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나무, 알고 보니 판타지 역사무협이었다?

 

아이돌 문화가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음악이라는 공통된 관심거리에 속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사회의 다수가 대놓고 표현하지는 않아도 언제 어느때인가는 한번쯤은 보게 되는게 바로 장르문학이다. 뿌나를 시청하면서 필자는 판타지적인 설정을 사극속에 잘 녹여내었다는 생각도 들고, 나아가 언뜻언뜻 무협의 향기마저 맡을 수 있었다. 뿌나는 주인공의 복수를 스토리 진행의 요건으로 삼고, 국민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세종대왕을 다루고 있는 만큼 오히려 세종의 한글창제 부분 외에는 모든면에서 안개속을 걷는 듯 철저히 일부분 일부분을 나누어 보여주면서 사건진행을 해나간다. 그리고 그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것은 역시 주인공 강채윤(장혁분)이다.


 

밀고...

사극에도 밀당이 있다는 생각 해본적이 있는가? 추리적 기법을 드라마 전체에서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긴장감을 살리지 못하면 안하느니만 못한 시도라 할 수 있다.

뿌리깊은나무가 미스테테리 추리기법을 사용하는 것 자체는 시청자에에게 불편함을 안겨준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지난 히트드라마  '웃어라 동해야' 처럼 일일이 사건을 다 나열해주고, 누구나 다 뒷 이야기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스타일이 있는 반면, 뿌나는 그렇지 않고 일정부분 감추고 감춘부분에 대한 힌트조차 명확하지 않고 흐릿하게 단계적으로 보여줍으로서 시청자들을 애타게 만든다. 지난 4회에서 집현전 학자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사망에 이르고 이 사건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을 때, 북방의 전쟁통에서 어린시절을 홀라당 다 보내고 한양에 돌아온 강채윤에게 세종은 사건의 조사를 맡긴다. 자신의 염원을 담은 일을 암중에서 훼방놓고 살인마저 서슴치 않은 암중의적과 대적하고 있는 세종과 아직 드러나지 않은 적들의 기묘한 대결...이렇게 시청자들에게 집중을 강요하고 머리를 굴리며 다음이 어떻게 될까를 궁리하게 하는 드라마는 불편하지만 그만큼 반대급부적인 카티르시스는 커져간다.

 

 

한가지 예를 들어 보자.  어느사건에 관련된 A,B,C,D,E~~Z 까지의 요소들을 시간적인 배열로 순차적으로 보여준다면 그보다 더 지루한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학자암살 > 집현전 학자는 무엇하다 죽었는가 > 전달하려한 서책을 들고 온 북방에서 온 무사 강채윤 > 의도적으로 소동을 일으켜 이도(세종)에게 다가갈 구실을 만들고 >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증거를 조사하고 > 숨겨진 증거를 찾은 윤필(집현전 학자중 1人) > 타살로 밝혀진 학자의 죽음.

 이런 식의 뿌나의 진행은 잔가지를 뭉툭뭉툭 다 잘라내고 가장 중심이 되는 골격라인을 디테일하게 보여준다. 예를 들어, 강채윤의 십대중반 이후의 삶을 5~6회로 나누어 방송분량을 잡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뭉툭 다 잘라내고, 본격적인 사건에 바로 투입하더니 중간중간 과거를 회상하는 씬으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조금씩 해소시켜준다.

당기고...

뿌리깊은나무에서 당기는 요소는 바로 환타지무협액션이다. 암살법이 등장하질 않나 공중을 날아오르는 비기가 등장하는등 무협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무예가 등장한다. 이러한 특수촬영은 한국사극의 여건상 못해서가 아니라 안하고 있는 것으로 퓨전사극이 인기를 얻는 요소중 한가지이다. 다시말해 정통사극에서 전쟁씬을 보여줄 때에 수만대 수만의 싸움을 수십명의 전투로 밖에 묘사하여 그리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장면이라 하기 어렵다면, 아예 퓨전사극은 그러한 전쟁씬 같은것은 염두에 두지 않기에 개별적인 상황전개에 따른 소수인원의 전투 액션의 퀄리티를 높이는데 유리할 것이고, 이런면에서 뿌나에서는 시청자에게 충족감을 안겨줄 수 있는 액션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사극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액션자체를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고 판타지를 충족시켜 주며 실컷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심지어 이 드라마는 러브스토리도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추리와 액션에 왕창 힘주어 초점을 잡고 있다. 앞뒤 스토리를 뭉툭 잘라내는듯 하다가 또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듯 하나의 사안을 두고 입체적으로 보여주기도 하는 등 연출이 어떤 재미를 선사해주는지 한껏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뿌리깊은나무는 케릭터, 스토리, 액션 무엇하나 빠짐없이 훌륭해서 인기가 없으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므로 리뷰어들이 할 일이라고는 어떻게 각 요소가 조화롭게 엮여나가는지 해부해보는 것으로, 이는 무척 즐거운 작업이다.

강채윤의 스승이 등장하고, 그가 과거 무휼을 꺽은 바 있는 진정한 조선제일검이라는 설정은 강채윤과 무률의 무력을 어느정도 예상케 해 준다. 그렇다면 가면을 쓴채 부엉이울음소리와 함께 나타나는 암살자와의 무위비교는? 이런 작지만 거부하기 힘든 궁금증들이 모여 그것을 이야기로 하나하나 다시 풀어내면서 극의 흥미도는 올라가게 된다. 어떤 암살수법이 동원되었는지와 그것을 알아본 백정....

조금 햇갈리기 쉬운 스토리전개라인이 있다면 그것을 풀어내는 리뷰어 나름대로의 방식 하나를 살짝 힌트를 드린다면 비중있는 연기력을 선보이는 배우가 그다지 비중있어 보이지 않는 역할을 맡아 나올 경우 오히려 주목해 보자. 아이리스에서도 등장한 바 있는 개성파 배우가 검시능력이 탁월한 백정역으로 나와 암살수법을 알아내고 돌아갔다. 그리고 끝일까? 이 암살수법은조선제일검과 무휼 그리고 암살자를 연결짓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되어 줄 것이므로 그는 단순한 백정이 아니라 사건의 해김인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무튼 이렇게 흥미진진한 뿌리깊은나무라는 드라마를 만나게 된건 필자에게 행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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