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 부수고 날치기하고 적나라한 정치풍자

드라마 '대물'의 여주인공 서혜림(고현정)의 본격적인 정치 행보가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얼마전 '대물'의 원작가 박인권씨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원작의 1부와 4부는 영화화할 예정이고, 현재 방영되고 있는 내용이 2부라고 합니다.(3부 역시 드라마활 예정이라는군요)

박인권씨 인터뷰 링크

이 인터뷰를 보면 원작의 성격을 한눈에 파악 할 수 있는데요. 스토리가 힘이 있어야 하므로 흔히 한국드라마에서 보이는 여러집안의 이야기가 얽히고 설키는 그런 주변 이야기는 일체 배제한채 핵심 기둥이 되는 스토리에 온통 집중된 드라마라는 것입니다. 드라마 '대물'은 일부 설정이 원작과 달라졌지만 그래도 기본 성향은 서혜림이 국회의원에 이어 도지사도 되고 대통령까지 수직 당선되는 가파른 정치 행보를 그리게 되는데 재밌는 것은 각 과정속에 한국의 정치판에서 벌어지는 소재가 적절히 삽입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 정치, 보여줄 것 많은 것도 부끄러운 일

드라마 '대물'의 이번 7부 내용은 정치신인이자 초선의원인 서혜림에게 닥친 정치적 신념의 갈등을 그리고 있는데요. 정치에 입문한 여러 출신의 사람들이 본래 정치에 입문하려 했던 뜻은 온데 간데 없고 거수기 역할로 전락하여 기성 정치인들의 부패하고 몰염치한 면만을 배우게 되는 안타까운 과정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정치권도 세대교체라는게 가장 중요한 핵심이슈이고 그동안 한국 정치사에서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기성 정치인들에게 책임을 묻고 새로운 얼굴이 나타나 세대교체의 바람의 선두에 서서 바람몰이를 하는 경우가 적잖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나타난 새로운 얼굴들도 기성정치인들과 크게 다를바 없는 정치 행로를 보이고 말게 되는 경우가 숱하니 국민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조.

'날치기' 사건만 해도 수도 없이 반복되어 온 구태적인 일이지만 이번 7부 에서 보여준 것 처럼 의사당 문을 부수고 단상을 점령하고 날치기 하는 모습을 드라마를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었던 것도 알고 보면 이러한 일들이 부지기수 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안나올 수가 없는 장면이고 부끄러운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대물을 볼때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각난다.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엄청난 국민적 인기속에 대통령후보가 되고 이어서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이런 기존 정치 질서를 무너뜨리고 신념에 의한 행보였다는 점에서 기성 정치인들이 좋아할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자신들이 길과 다른 길을 가고 그것이 성공하는 케이스를 결코 달갑게 볼 수 없는 것이 현 정치권의 현실입니다. 그리고 그 어렵고 험난한 길을 걷고자 했고 실천한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 외에는 찾아 볼 수도 없습니다.

그저 당이 시키는데로 거수기 역할 잘하고 당이 정하는 방향데로 쫒아 가야 하는 대개의 정치인들과 달리 3당합당을 했던 주인공이자 자신을 정치의 세계로 이끌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을 뿌리치고 나온 일하며 부산에서 내리 낙선해도 꾿꾿히 정치 신념을 실현코자 했던 그 뚝심.  몇줄이 글로 이야기 하지만 역대 정치인 그 누구도 쉬이 하지 못했던 험로를 걸어온 그분에게 국민들은 표로 선택해 주었던 것입니다.

서혜림은 노무현 대통령과는 조금 다릅니다. 드라마로 다루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하고, 그렇다고 날림으로 만들수는 없기 때문에 최대한 주변이야기는 자제하고, 하도야는 조배호에 집중하고 서혜림은 신념에 따라 행동하며 날선 행보에 포커스를 맞추어 이야기가 진행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애초에 방송국 아나운서라는 설정하며 남편이 전쟁기자로 나서 죽임을 당하고 돌아오고, 일본 기자는 무사하고 서혜림의 남편만 주검이 되어 돌아 온 일, 강태산이 (김영삼과 노무현사이처럼 훗날 정치적 대립관계) 서혜림을 정치의 세계로 이끌어 주고 이어 초선의원이 되어서도 결코 불합리한 일에 굴하지 않는 등의 압축적인 과정을 그리고 있으면서도 서혜림의 신념이 주변여건과 부딪혀 꺽이지 않고 오히려 두각을 드러내어 성공해가는 것을 섬세하게 그려주고 있는 것입니다.

날치기 그리고 서혜림의 반대표

서혜림은 대화와 타협을 기본으로 합의를 주장하지만 당대표인 조배호는 여당의 강한 이미지를 포기할 수 없기에 힘으로 밀어 붙이는 것을 지시하고 야당이 봉쇄하고 있는 출입문을 여당의원들이 몰려가 점거 하는 과정을 보면 우리가 늘상 보아오던 바로 그 숱한 '날치기'의 전형적인 모습과 다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충격적이게도 서혜림은 당론과 다르게 반대표를 던집니다. 이 부분에서 통쾌해 했던 시청자들이 한둘이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의 질서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 어느 조직에서든 반겨 하지 않습니다만 그 기존의 방식이라는게 옳지 않는 일임에도 관행상 지도부의 의견을 따라 거수기 역할에 그칠 것이라면 왜 굳이 국회에 발을 들여 놓아야 했는지 국회의원들은 부끄러워 해야 할 것입니다.

서혜림은 반대표를 던진 일때문에 당에서 찍히고 말았지만 '날치기사건' 이후 악화된 여론을 환기 시키기 위해 '세대교체론'을 꺼내든 강태산의 전략에 따라(사실은 강태산 본인이 토론에 나가려다가 조배호에게 태클당해 서혜림이 나가게 됨)방송에 출연하게 되고 심금을 울리는 이야기를 남깁니다.

"말안듣는 정치인에게 사랑의 회초리를 때려서 이 나라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려줘야 합니다." 라며 울먹이며 이야기 하는 서혜림의 주장에 시청자들은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정치를 불신하고 혐오하기까지 하며 외면하는 국민들도 잘못이 있고 의례 국민들은 그런 것이기 때문에 오만하게 국민들의 뜻을 외면하고 자신들의 갈길만 가도 된다는 식의 국회의원들은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사랑의 회초리를 때려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내용을 들으면서 전 스스로에게 부끄러웠습니다. 그리고 시청자들 모두가 그러했을 것입니다.

맺음말.

서혜림의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 보여줄 것이 많이 있습니다. 그 소재가 될 만한 것들이 무궁무진하지만 그중에서도 서혜림의 정치신인일때 그리고 도지사가 되었을 때 가장 현실적으로 와닿는 내용들이 보여질 것입니다. 우리는 이 드라마를 보며 우리가 얼마나 정치에 무관심했고 그것이 잘못인지를 깨달았으면 합니다. 드라마 '대물'의 기획의도가 이것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 스스로 보고 느끼고 생각하며 깨달아야 한다는 메시지 말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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