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드라마를 재미 있게 보면서 왜 재미있게 보는가를 연구하고 따져 본다는 것은 그다지 재미있는 일은 아니다. 그냥 재밌게보면 그만이지 뭣하러 그런 것을 일일이 생각해 보겠나 말이다. 그러나 때때로 분석을 하게 만드는 일이 생기는데 이번 19회의 경우가 그러했다. 시청자의 한사람으로서 급 실망을 하게되었던 한편이었고 내가 왜 이 드라마를 보았던가 하는 회의마저 들게 하였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가 이승기라는 호평받는 인기 배우를 주연으로 내세워 새로이 방송을 시작한다고 해서 이에 더 자극적인 내용으로 승부 보려 했던 것일까?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신파적 스토리가 방송 내내 이어지고 있었다.

나는 왜 '제빵왕 김탁구'를 보고 있었을까?

째, 모나지 않은 전개 그리고 긍정적 마인드가 드라마 전체를 감싸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인숙이과 한승재라는 악역이 있어 주인공을 괴롭히지만 그것도 하나의 장치로 받아 들여져 안될듯 안될듯 하면서도 목표한 것을 하나하나 이뤄가는 김탁구의 밝은 태도가 우리에게 공감을 안겨주었기 때문이지 싶다.

째, 막장 스토리가 없어도 재밌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때문에 김탁구는 주연들의 일부 연기력 논란이 있고 디테일한 설정이 부족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수목드라마중 타 경쟁작을 몇배차로 따돌리는 엄청난 성적을 내고 있었다. 물론 초반 김미순의 납치와 유경 부모님의 손찌검 등의 자극적인 내용이 일부 있긴 하였으나 이는 주역 배우들의 성장 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속의 일이었고 극의 초반부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또한 미리 자극적인 내용을 초반에 몰아 넣어 버려 차후 전개에 있어 부담을 덜어주자는 뜻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화에서는 보기좋게 우리의 기대를 저버렸다. 깡패가 유경에게 가 억지 사직서를 받아내고 유경은 그런 정도만 가지고 복수를 외치며 마준에게 달려간다. 그리고 "어디서 부터 시작할까. 어떻게 하면 니 여자가 될 수 있니" 라며 이전에 마준이 제안한 것을 받아 들인다. 솔직히 이전에 마준이 이러한 제안을 했을 때부터 어느정도 이러한 결과를 예측하고 있었을 지도 모르나 10일 방송분과 같은 방식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시청자가 납득하기 어려운 사건이 발생하고 그로인한 심경변화가 어색했다. 신유경의 행동은 철없는 행동으로 밖게 비춰지지 않았다. 시청자들이 납득 할 수 있는 이유를 대지 못하였고 신파적인 모습으로만 보여질 뿐이었다. 주인공의 러브라인은 시청자들이 가장 예민하게 받아 들이는 부분인데 탁구-유경의 애정전선에 문제가 생기는 과정에 무리수가 있다고 보여진다면 시청자들 본방 충성도는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그리고 동시간대 시청프로 우선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결정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제빵왕 김탁구' 에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빵,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빵과 같은 독특하고 재미 있는 설정을 넣어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 냈다면 얼마든지 다음 스토리의 전개도 이와 같은 김탁구만의 분위기를 이어내어가며 끌어 갈 수도 있었다.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재미 있는 빵'을 만드는 과정에서 구마준과 김탁구의 경쟁과 갈등을 아슬아슬하면서도 시청자들이 부담을 갖지 않는 선에서 스토리가 전개되어야 '김탁구'만의 가장 큰 장점이 사는 것임에도, 가장 자극적이고 손쉬운 막장으로 가는 길에 한걸음 내딛으면서 급격한 실망이 다가오는 느낌이 들게 해 매우 안타까운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이번화에서 마준이 결심한 '설빙초'음모가 이에 해당한다.

구마준과 김탁구가 각기 손목에 끈을 묶고 함께 다니며 티격태격 하는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았던가. 그러한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갑자기 마준은 드라마 내내 조금씩 변화해가던 모습은 다 잊어 버리고 도로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 버렸다. 이것은 극의 전개에 무리수라고 할 수 밖에 없고 바로 시청자들에게 혹독학 비판을 받게 되어 있다. 즉, 작가와 제작진이 머리를 싸매고 노력한 만큼 시청자들은 호응해 왔던 것이데, 갑자기 이전 드라마가 보여주던 신파적이고 막장격의 스토리가 돌출되면서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구마준은 팔봉선생의 책을 훔쳐 보고 탁구에의 질투가 극에 달해 합작을 하는듯 하면서 '후각과 미각'을 동시에 잃어 버리게 할 수 있는 음모까지 꾸미는 등 급격한 변화를 다시 한번 겪게 된다.

'제빵왕 김탁구'는 극의 초반부터 주연들의 연기력 논란이 있어왔지만 드라마라는게 꼭 주연들만의 힘으로 대박을 치는 것은 아니고. 여러 요소들이 함께 어우러져 윈윈 효과를 극대화 하여 부족함이 없게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좋은 드라마는 흠이 보이질 않는것이다. 이렇게 어디 하나 부족한 것을 느끼지 못하여야만 40%가 넘는 시청율이 나올 수 있다. 주연들의 연기력 논란도 연륜있는 조연들의 호연으로 커버되고 각종 여러 잘 짜여진 장치들이 시청자들을 시선을 놓치지 않게 하는 것도 그 한가지 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드라마가 갖는 최대 장점을 놓지 않고 끌고 가는 것이다.

선덕여왕에서는 스토리의 전반적인 조화가 뛰어났지만 극 후반 그것을 뛰어 넘는 비담의 연기가 케릭터와 연기자의 인기로 까지 이어지며 절대적인 지지 세력을 만들어 가며 마지막까지 최고의 찬사를 받으며 종영되었는데, 김탁구는 왜 그동안 갖고 있는 김탁구만의 장점을 스스로 놓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벌이고 있을까. 장점을 놓치고 나면 주연들의 부족한 연기내공도 비판의 도마위에 놓일지도 모른다. 드라마를 감싸고 있는 전체적인 긍정의 틀이 깨지는 순간 말이다.

'제빵왕 김탁구'가 살아남는 법, 강점을 지켜라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가 산뜻한 출발을 보였다. 아직은 신선한 느낌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지만 '제빵왕김탁구'가 기존의 강점을 이어간다면 '여친구'는 상대적으로 충성 시청자층을 빼앗아 가는데 분명히 힘에 부칠것이 자명하다. 그러나 이렇게 충성시청자층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전개가 된다면 '여친구'로 의 밝고 명랑함에 시청자를 빼았길지 모른다.

'제빵왕 김탁구'의 오늘자 예고편을 보아서도 답답한 마음이 들었는데 이번20화가 중요한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파적 막장격 스토리가 또다시 이어지는 것은 이미 예고편으로 나와 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이번 화를 통해 보여주는 내용이 다음에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면 급격한 시청자들의 이탈이 가속화 될 것이다. 보는 이유가 퇴색하는데 더이상 무엇때문에 보겠는가. 보더라도 재방으로 돌릴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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