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SBS프로 '패밀리가 떴다'가 종용된 이후 '패떳2'가 초반 시청률 부진을 끝내 만회하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조기종영 된 것은  유재석을 재투입하여 주말 예능에서 재대로 된 반격을 시도해보고자 하는 SBS의 야심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패떳2'의 부진의 이유가 된 프로그램 포맷의 식상함과 아이디어 고갈이라는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고 거기에 유재석을 투입하기만 하면 해결이 될만큼 주말예능의 경쟁 프로그램 중 만만한 프로그램은 없다.

회차가 거듭될 수록 출연진들의 케릭터가 슬슬 자리를 잡아가며 보는 재미는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구조적인 문제는 그대로 노출되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게 되는데, 이는 시청율로 바로 드러나고 있고 해결된 조짐이 아직은 보이지 않고 있다.

8월1일자 방송에서 새로운 게스트로 '제시카'가 투입된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었는데, 왠지 제시카의 외모가 급 빛나 보이는건 점점 나이들어가며 예뻐지고 있는 탓일가? 성숙해진 느낌과 함께 환한 느낌까지 더해주고 있어 그녀의 등장은 또 한번의 기대를 갖게 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기대 역시 프로그램 포맷의 한계에 부딪혀 반짝 효과에 그치고 말았다.

여전히 프로그램 내에서 각 출연진들의 케릭터는 각각의 매력을 뽐낼 기회를 얻기란 쉽지 않고 그때그때 한번씩 단발적인 웃음은 터트리는데 그칠 뿐 연속된 흐름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현상을 볼때 마다 항상 느끼는 것은 지석진이라는 1.5인자 앞에 이효리의 얼굴이 오버랩 되고, 이효리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난다는 것이다.

이효리는 있을때 보다 없을때 더욱 그 존재감이 느껴지는 케릭터. 혹자는 이효리가 신동엽이나 유재석과 함께 하며 잘 되는 프로에 출연하여 덕을 본 것이 아니냐고도 하는데, 이러한 분석은 참으로 단편적인 시선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것이 이효리는 출연하는 예능 프로에서 단순히 남들에게 리액션을 재치있게 하는 정도로 그치지 않고 남들에게 그러한 반응을 이끌어내는 역할까지 도맡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의 고정 출연이었던 '패떳1'에서의 이효리의 역할을 보자. 예능프로의 핵심인 '일을 만드는 케릭터' 와 '리액션 하는 케릭터' 두가지 역할 모두를 이효리는 완벽하게 해내었다 . 일단 어떤 사건을 만들어 내고 다른 출연진들의 반응을 이끌어 내는 역할은 항상 이효리가 해왔고, 거기에 '윤종신'과 '김수로'는 이런 이효리의 '일만들기'의 희생자가 되면서 재치있는 리액션을 잘해주어 프로그램의 재미를 톡톡히 살려주었다. 뭐 김종국이나 그외 게스트들은 그저 잉여였을뿐...

김수로의 경우만 보아도 '패떳'을 하기 이전만 해도 '고정출연' 에 대해 망설이고 있었는데, '패떳'에 제대로 정착한 것은 유재석의 배려도 한몫하였겠지만 '이효리'의 역할 또한 상당했을 것이로 추정된다. 기존 멤버들과 새로운 고정이나 게스트를 잘 살펴주고 케릭터를 제대로 뽑아 내게 하는 것은 이효리의 주특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니까.

지금 '런닝맨'의 다수 케릭터들은 마치 '패떳1'에서 제대로 된 예능감을 뽐내며 대박쳤던 '박예진'과 , '패떳' 후반기에 고정으로 출연하였던 '박시연'의 초기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상태다. 제아무리 김종국이고 지석진이고 간에 그들이라면 '박예진'의 케릭터를 제대로 살려줄 수 있었을까? 천만에 말씀.

현재 '런닝맨'에 게스트로 출연하고 있는 '송지효'나 '제시카'가 반짝 반짝 빛나는 것은 아주 잠깐뿐이고 유재석을 도와 프로그램을 이끌어야 할 보조MC에 가까운 지석진 등은 방송 내내 '자기역할' 하기에도 바쁠 뿐 '지효-제시카'와 같은 게스트를 빛나게 해주는 것은 신경조차 쓰지 못하고 있다.

웃음을 억지로 끌어 내려는 시도보다 그럴만한 사건을 만들어 내는 것이 예능MC에 있어서 크나큰 덕목이라고 본다면 이러한 기준에 부합하는 경우는 정말 눈씻고 찾아봐도 찾기 힘든게 현실이다. 이런점에서 볼때 유재석은 단독으로도 참 괜찮은 진행을 보여주는 드문 존재지만 이효리나 박명수가 있을 때 더더욱 빛이 난다고 볼 수 있다.

 

예를 하나더 들어 보자.

금일자 방송 중 두번째 황금돼지를 얻는 과정에서 남자들이 득실 거리고 여자라고는 송지효와 티파니 뿐이었는데 이 둘의 매력발산은 참으로 제한적이었다. 이효리가 있었다면 시샘 질투 하는 양 혹은 일부 억지를 부려서라도 시선을 주목시키거나 둘의 사이를 갈라놓고 붙이는 연출을 충분히 해내고도 남았을 것이다. 이효리가 첫회 게스트로 나왔을때는 출연진들의 케릭터도 제대로 잡혀 있는게 없어서 유재석 포함한 모든 출연진들의 숨겨진 끼를 끌어 내는게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런닝맨'도 혹독한 비판을 받으면서도 점차 케릭터가 잡히다 보니 보는 재미가 쏠쏠히 적지 않다.

하지만 치열한 주말 예능계에서 이제 조금 나아진 재미 정도로 상당한 시청율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경쟁 프로들을 언감생심 이겨 볼만한 생각을 단기간에 해볼 수 있는가 하면 그다지 그럴것 같지도 않다.

 

달리기는 계속 하되 편집의 변화를 주어보자

런닝맨의 프로그램 컨셉을 바꾸라고 한다면 이름도 바꾸고 다른 프로로 하라는 말과 같기 때문에 컨셉의 변화를 주기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어떤 대안이 있을까. 바로 앞서 말한 이효리와 같이 자기도 살리고 주변도 살리는 윈윈효과를 주는 존재가 필요하고 더불어 방송 편집을 좀더 세련되게 할 필요성이 있다.

카메라를 더 늘리고 스태프도 더 늘려서 같은 시간대에 움직이고 있는 각 출연진들의 각기 다른 반응을 일일이 캐치하여 재밌게 꾸미는 것은 어떨까. 각 케릭터별 클로즈업이 필요하다는 말이고 히든 미션 같은 것을 도입해 볼 필요도 있다. 이 히든 미션을 통해 멤버별 특징을 가르게 할 수 있고, 미션 수행 도중 예상치 못한일이 발생되게도 할 수 있다. 

대신 이렇게 되면 제작비가 급증하게 되니 1회 촬영후 2회 방송보다 3회 방송으로 늘려 잡는것도 한 방법이다. 우리 시청자들이 공감하기 힘든 것은 달리는데 치중하고 있는 모습만 계속 해서 이어지니 중간중간 미션결과로 나오는 부분들 역시 상당히 재미 있음에도 그 작은 재미를 쏠솔하게 살려내는 것은 없고 전체적으로 달리는 모습만 계속해서 보게 되어 버린 다는 점이다. 유재석의 무한도전은 컨셉은 달라도 이러한 세세한 편집활용을 제대로 해왔다. 이것이야 말로 케릭터도 조금 더 확실히 잡고 재미도 살리는 일석이조의 아이디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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