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MERS)가 국내외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빠른 속도로 전파되자 온 나라가 혼란에 휩싸이게 되었다. 그 과정에 책임이 있는 자들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개개인은 메르스에 대비하기 위해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구매해 대비하고 있다.

그런데 메르스 환자 중 일부가 사망했다는 뉴스가 몇차례 이어지면서 확연히 눈에 띄는 특징이 보였다. 메르스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보더라도 한눈에 알 수 있는 그 특징은 바로 고령의 감염자가 사망에 이르렀다는 사실이다.

그러자 뜻밖에 여론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메르스 별거 아니네"

이말은 고령자만이 기존에 다른 질병이 있거나 면역력이 약한 이유로 바이러스를 이기지 못하고 사망에 이를 뿐 건강한 일반인이라면 어느정도 앓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극복하고 증상이 호전되어 퇴원까지도 하게 되니 그간 온 나라가 떠들썩 했떤 것들이 불필요한 혼란이 아니였겠지 않냐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긴 이런 자들은 세월호 참사 때에도

"놀러 가다 죽었을 뿐"

이라며, 냉소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폐렴 사망자는 10,809명이고, 기존의 널리 알려진 결핵 과 같은 질병으로 사망하는 이들의 숫자는 알고 보면 꽤나 놀랄 정도로 많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기존의 질병에 비해 메르스를 낮춰 생각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왜 그럴까?

 나라에서는 독감(인플루엔자)을 예방하기 위해 매년 막대한 건보재정을 쓰고 있다. 65세 이상 독감예방백신은 무료접종이다. 증상의 발현부터 전파, 감염에 따르는 치료법까지 대처방법을 알고 있기에 독감이 유행헤도 지금 처럼 큰 혼란이 발생하지 않는다.

생각을 바꿔보자.

교통사고 사망자의 수도 한해 기준으로만 보아도 엄청나다. 메르스와 비교할 게제가 아니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 때에도 한해 교통사고 사망자의 수를 꺼내들어 비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즉, 세월호 참사로 사망한 이들이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두드러지는 부분이 없고, 참사 자체는 슬프지만 유가족들이 특권을 쥐게 된 것인양 너무 나대지 말라는 식으로 비아냥 거렸다.

일부 몰지각한 시민들이라면 이해가 가나 고위공직자나 선출직 일부도 이런 주장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웃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교통사고로 어짜피 죽을 거 정부가 신호등을 운영하고 경찰관을 배치 할 필요 뭐 있겠느냐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 바 없으며, 100중 추돌로 몇백명이 죽었다면 누구의 잘못이 될까? 

우리는 잘 모르는 것에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낀다. 특히 인간은 잘 알지 못하는 미지의 두려움을 쉽게 극복해 내지 못한다. 그러나 적응력 또한 빨라서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면 효율적인 대처방법을 찾아내고 만다.

 메르스는 전염력이 높은 편이지만 사스만큼은 아니고 치사율도 높지만 국내처럼 의료기술이 나름 괜찮은 곳에서는 이 치사율 마저도 대폭 낮아진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기존에 보고된 바 없는 유례 없는 전파력을 보이긴 했지만 왜 기존 양상과 달랐는지에 대해서도 이미 몇가지 주장이 나오고 있고 앞으로 검증절차를 거치며 더 많은 데이터를 쌓아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독감보다 조금 더 강한 수준?

독감을 만만히 보는 말투가 아닐 수 없는데, 독감은 만만한 대상이 아니다. 만성적으로 유행하는 단계가 되었기 때문에 둔감해진 것일 뿐이다. 게다가 두 증상을 겪은 환자들의 고통이 얼만큼의 차이가 있는지는 둘 모두룰 겪어 본 것은 아니어서 주관적 체험을 말할 순 없지만 적어도 가벼이 대할 대상은 아닌 것이다.

인플루엔자보다 조금이라도 더 강한 바이러스라는 점도 문제지만, 호흡곤란을 동반하기 때문에 입원을 필요로 하며, 일상생활에 지장은 초래함은 물론이고, 실제 건강에 치명적이다.

또한 A부터 Z까지  모두 파악되어 있지 않은 상태인 것은 우리나라나 외국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중국인 관광객들은 관광일정을 취소하고, 해외 언론들은 비상한 관심으로 이번 우리나라의 메르스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혼란은 2차 3차로 확산되고 잇으며, 경제적 손실 또한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이 현실은 그저 수치상의 치사율을 가지고 쉽게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물론 메르스의 전염방법이나 대처방법이 정확히 밝혀지고 백신마저 개발된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진정세를 보이기는 커녕 날이 갈수록 사망자와 감염자 확진판정을 받은 사람들의 수가 늘어만 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조금 심한 가기인데 호들갑은" 이라며 혀를 차는 사람이 있어, 안타까운 마음에 포스팅을 해보았다. 빈말로라도 "노인이나 걸려 죽지" "조금 심한 감기일 뿐" 과 같은 말을 입에서 꺼내지 말자.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보건당국의 부실한 대처는 입만 아프니 언급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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