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윤하나 임정희와 같이 실력파가 위탄 무대에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또는 소녀시대의 태연이나 근래 대세로 불리우는 아이유, 2NE1의 CL도 떠오른다.

왜일까?

이들은 모두 위대한탄생의 멘토들이 활약했던 80,90년대와 달리 완전한 기획사 중심의 가요계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가수들이기 때문이다.

'비'나 god 정도의 현 3대 기획사의 초기세대라면 그 앞선 세대의 흔적을 어느정도 간접적으로 느껴봄직 하지만 2005년 이후에 데뷔한 이들은 자그마한 흔적조차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온전히 대형기획사 위주로 가요계가 흘러가고 있는 중심에는 SM이 있었고, SM은 HOT나 동방신기를 키워내며 얻은 노하우의 결정체로 소녀시대를 선보였으며 태연은 소녀시대를 존재케 한다 할 수 있는 메인보컬로 남다른 의미를 가진 멤버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서태지와 아이들의 멤버였던 양현석이 지누션과 원타임을 잇따라 히트시키고 마찬가지로 그 결정체로 내놓은게 빅뱅이었다면 그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선보인 2NE1이라는 그룹의 리더 CL은 만일 SM이었다면 데뷔시켰을까 라는 의문이 드는 멤버로 렙과 보컬을 모두 아주 강한 개성으로 뽐내었다.

 

임정희 윤하, 기획사 중심의 가요계에서 살아남은 특별한 케이스

임정희가 만일 위탄 무대에 서 있다면 어땠을까. 혹은 윤하가? 내가 이런 생각을 해보는 것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전 세대의 가수에게서 느낄 수 있는 감성을 기획사에서 트레이닝 받은 아이돌에게서는 찾아 보기 어렵고 위탄이라는 무대가 듣는 음악의 부활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았을 때 윤하나 임정희가 위탄처럼 조명을 받을수 있는 시스템하에서 데뷔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기 때문이다.

 

위대한 탄생 TOP12 생방송

 미션 키워드는 '한국 가요 황금시대 8090'. TOP12는 8090의 명곡을 자신들만의 색깔로 재해석 해야 했다.

생방송으로 열두명의 무대를 보며 느낀 점을 두가지로 요약해 이야기해 보자면 첫째로는 그들 모두의 무대는 아름다웠지만 멘토스쿨을 거친 것 치고는 전반적으로 단점이 아직 많이 보였고, 두번째로는 그들 모두가 기대 이상으로 무대를 즐기는 모습이어서 너무나 보기 좋았다라는 것이다.

생방송 무대의 딜레마

모든 오디션 프로의 딜레마는 바로 생방송이라는 특성과 그간 방송을 타며 얻은 인지도와 인기가 어떻게 경합을 벌이느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지금까지 보아온 여러 모습을 통해 참가자 개개인의 인지도와 인기가 탈락자를 결정하게 되는 생방송 무대에서의 무대 자체만으로 평가되는 부분과 맞부딪히고 시청자들이 과연 어느쪽에 더 많은 손을 들어 주는가에 탈락여부가 달려 있다는 것이다.

 

위대한 멘토들의 상이한 흐름 감지

방시혁과 김윤아는 대부분의 참가자에게 전반적으로 점수를 짜게 주었지만 크게 다른점은 김윤아는 김태원처럼 점수를 주기 시작했고 방시혁은 처음 그가 취했던 입장으로 돌아갔다는 점이다.

인터넷의 반응이나 일반 시청자들에게 점점 인기를 높여가고 있는 백청강의 무대에 방시혁은 8,9 점을 주고 김윤아는 대부분 가장 낮은 평점을 주었던데 반해 드물게 상당히 높은 점수인 9.4점을 준 것은 의미심장하다 할 수 있다.

황지환 - 35.1
권리세 - 35.4

멘토의 점수로만 보면 탈락자 황지환과 권리세는 적 잖은 점수를 받아 중간이상의 성적이라 할 수 있는데, 오히려 상당히 낮은 점수인 33.4점을 받은 손진영이나 34.8의 점수를 받은 백새은은 합격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은미, 가장 아쉬웠던 멘토

낮은 점수를 받은 참가자들에게 가장 낮은 점수가 돌아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앞서 말한 방시혁과 이은미 때문이었다. 그들이 비교적 좋은 점수를 준 참가자와 반대로 낮은 점수를 준 참가자는 무엇이 달랐던 것일까. 그리고 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손진영과 백새은은 합격하고 황지환과 권리세는 탈락하고야 만 것일까?

 

이것이 바로 생방송의 묘미이다. 위탄의 그간의 방송을 꾸준히 지켜본 사람들이 참가자 각각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해 팬이 된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그 보다는 생방송 자체로 평가하는 사람이 더욱 많았던 것이고, 문자투표를 한 사람들에게는 이은미가 낮게 평가하는 참가자의 노래가 듣기 좋았던 것이다.

그중 가장 특별한의 의미를 갖는 참가자는 손진영이었다. 그가 부른 임재범의 '이밤이 지나면'은 그간 멘토들이 지적했던 무겁고 처절한 이미지를 벗어나 '새롭게' 보일 정도로 멋진 무대였다.

그런데 방시혁은 "여유로운 무대였지만 멘토의 선곡이 가진 장점이 덜 들어 갔다" 며 8.6점을 주고, 이은미는 "부족한 리듬감 때문에 노래에 완벽히 젖어들지 못했다"라며 가장 낮은 점수인 8점을 주었다. 

 

무난했던 무대, 즐겼던 무대

위대한 탄생은 오디션 프로이니 만큼 무언가 색다른 느낌이 있다. 필자 개인적으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김혜리에게서 '변진섭'의 노래가 갖는 매력 보다는 그녀 자신의 매력을 잘 살려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으며, 데이비드오는 자유로운 영혼을 보여주겠다는 다짐을 온전히 살렸다는 느낌 보다는 전반적으로 살아나고 있다는 느낌, 그리고 조형우 역시 데이비드 오처럼 긴장한 모습이 역력 했지만 매력만큼은 무난히 살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비교적 좋은 점수를 받은 참가자들은 대개 아쉬운 부분이 조금식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매력만큼은 재확인 시켜주주고 나아가 즐기는 모습까지 더해 흐뭇한 기분이 들게 했다.

 

이렇다보니, 무난하고 즐기는 그들외의 다른 참가자들에게 눈길이 갈 수 밖에 없었다.

노지훈
필자가 늘 노지훈을 평가함에 있어 자주 하는 말이 모든 면에서 무난하지만 무엇하나라도 실수하거나 모자란 모습을 보이면 가장 크게 무너질 수 있는 타입임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인지 잘 찾아내 돋보일 만큼의 뛰어난 한가지는 없더라도 종합적으로 자신의 매력을 완성도 높게 표현해 내는게 그의 가장 큰 장점이라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아슬아슬해 보이면서도 선보이는 무대마다 맞춤옷을 입은듯 잘해내고 그것이 반복되다 보니 노지훈의 선곡과 안목이 프로로서 충분하겠다라는 긍정적인 인식이 들었던 것이다.

 

백청강
비음이 지적되면 될수록 자꾸만 오히려 눈길이 갔고 멋진 가수로의 변신을 계속해서 지켜보게 하고 기대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나미의 '슬픈인연'을 부르는 백청강은 이날 무대에서 정희주와 함께 완성도가 가장 높은 무대로 보였다. 특히 전반부의 호소력있는 전개와 후반부에서의 그간 보기 어려웠던 시원하게 터지는 고음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정희주
필자가 보기엔 박상민의 <하나의 사랑>을 매우 훌륭하게 소화해 내었고 감정표현도 매우 좋았는데, 만일 김태원이 9.5점을 주지 않았다면 정희주의 총점이 35점을 넘을 수 없었을만큼 다른 멘토들은 너무 짜게 그녀를 평가 했다.

 

 

백새은-손진영의 부활과 권리세와 황지환의 탈락

권리세와 셰인은 여러가지 면에서 가장 부족해 보이는 참가자였다. 하지만 권리세는 매력적인 음색과 강한 근성으로 인정받아 TOP12에 남게 되었으며 셰인은 참으로 찾아보기 힘든 미성으로 폭 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 둘의 차이점은 아름다운 음색의 정도의 차이와 개성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즉, 셰인의 미성이 갖는 매력의 그 특별함으로 팬층을 양산해낼 정도지만 권리세는 비슷한 조건임에도 그 정도가 종이 한자의 차이로 약했던게 아닌가 싶은 것이다.

 참고적으로 필자가 응원하는 참가자를 밝히자면 백청강과 백새은이다.

 

백새은과 손진영, 중간집계 꼴찌 극복은 시청자가 기적을 선택했기 때문이다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탈락할 것만 같은 위기를 숱하게 겪고 나서도 계속해서 변신하고 아름다운 무대를 보여줌으로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강하게 움직였다. 시청자들은 기적을 바라고 선택했던 것이다.

 손진영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는 순간 처음부터 이건 뭔가 아니다라는 느낌이 들었지만 시청자들도 결국은 멘토의 판단에 영향을 받고 마는구나 라고 수긍할 뻔 했는데, 나의 오해였다.

 백새은은 두차례의 탈락위기에 있는 두명의 명단에 계속해서 올랐음에도 짜릿한 역전을 했다. 이건 마지막 순서였던 그녀의 무대 자체의 매력이 투표를 이끌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였다. 그녀의 멋진 변신과 다른 참가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았던 그녀만의 음색이 시청자들에게는 매력적으로 어필되었던 것으로 풀이해 볼 수 있다.

 백새은은 주주클럽의 '나는 나'를 불러 34.8의 낮은 점수를 받고 말았지만 김윤아가 보고 싶어 했던 바로 그 참 매력을 발견해가는 듯한 그녀의 무대위 모습은 산뜻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그리고 그것을 시청자들은 알아보았던 것이다.

 

p.s 권리세탈락에 대해 조작설 논란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애초에 시스템이 갖는 한계를 용인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누군가가 앞서 부르고 또 뒤에서 부른다. 앞서 불러 먼저 투표를 유도할 수 있다면 뒤에 부르는 사람은 조금만 못해도 아주 낮은 투표를 받을 가능성이 높고 잘 해낼 경우에는 막판표를 몰려 받을 수 있다. 뒷 순서일 수록 변수가 크게 강해진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수십 수백이 아닌 수백만에 이르는 투표는 평균적인 시청자의 의견을 반영한다고 믿을 수 밖에 없다. 이것은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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