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인 아이돌그룹 폭풍컴백, 7월의 진검승부가 중요한 이유

6월 26일 SBS인기가요에는 의미깊은 장면이 연출되었다. 나름대로 국내에서 정상급으로 분류되는 아이돌 그룹의 무대를 한꺼번에 볼 수 있었음은 물론이고, 다음주면 티아라의 컴백까지 앞두고 있으니 5~6월 두달여간 뚜렷한 적수 없이 비스트가 Fiction이라는 드라마틱하면서도 파격적인 곡으로 흥행몰이를 하고 씨크릿이나 fx가 바통을 잇는 조금은 심심한 상황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가요계, 7월의 진검승부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

 

2011년 6월은 소녀시대의 프랑스공연으로 촉발된 K-POP 열풍을 온갖 미디어에서 집중 조명하느라 바쁜 한달이었다면 실제 그 시기 가요순위프로그램은 비스트(Fiction)가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6월을 마무리 하는 마지막주 SBS인기가요에 총출동한 한류바람의 당당한 주인공들의 면면을 보면 정말 이례적인 현상이라 아니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함을 알 수 있다.

- 2NE1 '내가 제일 젤나가'
- 에프엑스 'HOT SUMMER'
- 시크릿 '별빛달빛'
- 씨스타 나인틴 'Ma boy'
- 투피엠 'Hands up'
- FT아일랜드 'Hello Hello'

 

드물게 보는 진검승부

가요계에서 나름대로 아이돌그룹의 순위를 정하는 것은 암묵적으로 다수의 동의를 거치기 마련인데, 대체적으로 히트곡의 수와 데뷔연도를 감안하며 거기에 약간의 주관적 평가가 개입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크릿과 씨스타 에프엑스는 후발주자이면서도 사실상의 확고한 영역을 구축한 예로 앞서 데뷔한 소녀시대나 2NE1과 같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뒤이어 데뷔한 여러 후발주자들과도 큰 격차를 보이고 있고, 사실상 현세대의 아이돌그룹은 씨스타정도까지를 마지막으로 인기의 정점에서 마침표를 찍었다고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어찌보면 씨스타나 미쓰에이등은 데뷔후 1년전후의 짧은 활동에 불과할 뿐이지만 그 뒤로 우후죽순처럼 대거 등장한 아이돌그룹중 주목받는 신인은 오로지 에이핑크 하나정도일 뿐이니 이제 아이돌그룹 시장은 극도의 팽창기를 거쳐 질적인 완성도를 갖춘 그룹들의 인기를 공고히 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고 이러한 추세는 적어도 1년이상은 지속되리라 개인적으로는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대개는 대형기획사들이 자사의 대표가수들을 타사와 정면으로 부딪힐 수 있는 컴백시기는 잘 잡지 않는 것이 일종의 관례처럼 통용되어 오고 있지만 가끔은 그것이 무너지는 예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2010년을 가장 뜨겁게 달군 소녀시대의 'Oh'는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2AM과 진검승부를 벌렸고 '죽어도 못보내'라는 명곡을 비운의명목으로 만들어 버렸다.

 

2PM, 애프터스쿨, 옴므

2PM의 '핸즈업'이라는 곡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꼭 그렇게 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른...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 가요계에서 2PM이 자리 잡은 확고한 영역은 이미 충분하므로 항상 최고여야한다는 부담감을 덜고 지속적 활동을 위한 교두보로 '핸즈업'이라는 곡을 내놓았다는 느낌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콘서트 레퍼토리 중 하나로도 좋아 보인다. 과거 GOD의 하늘색풍선이라는 곡처럼...)그에 비하면 에프엑스는 컴백타이틀곡도 아닌 후속곡인 '핫서머'로 뮤티즌송이라도 차지했으니 나름 요즘 높아진 위상을 실감케 해주고 있다. 아무튼 2PM은 한번쯤 쉬어가는 타이밍으로 본다해도 가요대상까지 차지했던 경력에 비해 조금은 체면을 구겼다고 볼 수도 있다.

필자가 현재 주목하는건 7월 초중기를 다툴 2NE1과 티아라의 수위권 진검승부와 그 여파에 의해 불과 한두주 차로 먼저 컴백한 에프엑스와 FT아일랜드 김현중 투피엠 등이 어떻게 체면치례를 하고 수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가 여부, 그리고 1주 차이로 뒤이어 돌아올 옴므(창민,이현)나 애프터스쿨의 두 유닛은 어떤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민경훈도 she라는 곡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이렇게 정상급 아이돌그룹이 다수가 비슷한 시기에 활동하게 되면 국내팬들에게 일종의 등급 나누기를 당할 수 있게 되는데, 물론 이런 현상을 필자가 바람직하다고 보는 것은 아니나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있는게 오늘날의 10대들이라 할 수 있으므로, 이미 존재하는 현상 자체를 부정하고 없는일로 만들수는 없기 때문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KBS의 뮤직뱅크는 세계 K-POP팬들이 공유하는 순위프로그램이므로 7월 초 벌어질 여러 아이돌그룹의 진검승부는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세계팬들에게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최고관심사는 티아라 vs 2NE1

 

티아라는 Bopep Bopep이란 곡으로 걸그룹 중에서도 수위권에 진입했다는 평을 받아왔지만 지난해 발표한 두곡이 연속해서 그다지 신통치 않아 티아라거품론에 휩싸이기도 했다. (필자는 티아라의 작년 타이틀곡 yayay를 아주 강한 논조로 비판한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티아라는 신곡 '롤리폴리'의 티저영상을 선보였고, 이미 상당히 큰 기대를 받고 있다.

 

필자가 음악을 감상하는 주 포인트는 전체적인 완성도가 높던지 아니면 보컬하나만 집중해도 충분히 좋은 감상을 할 수 있는 곡이라던지, 곡과 퍼포먼스의 조합이 이상적이라던지 어떤형태로든 무엇하나라도 확실하면 인정하고 열린마음으로 두루 즐기는 편이다. 반면에 무엇하나 확실하지 않고 두루뭉실하거나 이도저도 아닌 곡을 가장 좋지 않게 평가하고 있다.

티아라는 작년의 부진을 뒤집기 위해서 절치부심하였는지 가장 티아라 스러운 느낌의 곡 '롤리폴리'로 컴백할 것을 예고하고 있는데, 필자 개인적으로는 '롤리폴리'예고편을 감상해본 결과 흥겹기와 중독성이 대단하여 큰 흥행을 점치고 있는 중이다. 아이돌음악을 즐겨듣지 않는 세대라면 필자가 비판한 바 있었던 'yayaya'와 '롤리폴리'가 무엇이 다르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상당히 큰 차이를 가지고 있다.

'yayaya' 의믜를 알 수 없는 단어의 나열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 곡의 몰입도를 크게 떨어뜨렸다면 '롤리폴리'는 곡의 도입부터 익숙한 듯한 멜로디와 흥겨운 리듬, 그리고 무엇보다 '이건 티아라스타일'이라고 할만큼의 강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게 장점이라 할 수 있다.

 

 

2NE1 역시 독특한 자기 색깔을 갖는 노래를 선보였다. 타이틀곡인 '제일잘나가'는 그런 의미에서 2NE1표의 음악의 정점을 찍을 곡으로 볼 수 있을 듯 싶다. 2NE1이 타이틀곡을 내세울 때 즐겨 내세우는 일렉트로닉과 힙합을 기반으로 여러 장르를 혼합해 선보이는 '제일잘나가'는 위에서 언급한 자기 영역 지키기 뿐 아니라 유튜브를 중심으로 세계팬들의 기대를 한껏 받으며 점차 세계로 그 발걸음을 나갈 기반을 착실히 쌓아가는데 한몫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빠른 확산속도를 보이고 있는 한류의 흐름 중 프랑스에 먼저 발걸음을 뗀 것은 SM소속 가수들이지만 유럽과 남미에서 가장 인기 있는 그룹은 역시 YG의 빅뱅과 2NE1이고, 론리라는 곡은 공식활동도 없이 유튜브 조회수만 천만이 넘었을 정도로 큰 관심을 받은바 있다.

음악의 색깔이 중요하다.

 KBS스페셜에서 미국이 유명 프로듀서그룹에 소녀시대의 '런데빌런'을 비롯한 한류스타들의 영상을 소개하고 미국진출에 대한 의견을 묻자 매우 긍정적인 대답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어 한결같이 차별화된 색깔이 필요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미국시장에 전세계의 음악이 선보이고 있다면 그중에서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지고 진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말이다.

2NE1을 필두로 여러 인기그룹이 경쟁을 벌이게 될 7월 뿐 아니라 그 이후로 한국의 가요계는 점점 풍성해진 가수들의 풀이 가속도를 붙여가며 인기경쟁에 돌입하게 될 것이다. 한류를 통해 세계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국내가요계가 중심이 되어야 하고 우리네 현실로 비춰볼 때 많아진 가수들의 수는 암묵적인 룰인 돌아가며 컴백하는 와중에서도 직접적인 진검승부가 벌어지는 횟수가 더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그러려면 마냥 승부를 피해서 컴백할 수 만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점점 정상급 아이돌 그룹의 진검승부는 날이갈수록 점점 더 많이 볼 수 있게 되고, 그러면서 세계시장에 문을 두드리는 시험대에 서 있는 오늘날의 K-POP그룹들은 자기 색깔의 확보에 더욱 열중하게 되며 그 경쟁의 승자가 앞으로의 K-POP열풍의 승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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