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왕 김탁구를 시청하는 내내 불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은 한국드라마 중 상당수가 이해하기 힘든 수준의 막장으로 이야기를 벌리기만 하고 수습하지 못한 경우를 너무도 많이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어느 한 드라마가 여러 취향을 가진 시청자층을 두루 만족시킨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로 그러한 취향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박 시청율'을 이어가고 있는 김탁구는 참 매력적인 드라마 임에 틀림 없어 보입니다.

신유경이 서인숙에게 수차례 모욕을 받았을 때 날카로운 눈빛으로 똑바로 맞받는 모습을 보며, 아 이 드라마는 전형적인 드라마의 공식을 따라 가는 듯 하면서도 끝내 선을 넘으며 막장으로만 치닺지 않고 '적절한 타이밍'에 끊을 줄 아는 드라마 구나 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예를 들면 모 드라마에서는 복수를 위해 회장에게 직접 접근하여 회장을 유혹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외면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점은 꽤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요. 드라마의 주요시청층이라고 할 수 있는 '주부'들의 경우 그 소재가 막장이거나 아니거나 관계 없이 감정을 최대한 끌어 올릴 수만 있다면 호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감동적인 드라마이던 불편할 정도의 치정이 얽혀 있는 내용이건 그들의  감성을 채워 줄 수만 있다면 왠만한 논란 정도로는 끄떡 없는 충성도를 보입니다.

반면에 등장 인물들의 얽히고 설킨 관계가 도가 지나치다 라고 느껴질 때 쯤이면 벌써부터  리모콘에 손이 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사자비는 그러한 쪽에 있어서 치정이 복잡하게 얽히면 일단 채널을 돌리는 축에 속하조. 안그래도 세상일이 복잡해서 머리가 아픈데 드라마에서 조차 필요 이상으로 읽키고 설키는 것을 보는게 귀찮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너무 또 단순해서 다음이 궁금하지 않으면 안되겠조?

이번회에서부터 본격 진행되고 있는 경합이 바로 드라마의 단조로운 진행을 막고 흥미진진한 요소로 작용하게 되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 팔봉제빵 내에 있는 탄탄한 케릭터 조합이 경합을 재미 있게 잘 꾸며 주기 때문에 이번 경합의 결과에 대한 궁금증은 물론이고 다음 경합은 무엇일까도 궁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제빵왕 김탁구'의 '수목 절대왕좌'자리는 한동안 깨지지 않을 듯 보이는군요.

이번편에서 신유경과 서인숙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는데, 서인숙은 억지를 부리는 경향이 있지만 본능적으로 적인지 아군인지는 구분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 본능에 충실하여 신유경을 적대하는 이유가 억지든 아니든 상관 없이 매몰차고 모욕을 줘가면서 내쫒고자 하는 의지를 대놓고 강력히 피력합니다. 이에 신유경은 지지 않고 스스로 떳떳한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 하지만 결국에는 일개 비서가 사모님의 압력을 계속해서 견디고 근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아야 할 텐니, 누군가가 방패막이가 되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서인숙이 신유경을 압박하고 있는 것을 문밖에서 구일중 회장이 듣고 있었다는 것과 구회장이 외출하려 할때 굳이 신유경을 지목하여 배웅케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신유경이 구회장의 심복이 되거나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자멸의 길로 슬슬 접어 들고 있는 서인숙-한실장 라인에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게 되는 어떤 역할을 맡게 될 것임을 이번 회에서 짐작 할 수 있었습니다.

반기는 이 하나 없는 거성식품에 굳이 신유경이 입사한 것도 그렇고 일반 평사원이라면 서인숙과 마주칠일 자체가(대기업다니면서 회장사모님 지나가는건 봐도 정면으로 얼굴 마주칠일 있는 평사원은 있기 힘들겠지요)기대하기 힘든 장면인데 언젠가는 부딪힐 것을 뻔히 알면서도 굳이 회장 비서실에 들어간 것은 분명한 목적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고 이러한 드라마적 장치는 구회장과 연결이 되어 처음에는 구회장의 호의로 시작하다 나중에는 암암리에 구회장에게 힘을 보태는 역할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서인숙은 오래전부터 회사의 지분을 늘려가고 있고, 비록 한실장과 점점 삐걱대기 시작하고는 있지만 공격의 칼날을 먼저 잡은것은 서인숙이니 구회장도 역시 이에 대비해야 할 것인데, 구회장 주변에는 자기편이 너무 없다는 흠이 있조. 그러한 면에서 구회장은 신유경에 대해 조금씩 알아갈수록 자기사람으로 만들려 할것 같습니다.

이 드라마의 옥의 티 라고 할 수 있는게 구회장의 안목인데요. 정말 대단한 '현안'을 가진 사람으로 나오면서 부인과 한실장의 관계만 오랬도록 알아 채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구회장 스타일에 맞지 않는 듯 하다는 생각이 들어 왔습니다. 사람을 알아 보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가까운 사람만 몰라보는 것은 극을 이루는 중요한 스토리의 시작으로 해외 극에서도 종종 볼 수 있으니 만국공용의 정서인가 봅니다.

슬슬 균열을 보이고 있는 서인숙-한실장의 부적절한 연합과 그들의 목을 서서히 죄여가고 있는 탁구 엄마 김미순, 경합에 나선 탁구와 서태조(구마준). 이렇게 극은 점점 그 재미를 폭발적으로 늘려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제빵왕 김탁구'가 이런 분위기로만 간다면 종영되기 전까지 부동의 1등 자리를 꿰어차고 내어주지 않을 듯 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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