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시나리오가 한국 드라마를 망치고 있다.

 

부실한 시나리오가 한국 드라마를 온통 망치고 있다. 2011년 8월 현재 월화드라마로 방송중인 계백, 무사백동수, 스파이명월을 비롯해 수목드라마, 아침드라마, 주말 드라마 중 시나리오가 부실한 드라마가 너무나 많아 오히려 제대로 된 드라마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그나마 공주의남자, 여인의향기 등은 호불호가 갈리는 성향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시나리오상으로는 괜찮다 싶지만 오늘 집중적으로 이야기 해볼 무사백동수와 스파이명월은 참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무사백동수, 기본조차 되어 있지 않다

 

잘 알려진대로 주인공이 태어나던 시기부터 등장하던 인물들이 20여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것쯤은 많이 지적되어 온 바 있다. 또한 보통의 경우 사극에서는 나이에 따르는 근육량 저하로 인한 무술실력 하락을 대놓고 표현하지는 않지만 왠만해서는 젊은고수와의 검술을 다투는 모습을 잘 다루지 않는데, 검선김광택이나 천(최민수)는 설정상 오십중반 이후(오늘날로 치면 10세 이상 쳐서 65세 이상은 된다고 보아야 한다)임에도 젊은 사람은 넘볼 수 없는 실력을 보이고 있으며 육체적 힘까지 쇠락해 보이질 않는다.

판타지적인 퓨적사극의 가공된 설정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기존의 역사적 사실을 개조한다 할정도로 비틀어 내기보다는 기록되어 있는 사실내에서 미처 표현되어지지 못한 이야기를 창조해내어야 기존 역사와의 충돌은 최소화 하고 극의 흥미는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인데, 우리가 상식적으로 아는 역사적 사실이 무색하게 이것저것 마구 변경한 설정은 인내심의 한계를 테스트한다 할정도로 몰입을 방해하고 있다. 게다가 백동수와 여운의 운명이 갈리는 사도세자의 죽음과 같은 빅이벤트 조차 긴장감을 크게 불러 일으키지 못하는 연출은 도데체 어찌할 것인가.

 

 

 

과거 퓨전사극의 걸작인 드라마 <추노>에서 대길의 동료 추노꾼들을 황철웅이 해하는 장면은 아직도 잊지못할 만큼의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대길이 최장군의 위험을 깨닫고 간신히 쫒아오자 범행장소에서 숨어 있던 황철웅은 칼을 뽑아 나서려다 대길이 송태하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보고 다시 칼을 집어넣으며 대길과 송태하의 반목이 본격화 되게 하는 계기가 된 장면은 가히 걸출한 연출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실한 시나리오와 부실한 연출이 만나 기대되는 신인인 지창욱과 연기경력이 무색하게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 유승호는 안타깝기만 하다. 역사적 사실을 그저 하나의 장치로만 사용할 만큼의 가공된 설정이 많은 드라마라면 그에 상응하는 교훈적 이야기거나 아니면 아예 미친 영상미라도 보여주어야할 것인데 이도 저도 아닌 그냥 청소년 잡지에서나 볼 수 있는 무협 만화책을 읽고 있는 듯한 이 느낌은 어떻게 해야할까.

 

스파이명월, 부실한 시노리오와 부실한 연출의 총체적 문제점을 드러내다.

 

주연인 한예슬이 촬영펑크를 내어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데, 필자는 한예슬의 1차적 책임이야 결국 그녀 자신이 지게 될테니 그렇다 치지만 이러한 상황이 와도 반성할 기미도 없는 방송국의 태도가 참으로 오만방자하다 표현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언론플레이가 너무나 극심하다. 온통 모든 죄가 한예슬에게만 있는듯 표현하고 지적할 수 있는 것은 당사자가 아닌 외부의 몫이지 방송국에  그러할 자격이 있는 것인지는 의문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시크릿가든의 마지막회에 제작진의 목소리가 들렸던 사건에서 볼 수 있듯 쪽대본과 말도 안되는 열악한 환경을 연기자들이 이겨내고 촬영에 임하는 것은 그들이 대단하다 할 것이지 방송국이 잘한 일은 아닐 것이고, 반대로 말하면 개선되지 않는 환경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방송국에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테니 말이다.

스파이명월의 두 주인공 에릭과 한예슬은 괜찮은 배우라 할 수 있다. 자기가 맡은 역할을 스스로 최대치 이상의 매력을 뽑아 낼 수 있는 연기자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장르적 특성을 잘 살리는데는 훌륭한 배우라 평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한예슬의 전작이자 팔자가 너무나 재미있게 보았으며 꽤나 대중적으로 흥행하여 화제가 되었던 '환상의 커플'과 같은 스타일의 드라마에서는 한예슬외에 다른 사람을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너무나 잘 어울렸던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물론 에릭과 한예슬은 다양한 배역을 맡기에는 기본적인 연기력이 부족한 편이고, 마찬가지 이유로 연기변신 또한 쉽지 않기에 한번 히트를 치고 나면 공백기를 오래 갖는 경우가 많다는 특징이 있다. 한번 만들어진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한 시간이 작품이 히트와 비례하여 걸리기 때문이다. 결국 이미지에 걸맞는 작품을 찾아야 하는 제한이 있다는 말이고, 필자는 한예슬이 오랜만에 드라마에 출연하게 된다는 소식을 처음 듣게 되자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스파이명월>은 한예슬의 이미지와는 일정부분 어울리는 부분이 없잖아 있었지만 충분치는 못하였고, 한예슬의 연기력이 부족한 시나이로를 커버할 정도로 훙륭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이도저도 아닌 작품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밖에 넌내게 반했어 등 여타 드라마는 이미 많은 지적을 받은 바 있으니 생략히겠다.

 

선방하고 있는 보스를 지켜라, 공주의 남자, 여인의 향기, 광개토태왕의 공통점

최강희와 지성이 주연을 맡고 있는 보스를 지켜라는 제목의 가벼움 만큼이나 유쾌한 케릭터와 유쾌한 웃음을 주고 있고, 공주의남자는 주연배추들의 열연이 호평받고 있으며, 여인의 향기는 원톱주연 드라마의 기본을 잘 보여주고 있다. 추노, 선덕여왕, 시크릿가든, 최고의사랑과 같은 큰 화제는 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드라마의 성격에 맞는 기본에는 충실하여 시청자에게 시청해야할 동기부여에는 성공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여인의 향기를 예를 들면 김선아가 과거 <내이름은 김삼순>라는 드라마에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만큼 앞서 이야기한 긴 공백기를 가졌고, 개인적으로는 흘러버린 시간만큼이나 다시 김삼순과 같은 배역을 소화해 낼 수 있을까라는 작은 의문부호를 잠시 가진바 있는데 막상 보게된 여인의 향기는 우려가 무색하게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예컨데 어떤 드라마가 화려한 스케일을 가지려면 그 스케일에 걸맞는 소재와 알찬 시나리오, 짜임새 있는 구성을 가져야할 것이고, 이러한 좋은 조건들은 연기자의 매력을 120% 끌어내는 환경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며, 여인의 향기처럼 원톱배우에 이야기가 집중되는 드라마라면 작은 스케일이라 할지라도 아기자기함과 배우의 케릭터를 잘 살리는데 주력하면 될 것이다. 

지금 부실한 시나리오와 부실한 연출을 보이는 드라마가 너무나 많다. 연기자도 사람인데 좋은 작품을 만나야 힘이 날 것이고 좋은 작품이어야 또한 시청율이 높아지면서 열악한 제작환경속에서도 화이팅 하기 좋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부실한 스토리와 부실한 연출로 인해 작품의 시청율이 부진하다면 있던 힘도 빠지고 의욕도 저하되며 연기자로서의 정체성에도 의문을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기억하는 명품드라마는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와 연출은 기본이고 주연들 케릭터의 미친매력, 또한 명품조연들의 호연까지 두루두루 흠을 하나라도 잡기는 커녕 감탄할 시간도 부족할 정도로 훌륭하다. (선덕여왕처럼...) 어찌보면 이글에서 필자가 지적하는 부실한 시나리오와 부실한 연출의 문제점은 솔직히 말해 장점이 더 크다면 단점은 뭍힐만한 문제로 볼 수도 있다. 즉, 어떤 드라마 추구해야할 방향의 한가지가 훌륭하여 부족한 다른점을 메꾸는 것조차 하지 못하는 드라마라면 문제가 아닐 수 없고, 여기서 우리는 시나리오 작가의 육성과 제작시스템의 개선이 필요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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