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슈퍼스타K2에 출연한 참가자 중 기억에 남는건 허각, 존박, 장재인등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잊혀졌다. 그나마 오디션 프로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던 시절이었기 때문인지, '세월이가면'을 부른 박보람은 대중의 뇌리에서 어느정도 기억이 되고 있던 참가자였다.

당시 십대소녀였던 박보람에 대한 루머가 한가지 떠돌았다. 바로 춘천팸과 일진설이었고, 그 주장은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스샷을 증거 삼아 퍼져 나갔다.

미니홈피 사진과 댓글만으로는 일진이라 말하기 어렵다. 그저 누군가의 일방적인 주장이었을 뿐으로, 객관적인 진실이라는 증거는 드러난 바가 없다. 그저 친구들과 어깨동무하고 있는 사진 밑에 달려 있는 현승희를 마주본 박보람의 표정만으로 짜증내는 성격을 드러낸 것이라며 박보람을 비난하고 있고, 그것이 전부였다.

 

 

박보람의 사과

박보람은 자신의 팬카페에 부족한 자신을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하면서,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고 밝혔다.

즉, 방황하던 시절이 잠시 있었다는 이야기다. 슈퍼스타K에 출연한 시기를 보면, 그 해 초에 박보람의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그 전 해를 기준으로 보면 일진설의 배경은 중학생 시절임을 알 수 있다. 중학생 때 청소년이 하지 말아야 할 몇가지 위반행위를 하지 않았느냐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그러나 이정도 만으로 일진이라는 굴레를 덧씌운다는건 참으로 해괴망측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길거리에 침한 번 안 뱉어 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요는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면 일진의 굴레는 아무나 갖다 씌울 수 있다는 말이다.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겠지만 반내 학생 중 2/3 이상이 욕으로 말을 시작해 욕으로 마치는 경우도 있다. 쉬쉬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 음주와 흡연을 하는 경우도 학교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종종 볼 수 있기도 했다. 관련 통계자료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남을 괴롭히지 않아도 사회적 기준에서 학생이 하지 말아야할 행동을 하면 일진이라고들 말한다. 그렇게 뉴스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범죄행위와 같은 일진과 넓은 범위의 일진이 같은 단어로 쓰여지고 있다.

지독한 순결주의는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주고 있다. 인터넷 여론을 배경으로 연예인이나 유명인을 괴롭히고 싶어 하는 심리가 느껴진다.

블로거로서 연예관련 기사를 직접 생산하고, 두개의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운연자로서 보아도 요즘 들어 일진설을 보면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너는 일진" 이렇게 규정하고 괴롭히려는 의도가 선명하게 느껴진다. 적어도 법의 심판을 받을 정도의 행위가 아닌 이상 우리는 관용적 태도를 기본으로 하는게 옳다. 예컨데 청소년기는 이유없는 반항이라고 할 정도로 질풍노도의 시기다. 이때 법의 심판을 받을 정도의 행위라 하는 것은 남을 상습적으로 괴롭혀 정신적 물리적인 상해를 입혔을 경우다.

지금까지 박보람의 경우 남을 지속적으로 괴롭혀 정신적 트라우마를 안겨줄 정도의 범죄적 행위는 드러난 바가 없다. 즉, 일종의 단순 탈선행위 정도는 그녀의 뉘우치는 사과 발언 정도로 이해해 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잘못은 잘못, 절대 용서가 안돼" 라고 말하는 극단적인 사고방식은 주로 청소년기에 나타나며, 이십대 초중반 정도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사회생활을 하고 정신적으로 성숙하게 되면 지나친 순결주의에서 자연스럽게 벗어나게 된다.

"너의 과거를 용서할 수 없어" 라고 말하는 남여사이와 유사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나이가 들고 사고의 성숙과 함께 이런 태도는 자연스레 완화되게 된다. 물론 아닌 사람도 있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개 그렇다는 이야기다.

되도록 남에게 상처주는 일을 하지 않고 사는게 옳지만, 그것이 관용의 범위를 넘어섰는지 여부는 그 사회의 성숙도에서 엿볼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지독한 순결주의에 빠져있다. 조직적으로 나쁜짓을 일삼는 무리들이 법의 심판을 제대로 받지 않으니,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들에게 화풀이를 하고 있다.

 

연예인은 강자가 아니다. 소수만이 일반적인 직장인 수준보다 월등한 수입을 가질 뿐, 거의 대부분은 일반 시민보다 못한 수입에 허덕이고 있다. 어렵게 인기를 얻어도 작은 실수로도 무너지는 경우가 예사다.

"내가 보기 싫다는데" 라며 연예인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중으로서의 내 권리를 행사 하겠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것을 밖으로 표현하여 남을 선동한다면 그것은 방종에 다름 없다. 보기 싫으면 채널을 틀면 그만이고, 댓글로 표현할 때도 "보기 싫다" 정도의 표현이면 될 일을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가며 동조하기를 바라며 이것저것 루머를 갖다 붙여 선동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남의 공감을 얻기 위한 정당한 방법이 아닌 그저 흘러가는 루머를 근거로 쉽게 연예인을 공격하며, 뜻을 같이 해주길 바하는 셈이다.

연예인을 강자로 설정해 두고, 맘에 들지 않은 과거가 드러나면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 일진이라 규정한 후, 비난하고 공격하는 건 자신이 인터넷상의 일진행위와 같다는 것을 하루 속히 알아야 할 것이다.

인터넷상의 일진행위라는 말은 틀림이 없다. 왜냐면 루머를 바탕으로 악플을 달아 실제 여러 연예인이 명을 달리한 일이 실제 발생해 왔기 때문이다.

연예인은 강자도 약자도 아니다. 단지, 루머에 시달리면 그 때는 약자로 바뀌는 것이고, 루머가 해소되면 다시 강자와 약자의 구분이 없어지게 된다. 또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대중에의 영향력이 커졌을 때는 그 시점 이후로의 행위는 조심하는게 옳다. 일부 법적인 문제로까지 비화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성급히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수사상황을 지켜보며 여론의 추이에 귀 기울여 판단하는게 좋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많이 부딪히고 깨닫는 문제 중에 하나가 바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문제일 수록 양측의 말을 모두 들어봐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왜 박보람의 일진설은 그저 누군가가 인터넷에 남긴 글만 보고 곧이 곧대로 믿어 버리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남을 헐 뜯는 이야기를 하면 재미있다. 그래서 그런 뒷담화를 하는 친구의 말은 웃으며 들어준다 그러나 돌아서면 그런 친구를 경계하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거리를 두게 된다. 즉, 자신의 언행은 작든 크든 좋지 못한 결과로 돌아올 확율이 매우 크다는 말이다.

박보람은 슈퍼스타K2 에서 출연한 이후 4년만에 겨우 데뷔곡 '예뻐졌다'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런 와중에 근거가 부족한 일진설로 악플을 달며 당신도 일진행위를 하고 있는건 아닌지 되돌아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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