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직권상정 시사? 절대 해선 안되는 이유

국민들이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경제력이나 연령 등 처한 입장이 제각각인것만큼이나 다양할 것이다. 같은 지지층이라도 입장이 나뉠 정도니까. 민주당을 지지하는 층에서는 한나라당의 실정이 너무나 많이 보이는데도 왜 그렇게 지지율이 유지되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실은 반대의 입장에 서서 보다 더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가령 홍길동씨는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이유가 매우 현실적인데 바로 그가 하는 사업의 이익이 정부정책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나라당의 구체적인 정책적 방향이 자신의 생각과 다른바가 조금 있다 해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자신이 가장 우선시 하는 사안이 다른사람들과는 달리 경제적 이익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한나라당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과거 이회창씨가 연이어 대선에서 쓴맛을 보고, 각종 불미스러운일로 위기가 올때마다 나름대로 자구책을 모색해 분위기 쇄신에 성공해 왔던 한나라당이었는데 근래에 그것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보수라는게 대개 나이가 먹고 안정을 선호하게 되면 과거에는 중요하게 생각되어 왔던 것들이 부질없이 느껴지고 자신이 이미 갖고 이루어내며 얻어진 행복을 보다 더 오래 유지하고 싶어 하는 성향이 중요하게 관여하게 되는 편이다. 그러면서 일종의 환상을 갖게 되는것이 새로운 것보다는 과거의 것에 보다 심적인 비중을 과도하게 쏟게 되고 이어 변화가 찾아오는 것을 거부하게 되는 성향마저 띄게 된다. 이 것이 과할 경우 역풍을 맞게 되고 적절할 경우 보수층의 지지를 회복하게 된다.

그렇게 한나라당은 이러한 현실과 자신들이 지지층에게 해줄 수 있는 일 사이에서 절묘한 타협점을 찾아내왔고, 그것은 지금까지 이어오는 한나라당의 정당 지지도가 말해주고 있다. 그런데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시장직을 걸고 무상급식투표를 하게 된 시점부터는 아슬아슬한 모습을 자주 보이고 있다.  서울시민의 1/3이 투표를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는 것 자체가 한나라당의 민심더듬이가 기능을 잃은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충분히 해 볼 수 있는 일이고, 나아가 오 전 시장이 설혹 뒤통수를 쳤다 해도 한나라당 지도부가 정상적이었다면 오세훈과의 거리를 확실히 두는 선택을 했을 것인데, 그렇지 않고 지원하는 방향을 잡는 패착을 선택했다.

 

 

한마FTA 직권상정을 시사했다는 박희태 국회의장은 전형적인 한나라당의 성향을 갖고 있는데, 과거 박근혜 전대표가 있던 시절이라면 이런 식의 표현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박근혜의원은 한나라당내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면서 민심의 흐름이 좋지 않을때는 때를 기다릴 줄도 알고, 설혹 비판 여론이 적지 않은 사안이라 할지라도 지지층을 위한일이 얻는것이 더 크다면 적극적으로 나서는 판단력은 있는데 어찌 된것인지 근래의 한나라당은 이러한 득과실을 계산하는 감각이 둔해저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집권당의 입장에서 서울시장이라는 비중이 매우 큰 자리를 빼앗기게 되어 급해졌다고는 해도 한미FTA를 직권상정하여 강행처리를 하는 것이 과연 현재의 한나라당에게 이익이 될까를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보수는 지지층만 잘 달래주어도 영향력이 줄지 않는 아주 혜택받은 위치에 있다. 때로 잘못된 선택으로 지지층마저 불안감에 휩싸이게 하고 정치에 관심 없는 젊은이들마저 분노케 하여 정치세력화 하게 하기도 하지만 시간을 살 줄아는 지혜만 갖춘다면 얼마든지 되살아 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경제위기가 와도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도 지지층의 여론을 끌어 올 수 있는 논리를 펼 줄 아는것이 최대장점이었는데 이마저도 이제 좀처럼 보기 어렵게 되었다. 한미FTA는 이명박 정권 초기에 재협상을 하며 이미 너덜너덜해진 상태인데 근래 여야간의 논의가 이뤄지면서 독소조항에 대해 많이 알려지게 되었고, 보다 합리적인 방향을 제시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을 조금 덧붙이자면 한국의 경제에 한미FTA는 잘쓰면 약이요 못쓰면 독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과거 우리의 부모님 세대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선택하고 자시고 할 문제가 아니었겠지만 21세기 한국이라는 나라에 FTA는 정말 신중히 선택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미국의 입장이 우리보다 더 좋은 상황은 아니기에 보다 유리한 상황에서 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지금 대공황 이후 수십년간 국민들이 열심히 일하고 노력한 덕분에 그 후세대가 풍족하게 살게 되었지만 이제는 다시 장기간 내실을 다져야 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개인적인 바램이라면 차라리 협정의 내용을 최대한 축소시키고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방향만 잡아가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기본적 취지는 서로의 강점을 살리고 피해는 최소화 하자는 것이겠지만 과연 뜻하는데로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고 첨예하게 서로의 이익을 챙겨야 하는 부분은 입장차이를 좁히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한미FTA를 통해 큰 무언가를 얻어내려 하기 보다 국제무역질서에서 뒤쳐지지 않고 양국이 함께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정도로 만족하는데 비중을 두고 임하는것이 어떨까 싶은 것이다. (정치적 견해가 다른 분들이 있을 수 있지만 필자는 기본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

아무튼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미국과 무역의 비중이 높은 한국에 FTA라는 크나큰 이슈는 섵불리 직권상정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나는 우리나라가 상대적인 우위에 있는 분야가 계속 그럴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던지는 분들에게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설혹 그리 될 수도 있기야 하겠지만 우리가 가야할 분명한 길을 두고 다른 길로 우회할 필요가 있겠는가와 잘해서 우위에 있다면 더 잘해야 한국의 미래가 밝을 수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가진 패와 상대방이 가진 패를 두고 보다 면밀히 분석하고 파악해야 하며 불리한 조항마저 묵인하며 억지로 협정에 목을 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고보면 과거 필자가 학창시절에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라는 말을 실감하지 못하였다가 이제 서른 중반의 나이에 지난 80~90년대와 지금과의 엄청난 정치 경제 문화적 변화를 이야기 한다는 것 자체가 앞으로의 세상이 얼마나 바뀌게 될지 짐작하기 어렵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지 않나 싶다. 노랑머리라는 단어가 화제가 된 것이 엊그저께같은데 십여년이 흘렀고,  저녁뉴스는 대통령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 줄 알았던 어린시절은 이제 실감하기 어려운 과거일이 되어 버렸다.

21세기는 과거로 현재를 파악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것을 어렵게 할만 큼 불규칙성이 지배하고 있다. 수십년만에 일어난다는 대지진이 해마다 여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고, 불변의 법칙처렴 영원한 유일 강대국일줄 알았던 미국이 장기침체기에 접어든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가질 만한 상황에 처해 있으며,  복지로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던 유럽각국은 경제위기에 심음하고 있다. 어떤 변화는 한계를 보일 것이라는 예측을 뒤집고 더욱 가속화 되는가 하면 어떤 변화는 우리가 미처 실감하기도 전에 뒷걸음질 치고 있다.

한미FTA를 처리하는 과정마저 현명하고 합리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한나라당에게 이익되는 부분도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 박희태 국회의장이 과연 그리 좋지 않은 시기에 직권상정을 하여 다시금 한나라당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증폭시키는 선택할 것인지 두고 볼 일이지만 그 결과는 자신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이 나눠지게 될 것임을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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