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회담, 공감되고 재미있고.

예능프로그램이 갖고 있어야할 미덕을 모두 갖고 있는 비정상회담은 높은 관심과 시청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예능프로그램의 정석은 출연자들의 케릭터가 저마다 각기 다른 개성으로 주제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인데, 비정상회담의 G11인은 각기 다른 지역과 문화를 가진 그 자체가 바로 케릭터가 되어 주고 있으며, 회차마다 적절한 토론주제를 통해 의견을 나누며 공감과 재미 두마리 토까지를 잡을 수 있었다.

방송초기에는 유세윤, 전현무, 성시경의 역할이 의제를 나누고 재미를 극대화 하는데 있어서 약간의 불안한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인기를 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시청한다는 뜻이고, 결국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거나 알아도 지나치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몇회 지나지 않아 의장단 세명에 대해 비판어린 목소리가 조금씩 들리는 듯 했다. 

초반 세명의 MC는 G11의 대화에 억지로 개입하려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제작진 역시 적극적인 개입보다는 최대한 자유로운 분위기를 해치지 않도록 배려했다. 이런 점이 초반에 조율의 실패로 비쳐져 MC의 존재부정으로까지 일부 여론이 일어나는 이유가 되기도 하였으나 이제는 G11이 방송에 익숙해지고, 유세윤을 중심으로 하는 MC들도 개입은 최소화 하되 분위기를 이끄는데 성공하면서 비정상회담은 결국 정상의 궤도에 올라설 수 있었다.


'비정상회담' 독일 실업률을 얘기한 린데만 ⓒ JTBC '비정상회담'

주제와 공감

근래 비정상회담의 전반부는 각국의 문화의 차이를 후반부는 게스트가 들고 오는 의제를 가지고 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각국의 발명품에 대해 소개하는 부분에 있어서 G11의 특징이 그대로 묻어난다. 중국인들이 갖는 자국문화의 자부심이 장위안을 통해 드러났고, 줄리안은 다른 유럽 강대국에 비해 작고 약세인 벨기에의 대표로서 자국의 자랑거리를 일일이 기회만 있으면 피력하려 했으며, 오히려 프랑스나 독일 같은 강대국일수록 애써 포장하려 하지 않고 덤덤하게 대응하는 모습이었다.

독일 비정상대표 다니엘린데만은 남들이 다 이야기 하고 나서 이야기 하는 편이다. 자랑거리로만 따지면 독일보다 앞서는 나라가 얼마 없을 터이지만 그럼에도 젊은 줄리안처럼 나서지 않음으로서 밸런스가 잘잡힌 이성적이고 현명한 케릭터로 자리 잡았다.

반면 장위안을 통해 우리는 중국인들의 복합적인 면모를 볼 수 있었다. 대륙의 자부심을 한껏 가지고 있지만, 실은 한국인 이상으로 현실에 찌든 모습, 근래 들어 나오는 대부분의 의제에 있어서 중국인들의 팍팍한 현실을 반영한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비정상회담의 케릭터에 방점을 찍은 인물은 에네스카야 였다. 터키 출신 비정상인 에네스는 확고한 신념과 자의식을 갖고 있는 인물로, 딱딱하게 들릴 수 있는 보수적인 주장도 속담을 통해 풀어 나가며 들어줄만한 주장으로 들릴게 만드는 재주를 지녔다. 이번 회차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의 역할은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중요할 것이다.

후반부 의제였던 '취업난'을 말할 때 결과적으로 장위안과 타쿠야는 마지막까지 스펙쌓기에 올인하는게 비정상이냐는 의제에 대해 '정상'이라 생각하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장위안과 타쿠야의 생각은 그릇된 것이 아니라 현실에 보다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서방국가 출신들은 장위안이 왜 스펙이 중요할 수 밖에 없는지를 이야기 할 때 틀렸다고 대응하지 않고, 이해를 하면서도 그것이 결코 바른 방향이 아님을 지적한다. 그들은 국가가 오랜 세월을 거치며 얻은 경험이 주는 교훈을 알고 있었다.

 좋아 하는 일을 찾아서 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는 서방국가의 비정상들은 진정 온전히 그렇게 생각할까? 유럽국가, 미국 등도 취업난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의 문제라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다. 그럼에도 서방국가들은 역사의 교훈을 잊지 않고 교육을 통해 그 가르침을 이어오며 같은 취업난 속에서도 바른 방향성이 무엇인지를 뿌리 깊이 인식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결국은 스펙과 하고싶은일 중 무게중심을 어디에 두어야 옳은것인지를 사회 전체가 갖는 경험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반면 장위안 역시 유럽국가 비정상들의 주장에 대해 이해하고 있지만, 중국의 처한 현실과 너무나 크게 동떨어져 있고 그 문제가 단지 한사람의 의지로만 해결될 수 없다는 점 또한 알기에 자기 주장을 굽힐 수 없었다. 


 


우리는 이렇게 출신국가의 이야기 속에서 각 나라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판단하는지를 비정상회담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다니엘 린데만은 독일의 청년 실업률은 7.7%라고 말했다. 여타 다른 유럽국가들의 엄청난 실업률과는 대비되는 모습이었는데, 다니엘은 그 이유를 "독일은 한국처럼 대학을 무조건 가려고 하지 않는다" 며 "중학교를 졸업해도 마스터 제도를 통해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우리는 드러난 면만 볼게 아니라 독일이 이런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비정상회담은 이렇게 G11이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모습을 즐기며 시청하는 선에서 끝을 내도 무방하고,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알아볼 주제 또한 제시해주고 있다. 

한국이 압축성장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들려도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 중 하나가 이런 교육과 취업에 관한 문제인데, 장위안이 다니엘의 주장을 이해한다고 해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는 독일이 교육과 취업 문제가 얼마나 오랜 사회적 경험을 통해 이끌어냈는지를 알기 때문일 것이며, 결국은 방향성에 동의 한다해도 그런 방식을 그대로 바로 중국에서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이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G11은 저마다 국력이 다르고 문화가 다른 나라에서 온 다양한 연령대의 비정상대표들이다. 처한 입장이 다르기에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에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급격한 경제발전의 이면을 엿볼 수 있는 중국 비정상 장위안, 우리나라의 조선시대 선비를 연상케 하는 에네스카야, 유럽의 소국이지만 자부심을 갖고 있는 벨기에 비정상 대표 줄리안, 머나만 나라여서 생소하지만 호감으로 다가오는 가나의 샘오취리, 직장인이면서 한국적인 문화를 잘 이해하고 다양한 경험으로 똑소리나는 주장을 펼치는 이태리의 알베르토까지 지역과 문화 연령이 다른 G11의 이야기는 그 어떤 책에서도 가르쳐 줄 수 없는 소중한 간접경험을 제공해주고 있다.

자기소개서에 사진을 붙이지 않거나 선택적이라는 여러 비정상들의 이야기 속에는 앞서 말한 사회적 경험이 담겨 있다. 왜 그렇게 결론이 모아져 갔는지를 G11은 이야기하고 우리는 그들의 주장속에서 간접경험을 할 수 있다. 이 얼마나 바람직한 프로그램인가.

즐거움 속에 공감과 교훈을 얻으니 가히 만점예능이라 해도 과언은 아닌듯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