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왕 김탁구의 많은 명품 조연들이 있지만 그 중심에는 팔봉선생을 필두로 하는 팔봉제빵가의 식구들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요. 거성일가와 팔봉제빵일가 양쪽의 사람들 외엔 별달리 등장하는 집단이 따로 없는 이 드라마에서 제빵가 내의 여러 조연들이 크게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겠지요.

등장인물들의 어린시절, 유경의 아버지가 한승재(정성모)의 지시를 받고 김미순(전미선)에게 해를 입히려는데 구일중의 지시를 받은 조진구(박성웅)가 나타나 김미순을 납치하였고 조진구가 모는 차안에서 도망쳐 나온 미순이 실족하여 낭떨어지로 추락하여 행방이 묘연해 지게 되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때 한승재는 어머니의 행방을 묻는 탁구의 말을 듣고 무언가 눈치를 채고 태연히 어머니의 신병을 확보 하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며 탁구가 거성가를 떠나야 미순의 신변이 안전할 것이라며 위협하여 탁구가 거성가를 떠나게 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탁구가 거성가를 떠나기전 구일중은 탁구에게 빵을 배우러 오라고 하면서 "탁구야 너는 내게 특별한 아이란다" 라며 각별한 애정을 표현하였지만 어머니의 안위가 우선인 탁구는 남모르게 거성가를 나오게 됩니다. 거성가를 떠난 후 얼마 후 원양어선 선원들에게 붙잡히게 되는데 또다시 그들에게서 도주한 탁구는 우연히 지나치던 팔봉선생(장항선)과 마주치게 됩니다.

이때부터 냄새를 잘 맡는 탁구의 모습이 그려지는데요. 허름한 창고 비슷한 곳에서 겹겹히 쌓여 보관중인 재료의 냄새를 맡는 탁구의 모습을 팔봉선생은 기이한 눈초리로 쳐다봅니다. 그리고 다시금 어머니의 안위를 걱정한 탁구가 팔봉선생의 곁을 떠나며 묻습니다.

"할아부지예. 어무이가 그러던데예. 착한 사람이 이긴다고 하는데 참말로 그말이 맞습니꺼?"
"그러는 넌 어떤 세상이었으면 좋겠냐"
"어 우리 어무이 말 맹키로 착한 사람이 이기는 세상이예"
"그럼 그런 세상이 맞는게다. 니가 그러기를 원하면 그런 세상이 와질게야"

 

어린나이에도 착한 사람이 아닌 나쁜 사람들을 경험하게 된 탁구의 이런 의문에 팔봉선생의 한마디는 이후 12년간 어머니를 찾는 기나긴 고통의 시간 속에서도 탁구의 영혼을 지켜주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팔봉선생의 한마디 외에도 어머니 김미순의 똑부러지게 바른 교육이 탁구의 본성을 지켜준 가장 큰 힘이었을 테지만 거기에 팔봉선생의 말이 더해졌을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12년후 온갖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남 탁구와 팔봉선생. 탁구는 팔봉제빵 에서 일하고 있는 바람개비 문신의 주인 조진구에게 어머니의 행방을 묻기 위해 접근하려는데 그것이 여의치 않자 팔봉선생의 위세를 빌어 빵집 안으로 진입 하게 됩니다.

탁구가 제빵사의 길로 접어 드는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구일중 회장의 집에서 보았던 양손을 벌리고 공기의 습도를 느끼던 구회장의 모습. 거성가를 나와 우연한 팔봉선생과의 첫만남. 이후 12년 동안 바람개비 문신을 찾아 떠돌던 탁구가 신유경과 재회하고 바람개비 문신의 행방에 대한 단서를 얻고 다시 진구가 있을 지도 모르느는 팔봉빵집으로 향하기까지. 길고긴 세월의 텀을 딛고 다시 제빵사의 길로 들어 서는가 싶더니 다시금 부딪히는 여러 사건들속에 혼란 스러워 하던 탁구에게 구마준은 경합을 제안하고..

 

"저는 빵이 싫습니다. 빵을 보면 싫은기 기억이 떠올라서 싫은 사람이 떠올라서 빵을 먹으면 두드러기가 날 만큼 빵이 싫습니다." 탁구의 이한마디에 팔봉선생은 따끗한 훈계를 내립니다.

"그렇다면 너는 그동안 착하게 살아오지 않은 모양이다. 착하게 산다는 건 미워하고 분노하고 싫어 하는 마음을 없애는 일이다. 니 어머니가 너한테 착하게살라고 한거는 아마도 그런 뜻이었을 게다."

"할베 할베가 그걸 어떻게 압니까?"
"허허. 12년전에 한 소년의 눈빛을 본적이 있다. 정직하고, 강직하고, 두려움이 없었다. 지금 너의 눈빛은 온통 흐려지고 원망으로 가득 차 있구나. 이제 이 빵과 화해를 하는게 어떠냐. 그래도 한때는 빵 때문에 행복했던 적도 있지 않느냐. 그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리도록 해봐. 그리고 니 마음 속에 있는 원망, 아픈 추억과도 화해를 하거라"

김탁구의 아역은 팔봉선생의 말대로 정직하고 강직하고 두려움이 없는 케릭터를 정말 120% 제대로 표현하고 있었으나 성인이 된 김탁구역의 윤시윤은 그 흔적이 남아 있는 정도일뿐 상당히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고, 그것은 그다지 좋은 평가를 내리기엔 아쉬움이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드라마의 회차가 거듭될 수록 윤시윤만의 김탁구는 자리를 잡아갔고 그것은 바로 시청률의 급격한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다시 여러 우여곡절 끝에 2년이 지나 경합의 장이 열리고 팔봉선생은 경합에 나선 김탁구, 구마준(서태조), 양미순, 고재복 에게 세상에서 가장 배부른 빵을 만들어 오라는 일차 경합 주제를 내놓습니다.

팔봉선생은 무엇을 위해 경합을 시키는가.

일차 경합의 주제인 "세상에서 가장 배부른 빵" 을 위해 참가한 네명은 많은 고민을 하게 되지만 그 러한 고민은 부가적으로 얻는 인생의 교훈으로 개인적인 성숙과 제빵기술적 성숙을 모두 불러 오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드라마의 전개에 있어 탁구와 마준 미순 재복 네명이 각각 안고 있는 갈등을 경합주제를 풀어 나가는 과정속에서 함께 풀어내는 것입니다.

팔봉선생의 인정서를 받는 것이 경합에 나선 인물들의 목표라고 한다면 팔봉선생의 목적은 경합에 나선 제자들의 정신적 기술적 성숙을 도모 하려 하는 것이고, 작가와 제작진에게는 등장인물간 갈등이 극으로 치닫게 하다가도 다시금 무리하지 않는 선으로 조율가능케 하는 인물로 팔봉선생이라는 케릭터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예를 들면 구마준은 구회장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 인정서를 필요로 하지만 구일중의 관심은 늘 탁구에게 가 있습니다. 구일중은 마준에게 지난 26년간 마준이 누리며 살아온 것들을 탁구는 누리지 못하지 않았느냐고 하지만 막상 탁구가 거성가에 남아 있었더라도 마준에게 똑같은 사랑을 베풀었을지는 의문이므로 구일중이라는 사람은 갈등의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원인제공자 로서의 역할이 더욱 큰 사람이라고 보아야 맞을 것입니다.

이런 구일중 회장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출생의 비밀을 알고 있으면서도 구일중의 사랑을 바라는 마준이고 그런 마준은 김탁구나 팔봉제빵가의 사람들과의 사이가 원만해지고 가까워지려 하다가도 구일중 회장의 싸늘한 한마디한마디와 냉담한 모습에 상처를 입고 다시금 사나운 분노의 감정을 되살리게 됩니다.

이러한 마준의 복잡한 심경변화가 때로는 크나큰 사건을 부르기도 하지만 결국 경합에 뜻을 둔 마준의 의지가 다시금 불거진 갈등을 봉합 하는 열쇠가 되어 줍니다.

이러한 갈등의 봉합을 위한 열쇠로서 작용하는 것이 바로 '팔봉선생식 경합' 의 진짜 의미 입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아래 손가락 모양 눌러주시면 글쓴이는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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