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문화중심 한류. 한류의 중심에는 뭐니뭐니해도 한국드라마가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이런 한국드라마는 해마다 대박을 터트리는 드라마가 하나씩 등장하고는 하는데, 작년(2009년)에는 선덕여왕이 있었다면 올해는 '제빵왕 김탁구'가 그 바통을 이어받고 있습니다.

선덕여왕의 인기 요인을 어찌 짧은 몇마디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래도 손꼽을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비담의 등장과 비담을 연기한 김남길의 열연 그리고 비담의 극중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덕만과 함께 세상을 알아가던 비담은 덕만을 사랑하게 되고 미실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 '사랑은 아낌없이 빼았는 것이다'라는 말을 그대로 실천하며 많은 시청자들을 가슴아프게 하였습니다.

구마준 믿어주는이 없었나.

구일중 회장은 지나치게 구마준에게 가혹합니다. 설령 구일중의 주장대로 자신의 슬하에서 다 누리고 산 마준과 그렇지 못한 탁구를 대하는 심리가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지나치게 차갑게 대하는 것만은 인정해야할 것입니다. 이런 마준에게 힘이 되어주고 믿음을 주는 존재는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구마준은 어릴적 친부모의 비밀을 알게 되었음에도 개의치 않고 구일중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더욱 불태우며 그 일념 하나로 살아오다 그 마침표가 될 수 있는 팔봉선생의 인정서를 받기 위해 팔봉제빵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구마준은 팔봉제빵에서 그를 믿어주고 인정해 주는 존재를 만나게 됩니다.

팔봉선생은 구마준이 탁구를 골탕 먹이기 위해 제빵실을 난장판으로 만든 사건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에게 가르침을 내리며 감화시키려고 노력하고 변화할 것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믿음이라는 커다란 선물을 안겨줍니다. 이뿐인가요. 김탁구는 시종일관 마준에게 사사건건 시비를 당함에도 변치 않는 진심으로 그를 대해 줍니다. 이는 마치 덕만과 유신이 비담을 끝까지 비담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던 것과 흡사합니다.

그런데 비담은 이런 믿음에 어떻게 반응 했었나요. 덕만은 비담을 알아주고 비담이 끝까지 자신에게서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을 믿어 주었는데 오히려 비담 자신이 덕만의 진심을 믿지 못하고 흔들렸습니다. 이러한 흔들림에는 비담을 둘러싼 권력의 추종자들의 계략도 한몫 하였다지만 덕만 또한 비담을 의심하라는 주변의 압력이 있음에도 끝까지 비담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았던 것이니 비담은 스스로 불행의 탑을 쌓아 올린 것이나 다름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것을 빼았으려면 넌 두배로 잃게 되어 있어."

진구가 20화에서 구마준에게 해준 말입니다. 진구는 몸소 이러한 말을 겪은 자로 어두운 과거속에 잘못 된 길을 걷다 참회하고 밝은 곳으로 스스로 걸어 나온 경험을 갖고 있기에 구마준의 행보가 염려스러워 이런 충고를 해준 것입니다.

누군가를 증오하고 남을 밟고 올라서려는 사람은 그 자신이 그러한 아픔을 겪어왔기에 더욱 잔인해지고 마는 것일가요. 지나고 나면 그러한 아픔을 남에게 주는 만큼 두배로 돌아온다는 것을 그 때는 모르고 돌이키기 힘든 잔인한 업을 쌓아가는가 봅니다.

한번 걸어 들어간 길은 되돌아 나올 수 없는 것일까.

마준이 자꾸만 잘못된 길을 선택하게 되는 것은 그의 마음가짐의 중심 부터가 바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자신을 따뜻하게 바라 보아주는 주변의 시선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지 못하고 탁구와 팔봉선생의 진심이 그의 잠자고 있는 선한 본성을 자극 할 때에야  비로소 자신이 가고 있는 잘못 된 길에 대해 잠시나마 흔들릴  뿐 그의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자그마한 일만 생겨도 한번 들어서서 걸어가고 있는 그 잘못된 길로 다시금 빠져들고 마는 것입니다.

"여리디 여린 사람의 마음으로 너무도 푸른 꿈을 꾸는구나"

미실이 이말을 하던 장면을 떠올리면 그 묘한 감흥이 다시금 떠오르게 되는데, 이 한마디의 말 속에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비담은 여리디 여린 마음으로 스승에게서 그리고 잔인한 정을 느끼게 해준 미실에게서 마음속 깊은 곳의 상처를 입고 그안에 갇혀 상처 입은 여린 마음을 마지막 가는 그길까지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상처를 부드럽게 감싸주려 하던 덕만의 손길처럼 팔봉선생과 탁구의 진심 어린 시선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지 못하는 마준은 깨어지고 갈라져버린 가슴속 깊은 상처에 와닿는 따뜻한 손길을 조금씩 참아내며 아물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한 손길이 낯선 구마준은 작은 고통마저 참아내지 못하고 자꾸만 신음을 흘리며 내미는 손길을 외면하고 내쳐 버리고 맙니다.

 

다른 케릭터 그러나 감흥은 비슷하다.

비담과 마준은 많은면 에서 다른 케릭터입니다. 그러나 내재된 아픔과 그로 인해 주변을 받아 들이지 못하는 모습은 닮아 있습니다.

이글을 작성하면서 지난 선덕여왕의 자료도 다시 찾아보고 하였는데 글의 작성시간을 대폭 늘리는 결과를 낳고야 말았습니다. 다른 블로거 분들의 좋은 선덕여왕 리뷰 글을 보면서 시간가는줄 몰랐던 것인데 그만큼 선덕여왕은 깊은 여운을 남긴 드라마 였습니다. 여명의눈동자 이후로 대장금 허준 상도 해신 등 많은 대작드라마에서 조차 느껴보지 못한 그러한 깊은 여운을 선덕여왕이 주었습니다.

이런 선덕여왕이 제 글에서 종종 차용되는 것은 가장 최근인 작년 드라마인 이유도 있겠지만 케릭터를 잘 살린 드라마 였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선덕여왕의 주된 여러 케릭터 중  정신적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케릭터인 비담은 그 어떤 케릭터 보다 복잡 다단하여 많은 부분 다시금 되새김질해 볼만한 매력적인 케릭터였습니다.

구마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구마준을 연기하는 '주원'의 연기력이 비담을 연기한 '김남길'에 비해 크게 못미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극 중 보여주어야할 갈등과 심리 표현은 충분히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김남길은 극중 역할을 소화 하는 것 뿐 아니라 드라마를 장악하고 마는 역량까지도 보여주었조)

비담은 안타깝게도 안타깝게도 비참한 최후를 맞이 하였으나 그것은 사극의 특성상 마지막은 정해진 길로 가는 한계 때문일 것이고, '제빵왕 김탁구'는 다를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니 기대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까요. 김탁구의 제작진은 케릭터 한명한명에 모두 애정어린 시선을 불어 넣어 주고 있습니다. 그 것이 시청률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며 또한 마준이 더이상 악의 길 위에서 방황하지 않고 다시금 돌아와 주기를 바랄 수 있는 이유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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