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지상파 드라마와 케이블드라마의 차이는 극명히 나뉘고 있는 편이다. 서인국은 지상파 드라마에 출연하게 되었을 때 아주 현명한 판단을 한 바 있는데, 응답하라 1997이 큰 성공을 거둔 이후 출연 하는 방송 프로그램마다 늘 '생활연기'를 하고 싶다고 언급해 왔고 실제 이후 출연작들은 가족드라마가 주를 이루었던 것이다.

tvN이나 Mnet의 몇몇 드라마는 지상파 못지 않은 성공을 거두고 있고, 다시 그 중 일부는 오히려 지상파를 넘어서는 인기를 얻었는데 그 이유중에 하나가 바로 케릭터 연출기법에 있다.

지상파 드라마로 비유하면,

"가장 핫한 트랜디 드라마 중 남여주인공의 케릭터에 집중"

이런 스타일은 미니시리즈 중에서도 소수에 해당할 뿐이며, 또한 근본적으로 케이블채널의 드라마 제작방식과는 궤를 달리 한다. 드러나는 부분이 유사해 보일 뿐이다. 가령 SBS의 '너의목소리가들려'가 가장 유사한 형태라 할 수 있지만 그 분위기 만큼은 케이블채널과 같지 아니하다.

왜 그럴까. 이유는 단순하다. 소재의 제약이 있고 없고의 차원을 넘어 새로운 소재와 새로운 연출을 기대 하는 시청자들이 케이블채널에 모이다 보니, 그런 층에 있어서 만큼은 tvN은 믿고 보는 채널이 되었고, 응사에서 자주 보는 고아라의 독백은 어색하지 않은데, 너포위에선 약간 어색한 느낌이 있는것을 보면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드라마 시청자층의 기대와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는 이야기다.

 

이런 과정은 흥행한 드라마 몇편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우선 큰 화제를 몰았던 드라마 '나인'은 그 전 히트작인 '인현왕후의남자'에 비해 월등한 무언가를 갖는 것이 아니라 유사한 정도의 퀄리티 였는데, '나인'이 더 많은 관심을 받고 더 많은 호응을 얻었다. '나인'에 이르러서야 고정 시청자를 확보하는 중간단계를 넘어 이제는 확실한 층을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또한 JTBC의 경우 tvN과 달리 종편이지만 나름 이런 다양화된 채널선택의 한 축으로 선택받게 되었는데, 바로 '밀회'가 그 주역이었다. 그전에도 다른 종편이 히트작 하나 내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몇몇 화제작이 있었지만 '밀회'의 성공은 '마녀사냥'과 같은 인기 예능 토크쇼의 영향을 주고 받으며 시너지 효과를 내며 시청자에게 채널번호를 확실히 인식시킬 수 있었다.

서인국이 지상파에서 가족드라마에 출연했던 것은 그의 흥행성에 대한 신뢰가 지상파 입장에서는 확고하지 못하다라는 반증이나 다름 없다. 서인국에 대한 확신이 더 있었다면 그의 의지가 생활연기에 있다고 하더라도 저녁 10시 황금시간대를 차지하는 미니시리즈 단독 남자 주연에 투입되지 아니할 이유가 없다. 그 만큼 응답하라 1997의 흥행은 매우 임펙트가 컸으니까.

'고교처세왕'은 케이블식 드라마 제작이 어떠한 결정과정을 거치는지 짐작케 해주고 있다. 새롭고 신선한 소재에 잃을 것 없는 도전자를 골라 제대로 부각시켜 주는 연출이라면 배우도 제작진도 모두 윈윈할 수 있으며, 이런 시도를 시청자들이 알아주면서 삼각공조가 이뤄지고 있는 중인 것이다. 더군다나 다른 어느 곳에서도 서인국을 이정도로 잘 포장해주는 곳이 없었다. 이는 '나인'으로 대박을 친 이진욱도 마찬가지였다.

'나인'을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이진욱이 맡은 박선우역은 역대급이라고 말해도 부족할 정도로 뛰어난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연기력 자체를 최상급으로 평가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 할지라도 연기자의 기본이자 최상의 덕목은 케릭터의 싱크로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부분에서 뛰어날 수 있는 그것만으로오 충분하다라는 것을 이진욱, 서인국이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지상파의 드라마가 주류를 이루고 있을 때에도 이런 스타일의 남배우가 몇몇 있었는데, 그중 한명이 김래원이었다. 주인공으로 카메라의 집중 조명을 받는 그런 역할일 때는 반응이 좋았다가, 카메라가 김래원을 조금만 적게 다뤄도 한창 인기 많았던 시절의 김래원이라고 하더라도 미풍에 그치고 말 정도로 카메라의 집중 조명을 받아야 케릭터를 제대로 살리는 주인공들이 있다.

'서인국'은 단독 주연을 맡았을 때 연기실력도 늘고, 적응력도 빨라 작품의 매력을 더해준다. 어떻게 보면 고교처세왕이란 드라마의 주인공과 서인국의 매치는 일견 당연해 보일 정도로 맞아 떨어지며, 이런 드라마가 지상파에서 기획되어 방영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점 또한 생각해 볼 문제다.

tvN과 JTBC에선 서인국과 같은 네임벨류의 배우에게도 전적인 믿음을 싣고 제작을 하고 있고, 그것을 다시 시청률로 보답해 주면서 비록 케이블채널에서의 제한적 성공일지언정 지속적인 인기드라마가 탄생하게 하는 배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서인국이 드라마 '아들녀석들' '주군의태양', 영화 '노브레싱'등을 통해 연기내공을 더했다는 점 또한 이번에 맡은 코믹하고 능글맞고 설레이는 이민석이란 케릭터를 만들어 내는데 일조했음은 분명하지만, 그 만큼 믿고 밀어주는 제작진 또한 원톱주연의 부담을 덜어주고 나아가 작품의 흥행까지 쟁취하는 것이니 이를 두고 윈윈이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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