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는 누구인가

 영화 '라스트갓파더'로 화제의 중심에 있는 심형래 감독이 코미디언으로 활약할 당시에는 정말 견줄 자를 떠올리기가 힘들 정도로 압도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지금에서야 '디워'를 통해 심형래를 처음 알게 되어다는 사람이 많지만 아마도 서른 중반을 넘긴 세대라면 심형래의 코미디를 대개 기억하고, 그의 활약이 얼마나 대단하였는지를 떠올려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재미 있는 것은 당시를 가장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을 40~50대 뿐 아니라 필자와 같은 서른 중반의 나이대는 어렸을 때 그를 접하게 된 케이스임에도 불구하고 심형래에 대한 여러가지 추억이 있다는 점이다. 예컨데 그가 출연한 SF영화 '우뢰매'는 돌이켜보면 참 작품성이라고 할 만한 건덕지는 없어 보이지만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고 그 때의 나로 다시 돌아간다 해도 '우뢰매'는 보고나서 후회할 만한 작품은 아니었다. 그 때의 내 눈높이로는 우뢰매가 좋았던 것이다.

심형래표 영화를 그가 출연한 작품을 일일이 열거해가며 평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이야기 하고 픈 것은 한국의 대중문화가 꽃피운 90년대에 청춘을 보낸 세대가 어린시절에 가장 목말라 했던 문화에의 욕구를 '태권브이'나 '우뢰매'가 충족시켜주었고 아직도 그 고마움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그가 이후에 내놓은 다수의 작품들 또한 마찬가지로 한국영화계가 외면해 온 장르였다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함이다.

 냉정히 말하건데 필자는 '디워'라는 작품 뿐 아니라 심형래표 영화를 선호하는 마니아가 분명 아니라는 점을 먼저 밝힌다. 어린시절의 내가 아닌 현재의 필자는 영화를 보는 기준이 명확히 서 있고, 그 기준은 단한가지라도 충족시켜줘야 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디워는 필자의 기준에 못미치기 때문에 좋은평가를 내리지 않았다. 타겟층과 장르가 명확할 수록 작품성이 좋거나 혹은 작품성따위는 관계 없이 오로지 재미만을 추구하거나 단한가지라도 확실한 작품을 선호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영화계에서 심형래 표 영화가 늘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왜 끊임 없이 화제가 되고 마는 것인지는 필자의 세대가 가장 정확히 알고 있으리라 생각되어 이글을 적고 있다.

'우뢰매'를 보았던 세대 중 다수는 현재 아이를 가진 젊은 부부이거나 심형래가 '영구'로 활동하던 시절 주요시청자들까지 넓혀 생각해보면 손자 손녀를 둔 세대까지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들은 줄기차게 '가족영화'를 만드는 심형래를 응원할 수 밖에 없다. 자 생각해보자. 우리의 기억속에는 대개 할리우드에서 건너온 '할리우드식'가족 영화 '나홀로집에' 나 '미녀와 야수' 같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있을 뿐 한국식 가족영화는 잘 떠올려지지 않잖은가.

한국영화계는 왜 그럼 할리우드가 주목하고 전세계에서 엄청난 열풍을 몰고 온 '나홀로집에'나 '해리포터 시리즈' 와 같은 가족영화를 지금까지 철저히 외면하고 말았을까?  한국영화계가 '조폭영화'에 심취해 우르르 관련 영화가 쏟아내거나, '쉬리' '태극기 위날리며' '공동경비지역JSA'등의 남북관계를 다룬 영화가 대박을 치거나, 그외 여러 흥행성 있는 작품들이 대거 나오기 시작하며 천만관객시대를 열어가는 와중에도 '가족영화'는 실종되어 있었고 오로지 심형래가 고독하게 그길을 걸어 왔으니 그의 뚝심을 반기고 응원하게 되는 관객들이 상당수 있을 수 밖에 없지 않나 싶다. 물론 그의 작품이 때로 '애국심마케팅' 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하고, 너무 감독을 하려 하는 집착을 버리고 제작자 역할만 하는게 더 낫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듣지만 그럼에도그의 '가족영화'로의 도전은 늘 한결같으니 참으로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심형래의 영화를 보러가는 관객들은 논란이 되는 부분을 몰라서 보러 가는것일까? 요즘 같은 시대에? 아니 그럴리가 없다고 보는게 맞지 않을까? 단순히 애국심마케팅과같은 것에 혹해서 보러갈까? 아이를 둔 부모가 된 우리 세대는 심형래를 심중으로 지지하고 있으며, 그가 가족영화를 만들었기에 아이들과 손잡고 보러 가고 싶어서, 그의 영화를 보면 아이들만큼은 최소한 재밌게 보아주니까 등등 다 나름대로 필요성을 느끼고 그 갈증을 풀어 주는 영화의 등장을 환영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근래 진중권씨가 트위터를 통해 '불량식품' 운운하며 심형래를 비판했지만, 나는 그런 그의 태도가 참으로 못마땅하다. '이외수'의 독설이 T.O.P라면 '진중권'의 독설은 일반 커피랄까?

다시 한번 냉정한 이야기를 하자면 심형래보다 더 나은 가족영화를 만드는 좋은 감독이 많이 나오고 투자가 이뤄진다면 심형래는 조만간 은퇴해야 할지도 모른다. 심형래의 영화는 늘 부족한 부분이 있었고, 다음에는 더 나아지겠거니 히면 조금은 나아졌는데 아직도 부족한 면이 많이 보이고...계속 이렇게 반복되어 왔다. 하지만 조금씩이나마 발전하는 그 모습 자체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어쩌면 심형래씨는 한궁영화계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만들어 가는 이 영화들을 보라. 나는 또 도전하고 또 도전한다. 부족해 보인다면 당신들이 나서서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보라" 라고...

과거 한국의 애니메이션이 업계의 철저한 외면을 받으며 세계시장을 주름 잡을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것은 두고 두고 아깝게 생각되는 일인데 오래전에도 이미 일본에 비해 '기획'이라는 측면에서 열세였지만 당시는 그 갭이 극복하기 어려울 만큼은 아니었기에 업계의 노력이 뒷받침 되었다면 충분히 우리의 애니메이션은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었을 것이나 지독하리만큼 철저한 외면속에서 우리의 애니메이션계는 숨죽여 지내다 근래에 와서야 디지털 시대를 맞아 서서히 일부 업체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이렇듯 누군가가 도전해 길을 열어 주고 있고, 그 도전속에서 나믈대로의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가족영화가 필요한 관객들에게 가뭄에 비처럼 작품을 선보여 호응을 얻고 있는 이 와중에 무에 그리 보기 껄끄럽다고 비평같지도 않은 비평을 쏟아 내는 전문가들이 있는가. 심형래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다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보러 가는것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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