부여로서는 한참 모자란 일입니다. 

그렇다면 강력한 동기부여는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일까요. 영화 써니에 그 해답이 있습니다.

첫째,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
7공주파라는 것은 직접 겪은 이들도 있겠지만 그냥 그 당시에 흔히 떠돌던 아주 대중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어설프게나마 동네 친구나 선후배 사이에 7공주로 별명을 붙여 부르기도 하는 것은 우스개소리로 하던 아니면 진짜고 결성되어 있던지간에 아주 자연스럽게 대하고 접하고 생각되어지는 아주 흔한 일 중 한가지였습니다. 영화에서 멤버들이 껌을 짝짝 씹어가며 날라리티를 내고 그러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떤이에게는 정말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고 또 어떤 이들은 저정도는 과장인거 같지만 어느정도 수긍이 간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조금씩 다른 경험을 가졌지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핵심 흥행코드입니다.

둘째, 과장과 웃음의 코드
복고라는 것은 전세계적인 문화적코드입니다. 그 이유는 과거 인터넷세상이 오기전 세상의흐름은 신문과 라디오로 접해야 했고 가장 정확하고 빠른 통신수단은 전화기 뿐이었던 그런 시절의 이야기는 인터넷으로 실시간뉴스를 보고 있는 지금 세대의 젊은이들과 감성적 코드가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과거에 대한 향수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보니엠의 써니를 들으며 낭만에 잠기고, 조그만 가요 가사책의 뒷편에 적혀 있는 얼굴한번 본적 없는 이성과의 펜팔을 하는 다시는 찾아 오기 힘든 그 시절의 감성과 문화적 코드를 이미지화하여 보여주는게 복고인 것이조. 영화 써니는 7공주 모두에게 케릭터를 부여하여 주변의 친구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수많은 유형을 일곱명안에 모두 축약하여 담아내었고 스크린에서 보여주며 울고 웃게 해주었습니다.

진하게 내뱉는 욕설과 과장되어 보이는 패션으로 껄렁대던 7공주파. 그런 그녀들을 유쾌하게 볼 수 있는 그림같은 영상미가 써니의 핵심 흥행코드입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과거의 추억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담아내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 괜히 어둡고 불편한 이야기는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설혹 어떤 작품에서 시대적인 암울함과 교훈을 담아 내려 했다면 그것마저도 웃음코드로 넘겨버립니다. 시대상을 담고자 하는 유형의 작품은 써니가 아닌 실미도처럼 아예 제작 목표가 달라야 합니다. 영화나 드라마가 이도 저도 아니고 이것저것 다 만족시키려 하는 것은 욕심에 불과하조. 관객이나 시청자들은 표나 채널로 선택을 하기에 드라마가 모호한 정체성을 가져서는 좋지 않습니다.

빛과그림자

빛과그림자는 강기태라는 유쾌한 케릭터를 안재욱이 연기하게 함으로써 복고풍에 유쾌함이라는 선물을 보너스로 시청자들에게 안겨주려 하지만, 애초에 쇼비즈니스라는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나 주요 등장인물이자 사건의 핵심인사인 장철환(전광렬), 조명국(이종원), 신정구(성지루)등의 케릭터 이미지, 여주인공인 유채영(손담비), 이정혜(남상미)를 보면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느낌보다는 패션70과 무엇이 다를까 라는 의문부호를 떠올리게 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필자가 생각하는 복고풍의 맥은 무엇일까요?

우선 유쾌해야 합니다. 작가들은 왜 그토록 진부하기만 한 밤무대나 쇼무대에 서는 여가수들의 성공스토리만 생각해 내는 것일까요.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조금 들어 보겠습니다. 과거 조선왕조오백년이라 해서 각 시대별로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 있던 왕에 대한 사극이 시리즈처럼 제작된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백화점 식으로 나열하는 이야기는 이제 더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느순간 TV에서는 사극의 소재가 어떤 포인트가 되는 인물 중심으로 옮겨가기 시작했고 역사의 폭도 넓혀갔습니다. 그 시작은 태조왕건이었으며 정점은 대장금, 해신, 선덕여왕, 이산 등입니다.

이렇게 시청자의 눈높이는 단순화된 유형에는 질려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패턴찍어내듯이 70년대의 문화는 이런것이었어라고 강요하듯 보여주는 것이 과연 맞는 선택일까라는 의문도 듭니다. 영화 써니에서 사람들이 원한 것은 복고풍 패션이 아니라 과거를 회상하며 미소짓고 싶은 현실의 내자신을 위한 그 마음 자체가 아닐까요.

필자라면 아마도 이런 복고풍 드라마를 만들고자 했다면 아예 주제 자체를 어떤 성공적 모델이 되는 가수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약간의 각색한 스토리를 만들어 내어 시작해 보겠습니다. 리얼리티를 추구하기보다 영상미를 보다 강조하겠습니다. 치열함보다는 소소하지만 어린시절의 추억을 강하게 떠오르게 하는 에피소드로 화면 가득 추억을 수놓겠습니다. 칙칙한 이미지의 다방을 그렇게 자주 보여주기보다 어린시절에 친구들과 함께 놀며 왜 가수를 꿈꾸게 되었는가에 대한 에피소드로 어린시절 막연히 동경하던 열띤 꿈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아니면 만화로 연재되다가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20세기소년'이라는 작품처럼 현재의 사건에 어린시절의 추억이 반복적으로 오가며 단서를 찾아내는 추리기법을 사용해보는것도 괜찮을지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기존에 늘 보아왔던 느낌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빛과그림자가 얼마나 탄탄한 스토리로 얼만큼의 성적을 거둘지는 모르겠습니다. 1화에서 어느정도 긍정적인 반응이 있으니 앞으로 대박이 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글의 애초 목적이 그런것을 따져보기 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필자는 아주 귀하지도 않지만 아주 흔하지도 않은 복고풍 드라마가 또다시 신선함 보다는 익숙함을 선택했다는 점이 아쉽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문득 현재의 한국드라마계는 혁신의 애플이 등장하기 이전 삼성과 엘지가 점유율 다툼을 하며 스마트폰시대에 늦장 대응하게 되었던 때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한국에 뿌리깊은나무와 같이 참신한 시도가 돋보이는 드라마가 많이 만들어 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영화 써니가 왜 흥행했는가를 드라마 제작자들이 잘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써니에서 보여선 흥행코드가 이식된 드라마를 보고 싶다는 주장을 전하며 글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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