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티비의 세상구경님이 최정님의 글쓰기를 패러디하며 "티비다" 라며 시작하는 글을 재미 있게 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웃분들의 글을 패러디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이참에 한번 실행에 옮겨 볼까 합니다. 블로거 생활을 다시 시작하며 가장 인상깊게 보았던 빛무리님의 선덕여왕 편지 시리즈를 보며 나도 한번 해봐야지 했었는데요. 처음에는 똑같이 '편지 시리즈'로 해보려다가 조금 바꾸어 보았습니다. "심경고백"으로요.^^

구마준과의 인터뷰 1편 - 최초 심경고백

어릴적에는 남부러울 것이 없이 자란다는 의미도 모르고 그저 주어진 것들 속에서 아무런 부족함 없이 지냈습니다. 아버지는 남들에게는 훌륭한 대기업의 회장으로 가족에게는 성실한 가장으로 누구나 보았을때 훌륭한 분이셨지만 절 대할때마다 느껴지는것은 따뜻한 시선이 아닌 냉담함 그 자체였습니다. 그래도 어머니와 할머니의 보살핌속에서 나름대로 행복하게 지냈던듯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는 김탁구라는 '그지같은 녀석' 을 데리고 왔고 그녀석을 소개하는 아버지의 따뜻한 눈빛이 왠지 기분이 거슬렸습니다. 그런데 이녀식이 형이랍니다. 난생 처음 보는 녀석을 형으로 인정하기 싫었습니다.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던 녀석이었는데 어머니도 싫어 하시는 것을 보고는 더욱 싫어졌지요. 무언가 빼았기는 기분이 들었던 전 누나의 팬을 몰래 감춰 두고 그녀석이 한 짓으로 꾸미기도 했습니다.

아버지는 배우기 싫은 빵을 배우라고 하고 어머니는 왜 이런것을 시키느냐며 아버지와 싸우기도 하였는데 전 저를 사랑해주고 감싸주는 어머니가 고마웠지만 왠지 간섭하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형으로 인정 해주지 않고 냉담하게 대하는 제게 이 탁구라는 녀석은 밸도 없는지 실실 웃어가며 형노릇 비슷하게 하려는게 아닙니까. 여러차례 '그지같은 녀석'이라며 놀려대도 환하게 웃으며 의연한 녀석을 보면서 기분은 얹잖았지만 조금은 녀석이 마음에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사랑하는 어머니가 탁구 녀석만 보면 진저리를 치는 것을 보고 그저 나도 그래야 하는지 알았고 실제로 마음에 드는 구석보다 얄미운 생각이 더 많이 들었어요.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는데 친절한 듯 손을 내미는 탁구를 볼때마다 왠지 기분이 나쁘고 왠지 무언가 꿀리는 느낌이 들어서 불쾌한 생각이 더욱 많이 들게 되었지요.
 

그러던 어느날 운명의 그날에 전 차마 보고도 믿기 힘든 일을 목격하고 말았습니다. 어머니와 한실장님의 부적절한 관계속에 제가 태어났다는 사실과 그런 현장을 목격한  할머니가 쓰러지던 모습, 그 비오는날의 그로데스크한 광경은 어린 제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지만 속에서 타오르는 듯한 감정은 금새 식어 버리고 차가운 감정의 편린만을 가슴속을 가득 채운채 그 모든 비밀을 본능적으로 가슴속에 묻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탁구녀석은 무슨일인지 집을 나가 버리고 전 아버지의 관심이 탁구에게 쏠려 있는 것이 얼마나 제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인지 그제서야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마음에 들기 위해 세계 곳곳을 떠돌며 아버지가 젊은 시절 빵을 배우기 위해 돌아 다녔다는 행로를 그대로 답습하며 빵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습니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면 빵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인정받기 위한 빵을 배웠습니다.

제가 왜 아버지께 인정 받고 싶어 했는지 저도 그때는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한실장과 어머니의 관계와 내 출생의 비밀을 알고 난 이후 제게는 그누구도 믿고 싶지 않은 생각과 더불어 아버지의 인정을 받아 진짜 아들이 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되었어요.  탁구 그녀석 말고 제가 진짜 아들이 되고 싶었던 것이에요. 탁구 녀석이 집에 오기전에는 아버지가 그렇게까지 제게 냉담하셨던 것은 아닌듯 했는데 탁구 녀석의 등장 이후로는 어린나이에도 확연히 대하는 태도가 달랐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전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아버지의 시선을 다시 제게 돌리고 싶은 생각이 온통 제 머리속을 가득 채우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제가 아버지가 친부가 아니었다는 것을 이미 열두살의 어린 나이에 알게 되었지만 제게 따뜻한 시선 한번 보여주시지 않았지만 그래도 전 아버지를 사랑했습니다. 단순히 인정만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었어요. 전 아버지를 사랑하는 만큼이나 인정도 받고 싶었을 뿐이었어요. 그런데 아버지는 하고 싶지도 않았던 빵을 배우고 노력하고 있는 제겐 관심을 주지 않고 영문을 모르게 사라저 버린 '그지같은 녀석'만을 그리워하고 있더군요. 마음이 아팠지만 내색 않고 언젠가는 절 인정해 주실 것이라 믿고 빵을 손에서 놓치 않았습니다.

아버지의 변함 없는 태도가 때로는 절망으로 다가와 마음속을 짙누르기도 하였지만 전 희망을 버리지 않았고 어릴적부터 누누히 들어온 팔봉선생의 <인정서>를 받는다면 '아버지' 조차도 절 인정해 줄 것으로 생각 했습니다. 그래서 이름도 팔봉빵집 안에서 만큼은 '서태조'로 바꾸고 제 실력만으로 평가 받기 위해 노력할것음 다짐 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팔봉제빵에 느닷 없이 나타난 탁구 녀석 때문에 또다시 마음이 흘들리게 되었어요.  녀석은 십이년동안 무엇을 했는지 모르지만 어릴때 똑똑한기만 했던 녀석이 왠지 성격이 급하고 흥분도 잘하는 모습으로 변해 있어 화가 나면서도 웃긴 이상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아버지가 일궈낸 거성식품의 창립일날 우연히 다시 만난 신유경은 제게 탁구를 만나러 왔을 뿐이라고 하고 어머니는 여전히 변함 없는 모습으로 우리 마준이 우리 마준이만을 외치더군요. 전 어머니에 대해 미운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이 함께 있었지만 변함없이 사람을 막대하는 모습의 어머니는 보기 싫었습니다. 그런 어머니께 당당한 신유경의 모습은 제게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 왔습니다. 제가 억울 하지 않냐고 묻자 신유경은 그 대답으로 탁구를 만나러 왔을 뿐이라고 했던 것이었어요. 그러자 오기가 생기더군요. 탁구 탁구 탁구. 왜 제가 마음을 두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탁구만을 바라보고 있는 걸까요. 도데체 왜 탁구녀석의 이름을 자꾸만 들어야 하는지 억울한 생각만이 들었습니다.

팔봉빵집에 돌아온 탁구 녀석을 보면서 전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래서 탁구녀석에게 제안을 했습니다. 오랬동안 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제가 자신 있는 제빵기술로 녀석을 눌러 보고 싶었습니다. 신유경과 팔봉빵집 사람들 모두의 시선이 탁구를 향해 있는 것을 견딜 수 없었습니다. 제가 탁구녀석을 내쫒기 위해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 주방과 망친 반죽을 팔봉선생님이 알아 채고 경합을 2년 뒤로 미룬 것은 제 잘못이기도 하였지만 이 모두가 탁구녀석이 나타났기 때문닙니다. 녀석만 나타나지 않았다면 경합이 2년 뒤로 미뤄질 일은 없었을 테니까요.

게다가 제 마음속에 조금씩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한 신유경이 탁구만을 일편단심으로 생각 하는 것이 속에 있던 불같은 감정을 터트리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2년후의 경합때까지 탁구와 신유경을 만나지 못하게 하는 조건으로 '운동권' 활동으로 잡혀 들어간 신유경을 풀어주는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처음 신유경을 대했을때의 감정이 어땠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신선한 느낌과 어릴때의 그녀의 모습이 떠올라 반가운 마음 뿐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신유경의 당당한 모습이 제 가슴속에 담겨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 감정은 미미 했고 절실한 느낌은 아니었어요. 다만 김탁구와 만나는 그녀의 모습에 질투를 느끼면서 그녀를 차지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 뿐이었습니다.

한번은 유경이 제게 너는 다 갖고 살아와서 아무것도 가진게 없는 사람의 심정을 모른다며 격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말하더군요. 그런데 그녀가 모르는게 있습니다. 전 다 갖고 자란듯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을 가지지 못하고 살아왔어요. 유경이 들으면 배부른 소리가 아니냐 하겠지만 아버지의 관심과 사랑은 탁구에게 가 있었고 어머니의 지나친 간섭은 오히려 제게 부담이 될 뿐이었어요. 그리고 전 어머니와 한실장에 대한 깊은 원망을 속으로 담고 표현하지 않았을 뿐 결고 그날의 그 사건을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 비오던 날의 그일을요.

1편을 마치며.

'제빵왕 김탁구'가 이제 18회까지 왔는데요. 총 50부작으로 기획되어 최종적으로 30부작으로 결정되고 제작되어져 온 이 작품은 제빵왕으로 성장하는 탁구와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심경고백의 대상으로 구마준을 선택한것은 초반  극중 비중이 낮았던 마준의 역할이 회차가 이어지면 질수록 점점 더 비중이 커지고 극의 갈등구조의 중심에 서게 되면서 안타까운 마준의 성장 배경을 마준과의 다이렉트 인터뷰로 묘사해 보고 싶어졌기 때문입니다.

본래는 인터뷰 한편 기획했지만 아직 극이 완성되지 도 않은 시점임과 글의 내용이 너무도 길어지는 듯 하여 중 조절 차원에서라도 <구마준의 심경고백> 편의 완결은 음 2편으로 미루겠습니다. 어땠나요? 재미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혹여 이글이 마음에 드실경우 아래 손가락 버튼을 누르시면 글쓴이에게 아무 큰 도움이 되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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