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뉴스에 나올만큼 심각한 무의미한 가사의 가요, 어느정도길래?

 

음악이 존재 하는 이유를 뻔해 보이는 말로만 단정짓지 말자. 창작에 관여하는 이들이 가끔  "만들때는 내가 만들어 내었지만 그것을 세상에 내보내었을 때는 이미 그것을 소비하는 대중의 것이다"라고 가끔 말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음악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보면 음악을 감상하는 각자의 처한상황과 목적에 따라 달리 달릴 것이다.

그렇다면 왜 가사의 내용이 바로 앞부분과 뒷부분조차 연결되지 않고 전체적으로 보아도 관련성 없는 단어들이 나열되어 있는 이유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어떤 이유로 이러한 노래가 만들어 지고 소비되는 것일까?

 

SM엔터테인먼트-보아로 부터 시작되었다.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이 세상에 등장한 이후로 그들이 만들어내는 곡은 가사가 이전에 우리가 들어왔던 노래의 틀을 깨는 파격을 담고 있었다. 이렇게 시대를 가르는 가수의 출현은 그 이전과 이후를 나누는 것들이 몇가지 있기 마련이고 가사의 변화도 그 중 한가자리 말할 수 있다.

이후 SM의 보아가 일본에 진출한 이후 드디어 오늘날의 아이돌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사스타일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때까지만 해도 개별적인 단어의 나열로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전체적익 맥락은 파악할 수 있었다. 보아가 격렬한 춤을 추면서도 폭발력 있는 가창력으로 흥행대박을 이루었던  'NO.1"과 같은 곡을 먼저 살펴보자.


 

 No.1 BoA

어둠속에 니 얼굴 보다가
나도 몰래 눈물이 흘렀어
소리 없이 날 따라오며 비춘건
Finally 날 알고 감싸 준거니
처음 내 사랑 비춰 주던 넌
나의 이별까지 본거야

You still my No.1
날 찾지 말아줘 나의 슬픔 가려줘
저 구름 뒤에 너를 숨겨 빛을 닫아줘(닫아줘)
그를 아는 이 길이 내 눈물 모르게

변한 그를 욕하진 말아줘
니 얼굴도 조금씩 변하니까
But I miss you 널잊을 수 있을까
(Want you back in my life, I want you back in my life)
나의 사랑도 지난 추억도 모두 다 사라져 가지만

하략...

 

"변한 그를 욕하진 말아줘. 니 얼굴도 조금씩 변하니까"

이런식의 말장난은 나름 의미를 곱씹어 볼 만한 일로 볼 수도 있지만 가사 전체를 보았을 때 굳이 그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이런 경우를 필자는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가 하면 특정한 이미지를 떠올린 후 그 의미지에 맞는 단어들을 생각나는대로 나열해 본후 짜여진 안무에 맞춰 재구성하여 맞춘 것으로 보고 있다.

 

* 댓글 의견을 받아 들여 NO1은 의미를 갖는 가사로 인정하겠습니다. 다만 SM소속 가수들의 이후 발표되는 여러 곡들의 가사가 No1과 비슷하게 한눈에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으면서 실제로도 그다지 의미 없는 가사가 상당히 많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겉은 비슷해 보여도 NO1처럼 인정해줄만한 가사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껍데기만 이어간 결과라고 생각되어서 예를 들어 보았습니다. 슈퍼주니어나 소녀시대의, 에프엑스이 곡에서도 다수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럼 작년에 나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2010년 싱글커트된 '허리케인 비너스'의 가사를 보자.

" 날 자극하면 반드시 너를 집어삼켜
큰 폭풍 치듯 몰아치면 넌 숨 못 쉬어 쉴 새 없이
[Woo uh] 너를 잡아끄는 나만의 비밀
Electronic Manic Supersonic Bionic Energy

*불안한 소용돌이 그 안에서 태어나
가렸던 베일에 강렬한 전율이 일어 널 향해." 

불과 십대 초반의 어린 소녀가 폭풍처럼 한국 가요계와 일본음악계를 점령하던 그 기세, 그리고 발라드와 댄스를 모두 완성도 높게 부를 수 있었던 보아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는 느낌이 드는 가사이다. 앞서 말한 특정 이미지에 연상되는 단어의 나열이라는 추측을 하게 되는 이유중에 하나이다.

 

같은 SM소속의 에프엑스(fx)의 노래로 불과 두어달전에 가요차트를 석권하기도 했던 곡 "Hot Summer". MBC뉴스데스크에 나온 곡이기도 하다. 잠시 가사의 일부를 보자.


 말리부 해변은 아니더라도 금가루 뿌렸니 눈부셔 파도
발 툭툭 털고 아이스크림 가게로 가십 가득한 TV가 재미없어

한강에서 물 파란 동해에서 저 워터 파크에서 재밌게 놀자 어서

땀 흘리는 외국인은 길을 알려주자 너무 더우면 까만 긴 옷 입자


기승전결을 갖는 스토리 있는 가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그저 뜨거운 여름에 관련된 단어들을 하나둘 나열해 놓고 별다른 의미 없이 연결시켜 놓았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이렇게 가사가 만들어 지는 이유는 두가질 ㅗ압축하여 생각해 볼 수 있다.

 

 

쉽게 춤추고, 쉽게 부르며, 쉽게 기억한다.

 80년대 발라드와 90년대 그리고 현재의 발라드곡이 다른 것 중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면 바로 중간 반주가 상당히 생략되어 관중들이 가수의 목소리를 30초 이상 듣지 못하는 경우를 거의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옴므와 같은 듀엣 결성 혹은 댄스가 살짝 가미된 스타일로의 변형을 하는 이유도 관객에게 잠시라도 노래의 흐름이 끊긴다는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서일 것이다.

댄스를 추며 부르는 댄스가요 역시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댄스가수 누구나가 김완선처럼 춤을 추며 노래를 부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보아처럼 격렬하다고 느낄 정도의 춤을 추며 음정이 들쭉 날쭉하지 않을 수 있는 가수를 흔히 찾아 볼 수 있는것은 아니기에 노래스타일도 댄스가수에게 적합하게 변해가고 있다.

즉, 노래를 부를때 발라드가 가사의 내용이 이어지면서 그 노래를 듣고 있는 청중의 감성을 자극하여 감동을 자아낼 수 있다면 댄스가요는 가사의 내용보다는 율동에 맞춰 표현해 내기 쉬운 단어들을 나열하여, 최대한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쉬운쪽을 선택하고 있는 셈이다. 

필자 역시 어린시절 뉴키즈온더블록의 '스텝 바이스텝"을 가사뜻의 해석없이 그냥 흥겹게 따라불렀던 기억이 있다.

 마치 흥겨운 팝송을 듣고 아무생각없이 따라 부르는 것과 크게 다를바 없다는 말이다.

걸그룹 '달샤벳'데뷔곡, 뜻모를 후크송의 나쁜예


 

기본은 지켜야 한다.

 

무한도전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를 시청하며 느꼈던 재미중에 하나가 노래를 만드는 과정의 일부를 엿볼 수 잇었다는 점이고, 특히 MC유재석의 이야기를 다룬 "압구정날라리'와 "말하는대로"는 깊은 감동마저 주었다. 이는 가사가 노래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알려주고 있는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진짜 글쟁이는 노래가사처럼 길지 않는 글자수 내에서도 내용의 기승전결을 두루 갖추고 담아야할 내용은 다 담으면서도 어렵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후크송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단순 반복되는듯 하여도 나름 가사로서의 의미와 형식을 함축적으로 담아낸 가사가 있은 반면 그렇지 않고 말그대로 단어만을 짜맞추어 나열만 한 가사가 있다.

결국 아무리 노래가 듣는 목적에 따라 그 형식을 달리하게 된다 하지만 기본은 지켜야 함은 노래를 접하는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Roly-Poly 티아라 | 존트라볼타 워너비

어디서 오셨나요 자꾸 눈이 가네요 그대 눈빛이
나는 참 맘에 드네요
옆으로 가고 싶지만 용기가 않나서 가슴이 떨려와
나는 참 망설이네요

몰라 어떡해 난 몰라 미치겠어 널 놓치기 싫어 너에게로
점점 다가갈래 점점 내 앞에서 떠날 수 없게

*Roly Poly Roly Roly Poly
날 밀어내도 난 다시 네게로 다가가서
Roly Poly Roly Roly Poly
나만 보일꺼야 너에게 나를 보여 줄꺼야

시계는 왜 보나요 우리 만남부터 쭉 멈춰 있는데
나는 참 맘에 드네요
나 오늘 이상하네요 자꾸 떨리네요 그대를 보고서
나는 참 망설이네요. - 하략


 

댄스가요의 가사가 위의 티아라가 부른 '롤리폴리'정도만 되어도 훌륭하다 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곡에서 무슨 심각한 인생을 논할 것도 아니니 그저 멜로디와 리듬에 맞게 적절한 가사가 흥을 돋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참고로 필자는 같은 티아라의 곡 을 비판한 글과 칭한한 두가지 글을 작성한 바 있다. 이는 모두 가사와 관계되어 적은 내용이다.

- 티아라 '야야야' 가사 논란, 이트라이브가 안티였나?
- 티아라 신곡 '롤리폴리' 대박예감 이유 3가지


글을 쓰는 시점이 크게 다르니 논점과 주장이 조금 변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필자는 특정 기획사나 특정 가수의 일방적인 편을 들며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님을 위 두글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댄스가요라는게 적어도 위의 가사처럼 반복해 들었을때 가사의 연결성이 느껴질 정도는 되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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