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총잡이란 드라마 제목을 접하면 총이란 단어에 우선 관심이 가게 된다. 우리는 임진왜란 때 조총을 들고 우리를 위협했던 일본군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후의 총의 발전사에 대해서는 잘 아는 이가 드문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개화기를 맞이 할 때까지 조선은 신식 총의 중요성을 제대로 아는 이가 거의 없었다. 따라서 우리의 역사책에는 신식총의 개발했다거나 제식총으로 도입했다는 내용은 적혀 있지 않다. 이 때문에 학교에서 역사를 열심히 배운 사람도 화승총까지는 알아도 19세기 이후의 신식총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조선총잡이의 기획의도를 잠시 살펴 보자. 공식홈의 소개에 따르면 화승총은 한발을 쏘고 나면 다시 장전을 하는데 오래 걸렸지만 19세기 개발된 서양의 후장전식 격발총은 지금의 총기처럼 총알을 넣고 당기면 격발이 되는 신식이었고, 이 새로운 무기를 개화기를 맞이한 저마다 입장이 다른 이들이 어떻게 활용하며 부딪히는지를 다루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신식무기는 대항해시대를 맞이한 후 영국이 해가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할 즈음 전장식에서 후장전식 격발총으로 발전한 무기를 말한다.

후장전식 격발총을 제식무기를 할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와의 전투력의 차이는 사실상 비교불가라 할 수 있다. 총은 총이지 무슨 차이가 있는가 싶은 분들도 있겠지만 당장 화승총과 후장전식의 전투력의 차이는 한두배가 아닌 몇배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훨씬 더 멀리서 훨씬 더 빨리 쏠 수 있고, 조준사격이 가능해 명중률 또한 높으니 접근하기도 전에 이미 상대는 누워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 조총 (화승총, 종자도총), 원시적인 전장식 소총이다.

예를 들어 조총을 든 병사 200명과 후장전식 제식무기를 든 병력 100명이 평야에서 맞붙는다고 가정해보자. 화승총은 전장식으로 상당한 기간동안 강한 훈련을 받는 경우 분당 두어번은 발사 할 수 있다. 그러나 훈련이 부족한 경우에는 서너배의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후장전식 즉 오늘날의 소총과 같은 형식의 총은 장전속도 및 명중률 사정거리까지 훨신 더 많은 이득을 갖는다. 강병일 경우 분당 열두발이 가능하다.

따라서 조총을 든 200명은 신식총을 가진 100명에게 애초부터 게임 자체가 되질 않는다. 신식총을 가진 쪽이 아주 적은 숫자의 피해만을 입고 200명을 몰살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스나이더 소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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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영국의 신식총을 들여 온 모델이 바로 마티니 헨리와 스나이더 소총이다. 일본은 신식무기의 중요성을 잘 알았고, 조선은 잘 몰랐다. 이 차이는 엄청난 군사력의 차이를 가져온다. 일본은 병력도 많았지만 이 신무기를 제식소총으로 정하였다. 해군이 쓰던 마티니 헨리총은 분당 12발에 최대 사정거리가 1,700m 유효 사정거리는 370m였다. 육군은 스나이더 총을 사용하였는데 재발사에 필요한 시간은 단 6초에 불과했으며 유효사정거리는 무려 900m이 이르렀다.

조선군이 일본군과 맞붙어 총을 탈취하더라도 큰 소용은 없었을 것이 자명하다. 제식소총으로 정하여 전 병력이 같은 소총으로 같은 탄환을 사용하며 강한 정예병력으로 거듭나는 강훈을 한 경우와 게릴라식으로 일부가 좋은 소총을 갖는것은 아예 비교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후장식 소총의 스펙은 훈련된 병력이 끌어 낼 수 있는 성능일 뿐 어중이 떠중이가 분당 12발을 쓸 수 있는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우리는 임진왜란 관련 드라마를 보면서 전열전투를 본 적이 있다. 앞줄에 한줄씩 총의 심지에 불을 붙이고 격발한 후 뒤로 물어나면 다음 전열이 발사 하며 교대로 전투를 벌이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훈련된 병력과 그렇지 못한 병력의 장전 및 격발속도는 아주 컸고, 병자호란 당시 쌍령전투에서 단 수백기의 기마병에 수만의 대군이 패퇴해버린 일은 화승총의 한계를 말해주고 있다. 당시 쌍령전투에 나선 수만의 조선군은 다수가 화승총을 들고 있었는데, 사정거리를 감안하여 적정한 타이밍에 장전 및 발사를 하였다면 청군은 순식간에 몰살하고 말았을 것이나, 이런 아주 기본적인 전투방법도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았고, 돌진해 오는 적에 우왕좌왕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정신무장 역시 갖춰져 있지 않았기에 무참한 패배를 당할 수 밖에 없었다.

* 보다 자세한 전장식소총의 역사에 대해 알고픈 분들을 위한 정보 [ 종자도총 링크 ]

<칼에서 총으로>가 상징하는 것들

"비디오 킬더 레디오스타" 라는 노래처럼 변화는 늘 우리를 찾아온다. 그리고 그런 변화 중에서도 아주 큰 변화가 있으니 바로 총의 시대가 도래하며 칼의 시대는 종식되어 버린 일이었다.

조선총잡이의 배경인 19세기는 후장식 격발총을 영국이 개발하여 전세계에 식민지를 두고 호령하던 시대였고, 일본 역시 후장식 소총을 수입하여 강군을 양성하였고 나중에는 무라타총을 자체 개발해 내기도 했다.

조선 후기,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었다 하더라도 이 신식무기의 중요성만이라도 깨닫고 있었다면 그토록 허무하게 외세의 침략에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래전 세계사를 공부 할 때 이런 의문이 든적이 있었다. 아무리 기반지식이 없다고 하더라도 먼 나라에서 배를 타고 온 영국 병사들이 숫자도 훨씬 적을 텐데 어찌된 일인지 전투가 벌어지기만 하면 엄청난 병력을 가진 중국이 형편없이 졌는지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제식소총으로 훈련된 강병은 열배의 오합지졸을 손쉽게 무너뜨릴 수 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강하게 훈련된 병력이라면 서너배의 머리수 차이를 이겨내는게 어렵지 않을 수 있겠지만 청나라 군대는 정병은 커녕 오합지졸에 불과했다.

칼에서 총으로 바뀌는 시대적 흐름은 조선을 비켜가 있었다. 조선군은 정식으로 채택한 신식 제식총이 없었다. 이런 신식무기의 중요성을 몰랐던 조선은 격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먹혀 버렸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온 칼과 창은 이렇게 총에 자리를 내주어야 했고, 그 흐름에 발을 맞추지 못한 조선은 뼈아픈 치욕을 당해야 했다.

 

개화기, 이제는 본격적인 소재로 등장할까

영국이 신식총기를 개발하면 구식총기를 어떻게 처분했을까? 오늘날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예를 들어 반도체 생산장비를 몇해 써먹다가 새로운 공정이 도입되면서 점차 생산성이 떨어지게 되면, 그 장비는 폐기되는게 아니라 보다 인건비가 싼 나라로 수출되어진다. 마찬가지로 영국의 무기를 일본은 사들였다.  영국군에게 구식무기라도 다른 나라에겐 최고의 무기와 다름 없었을 것이다.

개화기, 일본의 이러한 상황은 여러 문학작품의 모티브가 되어 주었다. 그래서 일본드라마와 영화, 애니메이션 등에는 이런 개화기를 주제로 하는 작품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많지 않다. 아니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토지라는 드라마가 있었지만 제한된 소재안에 갖힐 수 밖에 없었고, 두어해전 인기 있던 각시탈 역시 무예를 익힌 주인공의 활약이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역대급 명작이라 칭해지는 '바람의검심:추억편'의 주인공은 이런 개화기의 인물이었다. 전설의 검객 발도제인 히무라켄신의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개화기라는 격변의 시대를 살아간 이들의 삶을 다룬다. 작품내 등장하는 개화기의 갈등을 대표하는 세력은 신선조가 있다.

총이 세상의 흐름을 바꾸는 시대에 칼을 든자는 구시대의 세력을 상징하고 있다. 그런데 조선총잡이에서는 재밌게도 부패세력이 신식총을 이용하여 개화를 주장하는 왕과 선비를 제거한다고 소개되어 있다. 이들이 주인공의 적수로 등장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주인공(이준기)은 조선제일검의 아들로, 칼을 버리고 신식총을 손에 잡는다. 작가가 일반적인 경우에는 일본식 개화기와 차별점을 두기 어렵고, 애초에 그런 소재를 접목한다는게 무리라는 것을 잘 알고, 포인트를 신식총의 명수로 주인공을 묘사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에 흘러 들어온 신식총, 이 총이 가져온 변화를 그려낸다는 것은 발상의 전환이자 흥미로은 전개의 시작점이 될 수 있으리라 보인다.

앞서 언급한 분당 12발이라는 것은 적절한 거리 유지 능력만 겸비하고 있다면 칼을 든 자가 대적하기 어렵다. 좁은 공간안에서는 분명한 한계가 있지만 애초에 조선제일검의 아들인 박윤강이 주인공이니 이런 제약도 없는셈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단지 아쉬움이 있다면 일본처럼 성공한 개화기가 아니라 조선은 실패했기에 그 결말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시작은 참신하고 내용도 흥미진진할 수 있겠지만 언제나 결말은 확실히 만들어 낼 수 없음을 알기에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이 한계는 이미 지나간 역사를 되돌리지 못하는 것과 같이 변할 수 없는 부분이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지만, 그렇다고 아예 의미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조선총잡이는 그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간 이들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것으로 기대되는 작품이다.

아무리 신식무기라 해도 훈련 여하에 따라 쓸모 없을 수도 있지만, 이준기는 이 신식 후장식 총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총잡이로의 활약을 보일 것이다. 빠른 속도로 격발이 가능한 총을 든 총잡이가 칼을 든 자의 기세에 밀려 겁을 먹지만 않는다면 여러명의 칼잡이도 상대가 가능할 것이고, 칼을 든 자들 중에서도 강한자와 약자가 있듯이 박윤강(이준기)이란 총잡이가 다른 총잡이를 상대하는 액션 역시 어떻게 그려질지 사뭇 궁금하다. 여러모로 이 작품은 여지껏 우리가 본 적 없는 액션활극이 될 가능성이 있고, 기대해 볼만하다는 생각이다.

한편으로는 이준기와 남상미의 케미도 기대되니, 나름 좋은 반응을 얻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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