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머니 시즌3를 볼 때 새삼 느끼는 점이 있다면, 이건 바로 쇼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방송 프로그램을 대할 때 진지모드로 접근하다 보면 내 생각과 달리 흘러가는 부분 때문에 실망하기 마련이지만, 한발자국 물러나 즐기는 마음으로 대하면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쇼를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비아이는 지난주 바스코 다음으로 관객들에게 많은 표를 받았다. 당연히 실수한 부분이 인터넷 여론의 도마에 올랐고, 대부분 가사실수에 이은 관객앞으로 달려나가는 공연 당시의 모습이 자주 회자되었다.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좋게 보기 어려운 대목일 수 밖에 없는데, 방송프로그램 제작자 입장에서 이런 경우를 어떻게 볼까?

보통 사람들의 인생사도 이와 같은게 아닐까 싶다. 평탄하게 가자고 마음 먹으면 오히려 평탄한 나머지 도퇴되고 말고, 인생의 고비마다 도전하고 실패하더라도 물러서지 않았을 때 기회가 찾아온다는 것 말이다.

쇼미더머니 제작진에서는 편집이라는 강력한 기술이 있다. 의도와는 다르게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데미지를 최소화할 도구가 주어져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평탄하게 가려는 참가자보다는 본인의 뜻이든 아니면 원치 않은 실수든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논란을 만들어 내는 참가자는 환영할 만한 대상이다.

비아이는 이런면에서 백점만점을 주어도 모자라다. 왜 떨어져야할 참가자를 자꾸 붙이느냐는 논란으로 시끄럽게 만들어 놓고, 'I AM'이란 경연주제에 맞게 곡을 써 당당히 멋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BEI

비아이의 반격의 서막은 자신의 실수했던 모습을 영상으로 틀어주면서 시작되었다. 관객의 마음을 흔들 줄 아는 모습이다. 아니 조금더 정확히 말하자면 긴장하고 집중하게 만드는 장치였다. 물론 실수를 했다면 굉장한 데미지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위너는 아무나 되는게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비견할 수 있는 좋은 예를 한가지 들어보자. 아사다마오는 트리플 악셀을 연습에서도 자주 실수하고, 경기에서도 자주 실패했지만 한번씩 중요한 경기에서 성공시켜 환호를 받았다. 

김연아에 밀려 오랬동안 2인자에 머물렀지만, 어릴 때 부터 쌓아온 기록 자체는 당대에 김연아에게만 밀릴 뿐 누구도 쉽게 달성하기 어려운 상당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김연아라는 당대 최고의 선수를 응원하는 우리 나라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일본의 아사다마오 앓이를 이해하기 어려웠을 테지만, 천재소녀가 넘어지고 일어서는 과정은 곧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로 다가오는 법이다.

물론 비아이는 아사다마오와는 많은 부분 다르다. 예를 든 것은 스토리가 곧 대중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주장을 하기 위함이었다.

 연습때도 무대에서도 실수를 잘 하지 않는 비아이가 쇼미더머니에 나와 생소한 관객앞에서의 여러차례 실수를 하고 말았다. 그렇게 넘어진 트라우마는 극복해 내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누구도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왜냐면 그것을 대담하게 극복하는 사람은 그럴 마음가짐이 서 있기 때문에 다음에 어디선가 또 다른 이유로 부딪히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지만, 앞서 예를 든 아사다마오처럼 한번 마인드에 상처를 입고 흔들리면 단기간에 극복해 내지 못하는 부류도 있는 것이다.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트러블에 부딪힌 도전자의 이야기를 세상은 관심갖고 들어주려 하지 않는다. 포기하지 않고 물러서지 않고 도전하겠다고 말해도 기회를 다시 잡는건 너무나 어렵다. 

 기회란 그렇게 주어졌을 때 잡아야 하는 것으로, 비아이는 사실살 마지막 기회를 잡아야 하는 심적 부담에 직면하게 되었다.

'WIN:Who is NEXT'에서 비아이는 팀을 이끄는 강심장임을 보여준 바 있다. 리더로서 스스로 완벽해 지고자 노력하는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그런 면모를 눈여겨 보고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여전히 96년생 청년이다. 10대 청년이 트라우마라를 단기간에 극복하고 좋은 무대를 선보였다.

단점을 드러내놓고 내가 이걸 극복하겠다는 가사를 도전적으로 내밀면서 끝내 이겨냈다.

비아이는 말하자면 인생의 중요한 교훈을 얻으며 성장했고, 그것이 트라우마를 이겨낸 비결이었다.

어린나이에 팀의 리더로 데뷔를 꿈꾸며 노력해 왔지만, 언제 어떻게 데뷔할지, 아니 데뷔를 할 수나 있을지 알 수 없는 불안감 속에서도 늘 꾿꾿한 모습만 보여지기를 원했던 그가 한차례 넘어져 모든 것이 다 오픈되어져 버렸을 때 그제서야 타블로와 주변 사람들은 진심으로 도와줄 수 있게 된다.

자신의 문제를 혼자 끙끙 앓고 있기 보다 나 홀로 완벽하기 보다 다 같이 힘을 모을 때 더 강한 에너지가 만들어 진다는 것을 비아이는 배웠을 것이다.

비아이의 무대는 너무나 훌륭했다. 아직은 관객과의 호흡에서 조금은 인위적인 느낌이 아주 없지 않아 있긴 하지만 그렇게 단련되어 나가려 노력하는 사람이 가요계에서 성공하는 것이다. 

무대가운데서 인형처럼 춤만 추는 아이돌그룹은 대개 콘서트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그래서 제대로 된 기획사는 자사소속 가수들의 집단 콘서트를 연다던지 해서 공연 경험을 쌓게 만든다. 비아이에 앞서 조만간 데뷔곡 발표를 앞둔 WINNER 역시 자사 소속 선배가수들의 오프닝 무대를 돌며 경험을 쌓았다.

가사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관객의 눈도 쳐다보지 않고, 랩만 중얼거리다 끝났다면 비아이는 자신의 장점을 모두 버리고, 단점에만 집중한채 끝이 나는 결과를 맞이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높은 긴장감 속에서도 비아이는 끝내 자신이 스타일대로 정면승부를 택했다. 관중들앞에 스토리가 있는 자신의 쇼미더머니 참가 이야기를 도전적으로 내뱉었다. 그러면서 내가 이렇게 달라졌으니 호응 안하고 배길 수 있느냐는 듯 흥에 겨워 제대로 놀았다.

자신도 모르던 단점에 부딪혀 힘들어 하던 비아이는 한꺼풀 허물을 벗는 과정을 통해 본인과 팬들의 마음을 모두 움직일 수 있었다. 비아이는 자신의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혀 깨트린 것이다. 

B팀의 데뷔까지 기대하게 만드는 비아이의 멋진 공연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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