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 굴욕논란에 대해

어제 대종상시상식을 시청하고 난 이후 소녀시대 굴욕논란이 연예게시판 및 트위터 등을 통해 폭발적으로 퍼져 나갈 때만 해도 잠시 그러고 말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일이 이렇게 더 크게 번질줄은 몰랐다. 본래 하루 두개 이상의 포스팅을 자제 하는 필자지만 몇몇 이웃분들의 글을 살펴보아도 내 생각과 완전히 일치 하지 않는 부분들이 있어서 이 포스팅을 하게 되었다.

우선 매년 영화제가 있을 때 마다 이런 논란이 있었음에도 반복되는 이유는 대종상 영화제에 참석한 연예인들이 그저 단순히 즐길 줄 모르거나 즐길 분위기가 아니었던 것 뿐이다. 즉, 소녀시대 뿐 아니라 그 어떤 아이돌, 그 어떤 중견가수가 와도 시상식에 참석한 다양한 연령층을 모두 만족시키기는 어려운 마당에 옆에 앉아 있는 대선배들이 박수도 치지 않고 진중하게 관람하고 있는데 까마득한 후배들이 자신들이 좋아 하는 가수가 나왔다고 덥썩 박수치고 환호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보자. 대종상 영화제의 주인공은 배우 원빈이었고 올 한해는 '아저씨' 원빈의 한해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원빈은 본래 성격이 그렇게 외향적이지 않는 편으로 소녀시대 외의 그 누가 공연을 한다고 해도 크게 웃음 짓거나 환호할 스타일은 아니다. 하지만 관중석에 있는 연예인들의 분위기에 여유가 있었다면 그런 원빈조차도 조금은 부드러운 표정으로 관람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연예인이다.

오늘날 연예인의 본분이 무엇인지 망각한 연예인이 너무 많다. 우리 시청자들은 그들이 왜 굳이 소녀시대를 불렀을까 하는 의문이나 왜 굴욕이라고 할 정도로 참석한 연예인들은 굳은 표정이었을까를 생각할 위치가 아니다. 우리는 그저 그들의 잔치를 축하해주고 더욱 우리를 즐겁게 해주기를 바라면 될 뿐이다. 그렇게 우리는 연예인들을 소비하고 연예인들은 시청자들의 기대와 지지를 바탕으로 먹고살게 된다. 많은 대상을 만족시켜주고 많은 즐거움을 안겨줄 수 있는 연예인일 수록 많은 부를 얻고 그렇지 못하면 일반 직장인들 보다 못한 대우속에서 살아가는게 연예인이다. 우리가 비리를 저지르거나 잘못된 행위를 하는 연예인에게 냉혹하게 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를 저버렸기 때문이다. 이처럼 연예인들에게는 시청자들을 대하는 기본 소양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이번 일과 같은 논란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영화제에 참석한 배우들이 연예인으로서의 기본 소양이 한참 미달된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비록 아이돌 그룹의 춤과 노래라고 할 지언정 오픈된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면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그들이 연예인이 아니고 방송을 통해 그 장면이 방영되지 않았다면 관계 없는 일일 것이나 전파를 타고 시청자들의 눈에 즐거움을 안겨주어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거북한 느낌을 받게 하였다면 당연히 자세의 문제를 지적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일부 화가난 아이돌그룹의 팬들은 '오만했다' 라며 공격을 하기도 하지만 참석한 연예인들이 모두 오만하다는 것은 맞지 않는 이야기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용기가 없었을 뿐이다. 연예인들의 기본 자세를 잊고 즐길 줄 몰랐을 뿐이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그런 장면을 보며 불쾌한 느낌을 살짝 받았을 뿐이다. (팬들은 좀 심하게 받고..)

그냥 그렇게 지나갈 일일 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적하고 싶은것은 소녀시대의 무대장악력 문제라던지 누구 한명한명 굳어진 표정을 담은 화면 캡쳐를 두고 억지 해석은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마음이 굳어진 연예인들이었을 뿐이고 소녀시대는 그러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만한 능력이 없었을 뿐이다.

한가지 가정을 해보자. DJ DOC의 공연장을 가보면 그들의 노래를 알건 모르건 공연장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주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할 줄 알기 때문이다. 관객은 노래를 알건 모르건 신나는 리듬에 몸을 맡길줄 알건 모르건 그들의 리드를 따라만 하다 보면 저절로 어깨춤을 추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그런 DJ DOC조차도 대종상 영화제에서 엉덩이 무거운 사람들을 일으켜 세워 즐길 수 있게 할 수 있었을까라고 생각해본다면 필자는 아니라고 본다. 그 이유는 관객의 비율이 맞아야 가능성이 있는데 대종상 시상식의 참석자들은 시상식을 축제로 여기지 않고 온통 엉덩이를 의자에 깊게 묻은채 즐길줄 모르는 연예인 답지 않은 연예인들만 있었기 때문이다.

빅뱅의 최승현은 가수인데 배우로도 인정을 받기 시작하고 있는 케이스로 그 조차 그다지 웃으며 환호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그런 그를 욕할 수 있을까? 모두가 아니오 하는데 그혼자 예를 할 수 있을까? 용기를 내기에는 그의 나이가 너무나 어리다. 혹시 젊은날의 이하늘이라면 옆에 대선배가 침묵하고 있다해도 개의치 않고 박수치고 즐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는 그런 용기를 낸다는 것은 어렵고 기대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다.

맺음말.

필자는 정치사회적인 이슈와 대중문화에 대한 포스팅을 주로 하고 있는데, 연예인들에 대한 포스팅을 할 때 '당신은 그런 포스팅을 해서 얻는게 뭐요?' 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상황에 따라 다른 답변을 하게 되겠지만 이번 일과 같은 경우에는 이렇게 답해줄 것이다 '연예인들은 일반인들보다 대개 용기가 많은 사람들이어서 그들의 연기와 노래 등으로 한순간이나마 일반인들에게 즐거움을 안겨 줄 수 있다면 그들의 행동에 대한 리뷰 또한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라고 해줄 것이다.

그런 연예인들에게 용기가 없고 대중속에 뭍혀 숨는 다면 그들을 응원해 줄 필요가 없어진다. 개인적으로 이번 논란속에서 위아래 세대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연령대인 30~40대 연예인의 무관심이 가장 아쉽지 않나 싶다. (예를 들면 임창정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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