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보석, 우수상 수상이 억울한 결정적 이유

  드라마 자이언트에서 정말 최고의 악역 조필연을 연기한 정보석씨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조금은 생소할 수도 있지만 제가 십여년전 읽었던 이영도작가님의 드래곤라자의 한 부분을 인용해 봅니다.

"마법의 가을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 마법의 시간은 모든 장소에 각각 다르게 일어난다. 가을 어느 시기에 누군가 우연히 그 시간에 접어든 장소에 들어가면 온갖 희귀한 일들이 일어나면서 그 짧은 가을동안 그 사람에게는 평생에 기억될 단 한번의 가을이 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자신이 마법의 가을에 들어갔다는 것을 모르고 지나가 몇 년 후에나, 혹은 늙어버렸을 때 겨우 알아차리게 되고 만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가 자기가 일생에서 유일한 마법의 가을에 들어섰음을 깨닫게 된다면 그는 낙엽이 대지를 덮을 때부터 첫눈이 오기까지 놀라운 일을 이룩할 수 있다." - 이영도 '드래곤라자' 中 에서

 어느 한사람에게 일생의 유일한 마법의 가을에 들어섰음을 깨닫게 되는 것은 무엇보다 놀랍고 멋진 일들을 만들어 내는 과정 중 주어진 축복을 혼자만의 작은 그릇에 담아두고 말 것인지 아니면 나누어 곱해지는 기적과 영광의 시작점이 되어 줄 지를 가늠케합니다. 많은 대중을 상대해야 하는 스타에게도 이러한 마법의 가을은 찾아 오는듯 합니다. 필자의 기억에 있는 몇가지 예를 들어 본다면 '여명의눈동자'에서 호연으로 아직까지도 그 아름다움을 잊지 못하고 있는 채시라씨, '첫사랑'에서의 배용준과 최수종 최지우, '선덕여왕'에서의 고현정 김남길,  영화 '친구'에서의 장동건. 최근에는 '좋은날'로 대세아이돌로 떠오른 가수 아이유까지...누군가에게는 준비된 시점에 누군가에게는 미처 준비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어느날 불현듯 찾아오는 강렬한 인생의 한 때는 이렇듯 자신 뿐 아니라 자신을 둘러 싼 환경까지 변화시키는 기적과도 같은 에너지를 분출시키게 됩니다. 

 이중 아직도 그 감흥이 잊혀지지 않는 두가지 작품을 따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우선 2009년 한해를 가장 뜨겁게 달군 '선덕여왕'은 고현정이라는 배우의 밑바닥에 있는 잠재력을 있는데로 끌어내 딱히 견줄 수 있는 이가 없다고 할 만큼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산하였고, 대중들은 브라운관을 통해 흘러나오는 그 에너지에 감응하여 환호로 화답하여 주었습니다. 또한 '추노'에서의 대길역을 맡은 장혁은 '추노'이전과 이후를 나눌 만큼 연기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러나 위의 케이스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은 그 한때의 영광의 순간이 지나 세월이 흐른 후 되돌아 보면 그 이후의 삶에 찾아온 변화가 이어지기도 하지만 다시금 언제 그런일이 있었는가 싶게 허무하게 잊혀진 가을을 맞이하게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오랜 세월 한 분야에 몸 담고 꾸준히 활동하며 명성을 이어가는 분들을 진정으로 존경하게 되는 것은 이러한 이치를 조금이나마 몸소 체감하고 느끼는 시기에 가능해 지는게 아닌가 합니다. 예컨데 많은 연기자들이 존경해 마지 않는 연기자 이순재씨는 평생을 걸어온 연기에의 삶을 통해 많은 후배 연기자들의 귀감이 되고 있고, 시청자들 또한 연륜에 묻어나는 연기내공에 믿음을 갖게 되어 이런 명배우가 출연하는 작품에 안정된 지지와 신뢰를 보내게 됩니다.

배우 정보석은 오랜기간 연기자의 길을 걸으며 이미 다양한 역할을 맡아 호연해 왔기에 많은 대중들에게 그를 연기파 배우로 기억하며 필자 또한 연기잘하는 배우로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 '자이언트'의 조필연 역을 맡은 정보석은 제가 알고 있던 배우 정보석 그 이상이었습니다. 정보석씨에게 찾아온 마법의 가을은 연기의 길 초입이 아닌 한참을 지나 찾아왔지만 그 누구보다 강렬한 빛을 내뿝으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감흥을 주었습니다. 고현정의 '미실'역이 선덕여왕에서 빛이 났지만 항상 미실과 같기 어렵고, 정보석씨가 다시금 다른 작품에 출연해도 조필연처럼 된다는 보장이 없는게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요.

굳이 필자처럼 해석을 곁들이지 않아도 시청자들은 위의 내용을 이미 느끼고 있기 때문에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정보석표' 조필연이라는 그 소름끼치는 집념의 케릭터가 남자우수상에 그친것을 본능적으로 거부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언제 찾아 올지 모르는 마법의 가을이 대내외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이렇게 허무하게 그 의미가 반감되어 질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누가 한길을 걷고자 할 것이며, 연기를 하는 많은 배우들은 훌륭한 선배가 이렇게 한길을 걸어 빛을 발할 때에 와서도 적합하지 못한 수상을 하는 것을 보며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항간에는 '빅딜설'들이 나돌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시청자의 감정마저도 건드리고 마는 합리적이지 못한 방송사의 선택이 어떻게 나올 수 있게 되는가부터 짚어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한 개인으로서의 스타 뿐 아니라 집단화된 방송국 또한 영원한 영광은 없습니다. 한순간에 위기를 맞게 되기도 하조. 2009년 선덕여왕으로 MBC가 자존심을 지켰다지만 2010년에는 너무나 초라한 성적을 거둔것을 두고 막연히 운이 없었다 라고 생각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조그만 실수가 크게 돌아와 악순환으로 이어저 위기가 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기 때문에 늘 대중과 함께 해야 하는 방송국은 한순간의 영광에 취하기 보다 시청자들의 눈을 가장 무서워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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