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회담 멤버의 절반이 물갈이 된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고래로 창업과 수성은 다르다고 했는데, 이 말은 일전에 '냉장고를부탁해'의 맹기용 논란에도 그렇고 이번 비정장회담 물갈이에서도 그렇고 적용되기 좋은 말인듯 싶다.

비정상회담의 절반에 해당하는 6인의 멤버교체를 필자가 자충수라 표현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정체기를 맞은 비정상회암

JTBC의 냉장고를부탁해와 비정상회담은 연이어 방송되는데, 이 두 프로그램은 공통점이 있다. 두 프로는 서로 시너지를 내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초반에 그리 기대가 높지 않은 프로 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반부터 큰 화제를 몰고 다니며 빠르게 인기가 상승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인기를 유지해오고 있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 상승과 하강곡선은 존재한다. 무한대로 뻗어가는 상승이 아닌 정반합을 거치면서 상승과 하락이 있는 파동이론처럼 세상일은 대개 그렇게 흘러가기 마련인데, 비정상회담이라고 해서 다를 수 있는건 아니며 빠르고 늦고가 있을 뿐이다. 비정상회담은 1주년을 맞이하는 근래에 들어 그 인기가 정체기를 맞았다. 이상한 일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이다.

'미수다'가 오랜 기간 방영되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완전히 새로운 포맷은 아니라고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여러 장치를 동원하여 나름의 독창성을 가지게 된 프로이니만큼 대체할 수 있는 경쟁프로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경쟁력이다. 유사한 프로가 나온다고 해도 비정상회담의 위치에는 영향이 없다는 것을 이미 증명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김과 만족도는 시간이 가면서 무뎌져 간다. 그래서 흔히 생각하기를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줄 신규 아이템을 투입하기를 시도 하는데 이것은 제작진의 생각이 시청자의 관점이 아니라 기존에 익숙한 제작자의 관점에서 문제 해결에 나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일은 일률적으로 과거의 경험 그대로만 되는것이 아니라 때에 따라 주어진 환경에 따라 수시로 많은 변수가 드러나 상황을 변화시켜 나가기 마련이다. 

현재 시청자들은 비정상회담의 유익성을 잘 알고, 그 재미를 알게된 시청자의 수도 충분히 누적되어 있지만 본방사수를 하겠다는 이지는 조금씩 퇴색해져 가고 의례적으로 보는 쪽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렇게 유동적이게 된 변화가 있어서, 분명 인지도는 1년전에 비해 대폭 올라갔음에도 시청률은 정체 되는 현상을 맞이 하고 있다. (약 4%전후이며, 이 밑이면 주춤한 것이며 이상이면 좋은 성적을 낸 정도) 

케이블방송채널의 하나이자 종합편성이 가능하다고 해서 '종편'이라 불리우는 방송사중 'JTBC'는 대상 연령대를 비교적 젊은 층에 맞추고 있는 곳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자신들만의 기준으로 JTBC를 진보성향으로 분류하는 분들이 적지 않지만 그것은 오해에서 비롯되었다. JTBC 보도부를 어떤 이슈에 대응하는 어떤 한 단면만으로 '진보성향'으로 분류하기 보다는 타겟층을 비교적 젊은 20~50대 사이로 두기 때문으로 보는게 더 적절한 판단이다.  주 공략대상을 이렇게 두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인 문제에서도 비교적 중립적 위치를 고수하려 하는 것이고 (손석희의 영향도 있고) 대부분의 드라마와 예능 역시 이러한 타겟층에 맞춰 제작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아마 JTBC를 1년 이상 시청한 분들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을만한 부분이라 생각된다.

 한편 평균 연령대가 낮다는 것 만으로도 얼마든지 생산하고 내보내는 컨텐츠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음을 JTBC는 잘 보여주고 있다. (비슷한 성격으로는 CJ E&M의 tvN이 있다) 알고는 있지만 왜 그런지 몰랐던 분들은 이렇게 대상 타겟층이 타사에 비해 젊다는 부분이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비정상회담 멤버교체가 최선일까?

그렇다면 멤버교체는 불필요한 무리수일까? 필자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필자의 경우 비정상회담에서 이뤄지는 토론내용의 대부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없다고 여긴 것은 아니다. 특히 의장단 쪽의 진행방식의 일부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 지금까지는  장점이 너무 뚜렷하니 작은 흠 정도는 개의치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었다. 장시간 호흡을 맞추다보니 멤버들이 필요이상으로 너무나 친해져 버렸고, 토론의 긴장감은 초기에 비해 상당부분 떨어졌다. 그런 가운데 토론내용이 산으로 가는 일도 종종 발생했다. 인원은 더 늘어 각자가 할 수 있는 벤트의 양은 줄었고, '늦었슈' 코너가 생긴 이후로는 토론시간 역시 줄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자잘한 문제점이 발생하는 원인인 친숙함에 신선함을 더하고자 하는 제작진의 의도는 나쁘지 않지만 결국은 절반 이상이 교체 된다는 건 바로 우리가 이미 익숙해져 있는 토론의 모습이 알게모르게 조금은 달라질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니 이런 변화에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교체되는 인원의 숫자를 줄이고, 필요한 경우 교체 시점을 다양화 해서 변화에의 충격이 적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게 좋아 보인다. 다시 말해 2~3인을 교체 대상으로 하고, 이어 몇달 뒤에 나머지를 교체 하는 식으로 하여, 이미 만들어진 분위기를 깨지 않는 선에서 신선한 피를 수혈한 효과또한 보는 것이 좋았으리라.

당분간 정체기를 겪고 나면 장수프로로 자리 잡을 수 있는가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구간이 찾아온다. 이때 기존의 멤버들이 함께 만들어 나간 비정상회담만의 분위기는 큰 힘이 되어 줄 수 있다. 그런데 갑자기 절반이상을 갈아 치우면서 얻는 긍정적 효과가 마음이 떠난 시청자들을 붙잡는 효과보다 높을수 있을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개인적 의견을 덧붙이자면 러시아 비정상대표 일리야는 최소 일년은 더 가도 좋을 멤버이며, 수잔은 교체 된다고 해도 최소 3개월 후에 2차 교체 대상으로 삼는게 적당해 보인다. 네팔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더 알고 싶은게 남아 있으며 그 정도가 3개월은 더 가도 좋다는 생각이다. 로빈은 교체 대상이 되어도 좋다. 더 보여줄 매력이 아직 있을 것으로 보이고 일단 말을 꺼내면 생각보다는 잘 하지만 적극성에서 부족하여 세월이 더 지나도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는 어렵지 않나 싶고, 유럽쪽의 공감대를 갖는 멤버가 필요에 비해 너무 많은 면도 감안해서이다. 이는 줄리안도 마찬가지다. 블레어는 로빈처럼 말솜씨 부족 뿐 아니라 경험 역시 부족한 것이 드러나고 있지만 아직은 조금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왜냐면 호주는 분명 유럽과는 다른 부분이 있어서 더 알고 싶은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타쿠야는 교체 되어도 좋다고 보는데, 왜냐면 우리는 일본에 대해 이미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타쿠야가 아니어도 대체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드시 갈아야 하는 쪽이라기 보다는 꼭 교체해야 한다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물갈이를 할 생각이 없다면 당연히 타쿠야는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비정상회담에 도움을 주는 존재다.

결론

비정상회담은 감을 잃은듯 하다. 앞서 말했듯이 인지도는 높아지고 한번즘 본 사람들의 수도 늘어났지만 고정 시청자수는 오히려 조금 줄어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거 교체를 한다는 것은 악수가 분명해 보인다. 멤버교체를 할 때가 되었는데 안한다면 물꼬를 틀지 못해 앞으로 교체해야할 필요성이 생겼을 때에도 저항이 클 수 있다지만 그럼에도 절반을 갈아 치우는 것은 그리 좋은 선택이라 보기 어렵다. 

새로올 비정상들만 적응해야 하는게 아니라 시청자들도 적응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꼭 성공적이라는 보장이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모험을 하지 말라는 소리가 아니라 규모가 과했다. 2~3인 정도가 적당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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