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은 포위됐다'가 시청률 1위를 지키고 있는데는 초반 차승원의 덕이 가장 컸는데, 이제 슬슬 이승기와 고아라의 로맨스가 그 바통을 이어받으려는 모양입니다.

차승원이 연기하는 서판석 역은 참 차승원스러운 케릭터입니다. 배우로서 그의 케릭터 창조 능력은 정말 탁월하다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을 정도인데, 광복절특사부터 선생김봉두 최고의사랑 등으로 이어지는 케릭터가 지금의 서판석과 조금식 연결되는 부분이 있고, 그러면서도 너포위만의 서판석을 만들어 내어 연기할 줄 아니 보는 재미가 아니 쏠쏠할 수가 없죠.

아무튼 드라마를 직접 안보고서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독특한 케릭터를 연기하는 차승원으로 인해 너포위에 시청자들이 포위되었다면, 지난 7회 마지막 장면부터 8회에 이르는 동안 시청자들은 은대구와 어수선의 은어커플에 주목하게 되면서 상승 시너지를 타게 되어 드라마 '너포위'의 시청률 역시 순항하게 되었습니다.

고아라가 텐미닛을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을 숨어서 엿보며 미소짓는 이승기, 최고의명장면 

소위 영화나 드라마에서 디테일이라고 하죠. 스케일을 키우는 작품에선 이 디테일이 빛을 보기 참 어렵습니다. 그런데 너포위에선 과거 은대구의 어린 시절 어수선이 이효리의 텐미닛을 부르던 장면을 떠올리며 환하게 미소 짓는 장면이 나오게 되면서, 로맨스는 급진전하게 됩니다. 바로 이런 작은 디테일이 명장면을 만들어 내는 것이죠. 물론 배우가 연기를 못해내면 그냥 묻히고 말 장면이지만 이승기가 화장실에서 고아라의 춤과 노래를 엿보는 장면은 정말 명장면이었습니다.

 "은어커플 탄생"

너희들은포위됐다이승기의 마음의 빗장이 열리는 가운데 떠오르는 미소는 소름끼치는 이승기의 매력을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그동안 애써 무뚝뚝하고 남의 일에 관심 없다는 듯 행동하는 은대구의 모습에 동료들은 이해하려고 해도 쉽지 않아 했죠. 다 착하고 좋은 동료니까 이해해주고 나중에 고아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오히려 더더욱 이해해 주려고 한 것이지, 개인주의가 강한 경우라면 사연이 있다는걸 감안하더라도 은대구의 행동은 결코 좋게만 보아주진 않았을 것입니다. 물론 자기 할일은 잘 해내고 때론 사건의 중요한 실마리를 풀어내는 역할도 해내는 측면도 한 몫했겠지만요.

그런데 본성은 착한 은대구는 무표정한 모습이 오히려 어색합니다. 어릴 때 충격적인 일을 당한 이후에도 본성이 바뀌지 않았다는걸 증명하고 있죠. 애써 밝은 자신의 본성을 억누르고 있던 이승기에게 고아라는 하나의 밝은 빛과 같이 다가와 어릴 때의 추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결정적인 그 텐미닛 춤이 마치 이승기의 마음의 빗장을 열어 재끼는 열쇠의 역할을 했던 것입니다.

이승기의 저 환한 미소는 빗장이 열리며 나오는 그런 미소였기 때문에 흔히 볼 수 없고, 또한 그런 연기를 해낼 배우도 얼마 없으며, 만일 필자가 작가라면 저런 연기를 해내는 배우가 정말 소중하게 여겨질 것입니다. 특히 말과 글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런 미소니까요.

차승원의 진짜 마음은 누구에게?

서판석은 김사경과 다시 시작하고픈 마음이 크죠. 그런데 하필이면 김사경과 다시 좋은 관계로 돌아가기 시작하는 즈음에 우연치 않은 일로 서판석의 마음이 살짝 흔들리게 됩니다. 보통 사람의 마음이라는게 한치의 흔들림이 없는 경우도 있겠지만 한평생 그렇다는건 어려운 일이죠. 비오는날 텐트에서 추위에 떠는 어수선을 찾아간 서판석은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하고 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어수선이 배고파 하자 라면을  끓여주며 같이 먹게 되는데,  발랄한 어수선을 지켜보며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너포위가 다룰 내용은 앞으로 많아 보입니다. 과거사건의 진범도 찾아내야 할 테니까요.

너포위는 연출기법이 미드와도 닮은 부분이 있고, 케이블식이기도 합니다. 지상파에선 흔히 보이지 않는 스타일이죠. 메인스토리와 부가적인 내용을 섞어 풀어가는 방식이 기존에 없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대놓고 나오는건 드문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은대구-서판석-어수선의 과거가 절묘하게 맞물려 있는 가운데 작은 단서가 발견되고 그것이 하나둘 풀려 나가는 식의 전개를 보여주면서도 시청자는 깊이 고민할 필요 없이 가볍고 즐겁게 보기만 하면 되니, 훌륭한 연출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 가운데 차승원의 이런 미묘한 작은 감정의 파문은 앞으로 크게 다뤄질 시간이 없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그저 은대구가 어수선에 대한 마음을 점점 키워가게 만드는 장치 정도로 보는 것이죠. 물론 조금은 더 나아갈 수도 있지만 이런 에피소드가 은대구와 어수선과의 관계 뿐 아니라 서판석과 김사경과의 관계에 트러블로 작용하여,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 더욱 각 커플이 서로의 감정을 확인해 가게 되는 계기로 작용하는 정도의 선에 머물 것으로 생각됩니다.

만일 조금이 아니라 더 많이 나아가게 된다면, 이 드라마의 분량을 5회는 더 늘려야겠죠. 그럼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일을 벌리는거야 쉽지만 수습하는건 어려운 일이거든요. '너포위'를 보는 재미가 단지 남여간의 사랑에만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추론입니다.

즐겁게 볼 수 있지만 나름 좋은 장면을 많이 뽑아내주고 있는 '너희들은 포위됐다'의 인기 이유는 이렇게 절묘한 연출과 케릭터의 향연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이만 글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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