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 교수는 이전의 경험에 의해 '역량이 없다'며 거절의 변을 밝혔지만 이상돈 교수는 상황이 뒷받침 되면 비대위원장을 맡을 의사가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었으나 새정치연합 내의 일부 의원의 격렬한 반대로 영입은 무산되고 말았다.

둘 혹은 그 이상의 이해 당사자들간에 민감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본인들이 해결해야 하는게 원칙적으로는 맞지만, 잘나고 못나고를 떠나 당사자들 역시 사람인지라 눈앞에 있는 문제를 외면하지 못하고 사사건건 부딪히다 될 일도 안되게 만들곤 한다. 이럴 때는 중간자의 역할이 필요할 수 있다.

이번 이상돈교수의 영입방침은 신의 한수와도 같았다.

이미 새누리당 비대위에서 활동한 바 있으니 어느정도 검증도 된 측면이 있는데다가 평소 언행을 비추어 볼 때 보수적 입장을 견지하되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분이라는게 다수가 그를 보는 시선이다. 이렇게 현실을 바라보고 진단하는데 있어서 밸런스를 갖는 사람이 지금까지 드물었으니 이상돈 교수는 새정치연합의 비대위장을 맡ㄱ 되면 무엇과도 바꾸기 어려운 귀중한 핵심전력이 되어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재보선 결과가 말해준 민심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실은 이 선거결과가 국민들의 정확한 민심에 가까울 것이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집권에 성공했을 때 겉으로 드러난 가장 큰 이슈는 두말할 나위 없이 청계천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중도실용의 이미지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국민들은 대의를 쫒는 것을 반대하는게 아니라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되는가 여부를 보다 중요시 하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는 투표성향과는 다른 결과가 종종 선거에서 드러나곤 한다. 또한 민심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이런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데서야 선거결과가 좋게 나오기는 어려운 것이다.

* 실제 지난 여러 차례의 선거에서 대부분의 접전지역은 지역경제를 살리기 전략에 앞선 후보가 당선되었다.

즉, 민심의 동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이 선거에서는 그 어떤 이슈보다 더 중요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민심은 반복해서 말하지만 의심의 여지 없이 먹고 사는 문제일 수 밖에 없는데, 세월호 특별법 정국하에서도 먼저 민생을 챙긴다는 이미지를 선점한 새누리당에 비해 새정치연합은 의제선점의 전략에서부터 뒤쳐지고 마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정치력의 부재

새누리당은 세월호특별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무렵부터 수사권과 기소권은 협상의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필자가 이런 새누리당의 방침에 동의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리고 나서 특별검사에 선임에 대해 조금식 양보를 하기 시작했다. 시사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두지 않는 중도층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민생경제를 챙긴다고 나서는 새누리당 당대표나 비교적 합리적으로 보이는 양보안에 합의해주는 등 비교적 긍정적인 면모가 눈에 들어오는 일이 잦아졌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협상의 프레임을 자신의 것으로 가져오지도 못했고, 민생을 챙기는 모습도 먼저 보여주지 못하면서 무능의 이미지를 벗어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라고 해서 김무성대표를 무작정 따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여러번 증명되기도 했다. 그러나 당의 중지를 모으는 가운데 명분을 쌓고 힘을 실어주어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여러차례 보이면서 작은 흔들림은 있을지언정 크게 흔들리지 않는 공고한 리더쉽을 유지하고 있다.

이상돈교수는 새정치연합이 갖지 못하고 있는 실용주의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데 있어서 적임자였다. 적임자를 결사반대하는 의원들의 SNS 발언들이 언론에 노출될 때마다 비난의 목소리는 반대급부적으로 계속해서 커져가고 있다는 것을 그들은 모르는 것일까?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나 언론 기사, 그리고 SNS에서 새정치연합의 이상돈 반대 목소리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은 반응이 계속해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렇게 이상돈 교수에 대한 영입반대에 한목소리를 냈다는 자체만으로 이미 민심의 동향은 새정치연합에서 조금식 멀어지고 있다. 이런 점도 모르고 선거패배의 결과를 덩뚱한 곳에서 찾고 있으니 이리 답답한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지도부와 따로 도는 중진들

박영선 원내대표가 비대위장을 겸하면서 사실상 그 권력을 휘두르고자 한다면 굉장히 막강한 위치라고 할 수 있다. 원내대표가 된 이후 하필이면 부딪힌 사안이 지나치게 어려운 시험대 였다는 점은 박 원내대표 개인적으로는 가혹한 일일지 모르나 정치라는게 다 그런것 아니겠는가. 더군다다 원내대표의 위치라는게 아무나 되는 것은 아닐테고.

그런데 야당의 중진들은 사전협의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비대위장을 탓하면서 실은 자신들도 SNS나 인터뷰를 통해 거침 없이 말을 쏟아내면서 지도부를 흔들고 있다.

예컨데 이런 것이다. 국운이 달린 일을 맡은 A는 국회의사당에 긴급히 가야 하는데 남은 시간이 10분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A는 달려가던 도중 위법적 행위를 했다. (위법행위가 직접적으로 타인을 해하는 것이라면 현장에서 체포됨이 마땅할 것이다),침을 뱉고 만 것이다. 이때 경찰이 A의 급한 사정을 다 듣고도 놓아주지 않는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하는게 올바른 태도일까? 국운이 달린 일을 두고도 침한번 뱉은 일을 두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경찰들이 몰려와서 잔소리를 한시간을 늘어 놓는게 옳은 일일까. 예를 조금 바꿔 보자. 침을 뱉은게 아니라 바쁜 와중에도 작은 선행을 했는데 그걸 지나가던 시장이 지켜보고 굳이 칭찬을 해야 겠다고 하며 바쁜 사람 붙잡고 주저리주저리 자기 할말만 한다면 과연 적절한 것일까.

집에 불이 났다. 소방차가 달려왔다. 그런데 소방관에 맡기지 않고 집에 사는 형제들은 각각 다른 곳부터 불을 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소방수들 햇갈리게 만들고 길도 비켜주지 않고 집 앞에서 자기들끼리 싸운다. 언성이 높아지다 보니 아예 집에 불난 것과 소방수가 온 것도 잊고 싸움에 몰두한다.

 

 

 

새정치연합의 모습이 딱 이렇다. 집에 불이 난 줄도 모르고 소방수가 와 준게 고마운줄도 모르고, 이곳저곳에서 자기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다시 정리해보자.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에 필요한 것은 세가지로, 첫째는 시시각각 변하는 민심의 동향을 파악하는 빠르고 정확한 눈이며, 두번째는 분열 된 이미지의 개선이고, 세번째는 큰 그림을 그리는 전략이다. 전략이 부재하다 보니 조직으로서의 장점은 사라지고 우왕좌왕하면서도 그런줄을 모른다.

이상돈 교수는 이 중에서 여야를 떠나 국민을 위하는 이미지를 심어줄 적임자였다. 그의 평소 언행과 글을 보면 매우 균형잡힌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걸 알 수 있다. 민심의 동향을 제대로 파악하고 상식에 기초한 판단을 할 줄 아는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야당의 중진들이 힘을 보태면 새정치연합의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는 기회였다. 지금 새누리당이 잘하고 못하고와는 상관 없이 새정치 연합의 지지도는 게속해서 하락추세에 있다.

개선의 여지도 잘 보이지 않는 깜깜한 어둠속에서 그래도 살만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어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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