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뛰어난 자는 없고, 모든 것을 다 가진 개인도 없습니다. 마리아 샤라포바가 처음 우리나라에 알려졌을 때 놀라운게 어떻게 테니스를 그렇게 잘 치면서 외모도 뛰어날 수 있는가 라는 반응이 있었고, 안정환이 축구를 그렇게 잘 차면서도 화장품CF를 장기간 하는걸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었을 테지만 인간은 본래 불완전하여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복잡함이 있기 마련입니다.

크리스가 엑소를 나오게 된 여러 정황들 중 눈길이 가는게 있습니다. 팬들은 설마 탈퇴까지는 몰라도 상당수가 크리스의 과거 문제있었던 행동에 대해 알고 있다는 대목이었습니다.

문득 예전생각이 납니다. 예전 부대생활을 할 때 키도 멀끔하고 훤칠하고 건장한 후임이 들어왔습니다. 그 때 전 병장이었기 때문에 다른 내무실의 이등병까지 신경쓰진 않았고, 얼굴만 아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행정반에 간 그 그 이등병이 전화기를 붙잡고 하는 말이 들려왔습니다. 다른 부대로 가고 싶다는 내용이었는데, 처음에는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어서 그저 넋두리인가 싶었습니다. 자대배치 받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다른 부대로 갈 생각을 했다는게 믿기지 않는 일어었습니다.

얼마 후 정말로 그 이등병은 전화한통을 할 때문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결국은 다른 부대로 갔습니다. 우리 부대에선 전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일이었고, 발칵 뒤집혔습니다. 분위기가 뒤숭숭해진 것은 남은 사람들의 몫이고 떠난 그 녀석은 소문에 의하면 상급 부대로 가서 땡보를 맡게 되었다고 합니다.

엑소가 속한 SM은 국내 톱 기획사입니다. 재능을 가진 젊은 청춘들이 꿈을 쫒아 문을 두드리고 오랜 세월 담금질 끝에 대중앞에 서기 위해 가장 최적화된 시스템을 갖춘 곳입니다.

앞서 한 이야기들은 모두 인간이기에 갖는 한계를 말하기 위함입니다. 각자 다른 환경에서 자라 성격도 다르고 모든 것이 다르지만 팀으로 뭉쳐 꿈을 향해 나아가는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니다. 특히 감성이 풍부한 이들에게는 더욱 힘든 일일 것입니다.

특히 젊은 나이일 수록 유혹에 빠지기도 쉽고, 절제라는 것은 연령을 불문하고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보이는 화려함 이상으로 심적인 부담은 클 것입니다. 그래도 SM내 연습생 중에서 생존하여 엑소멤버가 되어 성공가도를 달리게 되었으니 멤버들은 자신들의 땀과 노력에 박수를 쳐주고 응원해주는 팬들을 고맙게 여길 것입니다.

그런데 때로 자신은 특별하고 남은 그렇지 못하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크리스 즉 우이판의 행동은 그런 생각을 가진이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아이돌그룹은 많고 방송에 설 기회는 쉽게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룹차원으로도 그렇고 개인으로서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따라서 기획사에서는 먼저 반응이 오는 멤버를 내세우는 전략을 세울 수 밖에 없습니다. 소녀시대가 데뷔 했을 당시 순수한 이미지에 가창력이 좋은 태연과 가장 눈에 띄는 외모의 윤아가 소시의 인기를 견인했습니다. 그런데 태연은 라디오 프로 친친을 제외하고는 예능프로에서 그리 큰 두각을 드러내진 못했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인기야 멤버중에서 가장 높았지만, 재능이 넘치는 태연도 방송운 만큼은 좋지 못한 편이 라는 이야깁니다.

SM의 기획력을 높게 평가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소녀시대의 멤버별 활동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태연처럼 뜻하는데로만 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OST로는 늘 흥행가도를 달렸고, 제시카는 무한도전에서 냉면으로 대박을 터트렸으며, 티파니는 뮤지컬을 서현은 우결에서 정용화와 가상커플로 큰 사랑을 받았고, 써니는 청춘불패에서 사랑받았고 최근에는 라디오DJ를 맡아 호평을 얻고 있으며, 효연은 댄싱위드더스타에서 뒤늦게 좋은 활약을 펼친 바 있습니다. 이외에도 태티서와 같은 유닛을 비롯 여러 활동을 한 소녀시대는 때가 맞는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잡을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때로 억지로 욕심내서 하게 되는 경우에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뛰어난 기획사는  대중과 호흡하며 무리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접점을 찾는 과정에 무리가 끼어들지 않도록 합니다. 모든 시도가 다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때로 무리한 선택을 하지 않는것도 아니지만 비교적 조화로운 방법을 취하려고 합니다.

즉, 크리스가 불평해온 일들은 이름을 알리고 싶어 애타는 마음으로 괴로워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많은 연예인 지망생들에게는 사치스런 일일 것입니다. 개구리가 올챙이적 기억하지 못한다라고 하는 말처럼, 더 나은 금전적 이득과 여러 기회를 쫒아 떠나버린 크리스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이유입니다.

물론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멤버 각자가 제 몫을 할 수 있을 때의 이야깁니다. SM소속 아이돌 그룹은 대개 허투루 뽑은 경우가 없고, 제 몫은 다들 해냅니다. 단지 냉혹한 대중가요계에서 순서가 다를 뿐이고, 운에 따라 기대 이하 혹은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오는 등 미처 통제하기 쉽지 않은 변수들이 있을 뿐입니다.

크리스 문제는 우리가 앞으로 계속해서 접하게 될 문제입니자. 영화를 찍을 예정이라는데 잘 되면 잘되는데로 언론에 오르내릴 것이고, 중국에서의 연예활동이 잘 안 풀리면 또 그것대로 이슈가 되어 우리에게 들려올 것입니다.

필자는 우이판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 이렇게 생각합니다. 물론 추측입니다.

잘생기고 엑소멤버로 인지도를 높인 크리스는 더 빨리 더 많은 기회를 얻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엑소라는 그룹의 멤버라는 인식 및 자부심이 매우 취약했던가 봅니다. 내 재능이 곧 팀의 성공에 이바지 하고, 다시 멤버 각자가 갖는 여러 재능이 꽃을 피우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기본 개념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것 아니냔 생각입니다. 또한 그룹의 의미를 나와 우리의 성공이라 생각하기 보다는 단지 자신의 성공을 위한 발판 정도로 보는 인식을 갖고 있는거 아니냔 의구심이 듭니다. 그러하기에 단콘을 몇일 앞두고 그런 대형사고를 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이판의 생각과 판단은 나와 내 주변을 살피지 않고 내가 원하는걸 하며, 돈도 많이 벌고 싶은 그런 심리라고 생각됩니다.

서두에 군대 이야기를 잠시 언급했던 것은 의지가 지나치게 부족한 개인은 그 자신만이 아니라 주변까지 같이 힘들게 하곤 합니다.

이래서 힘들고, 저래도 곤란하다고 하는 말은 잘하지만 정작 인내심과 창의력 그리고 노력에서 부족하니 먼저 인기를 얻고 기회를 잡는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요즘 룸메이트에 나오는 엑소 멤버 찬열이는 본래 엑소가 대세인건 알아도 멤버이름은 모르던 제게 아주 좋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잘난척 하지 않고, 자신의 몫을 해야 할 일이라 생각되면 적극적으로 나서고, 이미 다수의 곡을 작곡해 두었다는 건 단지 춤추고 노래만 하지 않고 음악인으로서의 욕심도 있다는걸 암시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자신을 갈고 닦으며, 적극적인 생활태도를 갖는 이에겐 누가 시키지 않아도 떡 하나라도 더 주고 싶어지고, 도움의 손길을 건네려 하지만,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며, 불평을 달고 사는 사람에겐 있던 기회도 날라가 버리고 맙니다.

엑소에 남아 있는 중국인 멤버들이 우이판으로 인해 더욱 대단하게 생각됩니다. 남을 상하게 하여 기회를 갖는다 해도 그런 기회는 물거품처럼 흩어져 버릴 것임을 알기에 그런게 아닐까 싶습니다. 바른 마음가짐과 행동이지요.

앞으로 크리스로 인해 계속해서 듣기 거북한 소식이 들려 올지도 모르지만, 홀로 잘되 보려 팀을 해친 이가 잘되리라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잠깐 반짝하고 말 것이라 여겨지며, 아마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기이하게도 엑소를 잘 알지는 않지만, 호감을 갖는 정도는 아니었는데, 크리스로 인해 오히려 엑소에 대해 응원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네요.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이번글은 좀 정리되지 못한 면이 있는데, 양해 바라며 글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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