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발전의 혜택이 고루 돌아가지 못하고 부의 집중현상이 발생하여 빈부격차가 크게 벌어지게 되면 많은 사람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고 맙니다. 이럴 때 흔히 사용되는 단어가 '공정사회'이며 이러한 구호를 외치며 떠드는 정치인들이 생기게 마련이조.

반면에 지난해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던 <EBS 지식채널e>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편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이유은 무모한 도전이라는 편견을 깨고 부의 분배와 기회의 공평함이 나라경제에도 크게 이바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방송 내용의 진실여부를 떠나서...)

세상사람들은 이렇게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는 것을 늘 바라고 지향하지만 그것은 결코 쉽게 얻어지지 않습니다. 스폰서검사나 장자연 사건 등에 대한 수사가 부실하여 피해자가 있고 가해자가 있는데 처벌받는 사람은 없는 기이한 현상을 너무 자주 목격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는 이 공평함이 깨지는 순간 사람들의 마음은 적대적으로 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 참여정부 때 뿐 아니라 그 전전 혹은 이번 정부 까지 어느시대를 막론하고 큰 잘못을 저질러 수를 헤아리기 힘든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준 사람들이 무슨날이다 해서 풀려나고, 그 대상자들이 눈 감고 찍어도 뻔한 사람들이라는 것은 수십년동안 변치 않은 일이어서 이제는 허탈함도 느끼기 힘들 정도 입니다. 하지만 언제든 다른 어디선가 룰을 깨지고 특혜가 있다고 여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그 대상을 집중 난타하게 됩니다.

<나는 가수다>의 김건모와 제작진은 정말 너무나 큰 사고를 치고 말았습니다. 룰을 깬 것이조. 방송 내용중에는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기 위해서라도 결과를 받아 들이고 빠지겠다고 하더니 결국 제작진과 개그맨들의 요청을 받아 들여 다시 재도전하게 되는 모양새가 되었는데 이 부분이 참 시기가 좋지 않은 선택이라 할 수 있는 것이조. 세상 사람들은 불공평한 일을 너무 자주 접해 그 원망을 할 곳이 없어 답답한 마당에 방송에서조차 룰을 깨는 모습을 보자 화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니난다면 오히려 이상하다고 할 수 있조.


나는 가수다, 룰의 개정이 필요

필자는 사실 <나는 가수다>가 방송을 타기 전 의외의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조심스레 예측해 보았지만 이정도로 좋은 반응이 올지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시청율이 그렇게 타 방송에 비해 압도적으로 좋은 것은 아니지만 편집에 대한 아쉬움 등 일부 문제제기가 되고 있던 부분도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는 응원일 뿐 대체적으로는 호평일색이어서 이대로 좋은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시청률 역시 점점 더 오르는 것은 시간 문제였을 뿐입니다.

7위로 탈락한 김건모의 재도전에 대해...
김건모는 그와 동시대를 살아간 이들이라면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힘든 대단한 가수임은 틀림 없습니다. 그러나 세월은 물흐르듯이 흐르고 그를 잘 모르거나 혹은 그의 음악을 직접적으로 느껴보지 못하고 간접적으로만 접했던 이들에게 김건모를 모른다고 탓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필자가 늘상 주장하는 바 앞선 세대에의 존중은 반드시 부모세대로부터 후대에게 가르쳐야할 중요한 덕목이고, 인터넷 시대를 맞아 함부로 남에 대한 평가를 쉽게 내리는 행위가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 경계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다수의 대중에게 불편함을 안겨주는 행위를 방송에서 자초하고 참가한 다른 가수들 역시 선배에의 예우인지 아니면 진심이지 모르겠으되 룰을 깨는데 동조하는 모습은 과히 언짢은 것 이상의 좋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연출자 김영희 PD는 "우리 취지가 누군가를 탈락시키는데 있지 않고 좀 더 훌륭한 무대를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데 있다. 7위를 한 가수가 누구더라도 재도전의 기회를 주고 본인의 선택에 맞기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 듯 한 이런 식은 누구도 반겨하지 안을 최악의 선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아직 방송 초기임을 감안하여 가수가 미션곡 한번에 좌절하지 않고 정해진 룰을 깨 시청자들을 불편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룰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즉, 애초에 룰을 2회에 걸쳐 7위를 했을 경우 탈락자가 되게 하게 하는 것이 '누구는 재도전하고 싶으면 하고, 아니면 말고' 식의 불투명한 진행을 하는 것보다 현명한 선택일 것입니다. 나아가 1회 7위를 했더라도 다시 2회정도 1위를 하면 꼴찌 했던 기록을 뺄 수 있게 해주는 식의 보완도 괜찮습니다. 즉, 보다 유연한 룰을 만들어 단 한번의 미션 실패에 바로 탈락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 주는 것입니다.

아니 재도전과 룰의 개정이 어떻게 다른가 하고 묻는 분이 있다면 엄연히 크게 다르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굳이 필자가 주장하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룰의 개정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어짜피 탈락자가 발생하더라도 참가자 모두가 최고라고 인정 받는 가수들만 섭외되고 출연하기에 이 프로그램은 기대를 받고 있는 것이고, 그렇다면 보다 다양한 매력을 선보이기 위한 보다 나은 방법을 찾는 것에 대해서는 시청자들은 거부감을 가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해진 룰을 스스로 깨는 행위는 정말 큰 잘못으로 혹독한 평가를 받아 마땅합니다. 김영희 PD의 해명은 룰일 깨진 이상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작가 김수현씨가 한마디 했다. 불리한 선곡이었지만 김건모의 탈락이 <나가수>에 앞으로 출연할 빅가수들에게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한국의 대중가요사에 있어 김건모 이상의 커리어를 가진 가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많지 않은 지금 김수현씨가 말한 "깨끗이 받아들여! 그래야 건모가 건몬거야!"라고 표현은 정말 와닿는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번일은 어찌 보면 <나는 가수다>가 근본적으로 안고 가야할 탈락자에 대한 부담감을 덜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도 할 수 있는데 오히려 그 반대의 결과가 되고 말았다.


 

방송 취지, 제작진 스스로가 저버리나

서바이벌 프로라는 것이 <나는 가수다>를 화제의 중심이 되게 만들었고, 그 대형가수들이 벼랑끝에 서 있는 듯한 그 긴장감이 이 프로그램의 생명입니다. 이런 긴장감 있는 프로에 출연하게 된 가수들이 대단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소라가 말한 대중과 자주 접하는 것이 가수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일이라는 말이 진정있게 들리려면 룰이 있는 프로에 출연한 이상 그 룰을 존중하는게 출연결정을 한 것 이상으로 필요한 일입니다.

필자는 <나가수>에 대한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속에서도 첫 탈락자가 발생할 때의 잡음이 이 프로그램의 고비가 될 것이라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이 예상은 가장 안좋은 형태로 드러나 버렸고, 너무나 아쉬운 마음이 들게 합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참가한 7인 모두가 대단한 가수들이지만 그 참가의 용기가 빛을 발하려면 얻는 것과 잃는 것 모두를 생각했어야 했고,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 했어야 합니다.

박정현을 아는 사람들은 그녀의 대단한 가창력을 방송을 통해 자주 접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다랠 수 있어 좋았고, 이소라의 애절한 노래와 정엽과 김범수의 난이도 있는 스킬을 접할 수 있는 기회에 너무나 행복한 일입니다. 이 모두는 다시 방송의 위력을 업고 더 많은 세대에 이 대단한 7인의 인지도를 더 넓혀주는 계기로 이어지고 음원판매 역시 결정 된 이상 경제적인 부가적 효과도 발생할 것입니다. 반면에 어떤 자세로 임하는가는 날카로운 양면의날이 되어 아슬아슬한 경계를 걷게 하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고, 이는 처음부터 예견된 일이기도 합니다.

아무쪼록 상승흐름을 타고 있던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가 편성취지를 살리고 인기몰이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이번 일과 같은 좋지 않은 선례를 바로 잡고, 개선해야할 것입니다. 이번 논란은 프로그램의 가장 큰 중심인 룰을 스스로 깼다는 점에서 그냥은 잊혀질 일이 아니므로 어떤 형태로든 바로 잡으려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이대로 밀고 나간다면 룰의 문제라는 특성상 두고두고 말이 나오고 일정 수준 이상의 시청율 상승을 막는 가장 큰 방해요소가 되어 돌아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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