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은 포위됐다'가 점점 재미를 더해가고 있는 이유는 초반 차승원의 활약에 이어 이승기와 고아라의 매력이 점점 더 빛을 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특히 이번 '너포위 7회' 마지막에 이승기와 고아라가 함께 잠복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오고, 이승기가 큰일을 보러 가는 사이 지켜주기 위해 나선 고아라 심심함을 참지 못해 이효리의 텐미닛을 부르며 춤추자 화장실 안에서 그 모습을 보게 된 이승기는 절로 미소짓고 만다.

이 장면에서 이승기는 시청자에게 빠져들듯 보게 만드는 매력이 무엇인지 흡입력 있는 연기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었다.

마치 우연처럼 '너희들은 포위됐다'의 주인공들은 공통점을 한가지 가지고 있다. 처음부터 어느정도 연기가 되기는 하지만 최고의 연기라는 평을 듣지 못했지만 배우 생활을 이어가며 점점 자신만의 매력을 키워나가 결국 독자적인 매력을 뽐내며 인지도를 높인 배우들이라는 점이다.

 

좀더 쉽게 이야기해보자. 차승원은 영화 광복절특사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후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대부분 좋은 성적을 거두었음에도 연기력으로 극찬을 받는다던가 하진 못했다. 그러다 '최고의사랑'에서 포텐을 터트리며 최고의 배우로 거듭날 수 있었다. 가수로 치면 아이유가 이선희급의 엄청난 가창력은 아닐지라도 자신만의 매력을 노래에 담아 낼 줄 알면서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

이승기 또한 나이에 비해 성숙한 연기를 선보여왔고, 흥행성적 역시 뛰어난 편이었다. 그런데 그 흥행성적의 배경에는 흡입력 있는 연기가 한몫 단단히 하고 있다. 요즘 잘 나가는 젊은 배우들은 대개 이러한 경향을 띈다. 정도전의 조재현과 같은 깊은 내공이 담긴 연기를 할 수 있는 젊은 배우는 없어도, 흡입력 있는 연기를 할 줄 아는 배우는 드물지만 있는 것이고, 김수현, 이종석, 이승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너포위>의 고아라도 마찬가지. 고아라의 나레이션이 비록 '응답하라1994'를 연상케 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고, 조금은 자연스럽지 못하게 와닿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불친절한 드라마보다는 나아 보인다.

특히 한국드라마는 질질 늘어지는 경향이 매우 짙어서 친절함을 분량으로 메꾸는 경향이 있는데, 너포위에선 고아라의 나레이션이 사건과 생각의 정리에 한 몫을 해줌으로서 시청자들은 드라마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고, 따라서 몰입도 또한 좋아져 시청률 향상에 도움이 되고 있다. 물론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의 나레이션이어서 몰입을 깨트린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적지 않지만, 그것은 압축된 스토리 연출에 익숙하지 않은 연출진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고아라의 매력이라는게 사실 이런 부분에서 기인한다. 과거 겉과 속이 얼마나 채워져 있는지 알 수 없으나 대중에 드러나는 모습은 여신과 같은 모습일 때와는 달리 이제는 외모적으로 적당한 살집을 유지하며 친근함을 유발하고, 나레이션 역시 전문성우와 같진 않아도 풋풋하고 리얼안 느낌을 살려낼 줄 알면서 시청자들이 조금만 적응해 나간다면 드라마의 몰입도를 깨트리는 쪽이 아닌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것이 바로 '응사' 이후 고아라의 두드러지는 매력으로 거듭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토마토'에 나오던 때의 김희선 같은 느낌이랄까. 물론 당시 김희선은 연기력 논란은 많았지만, 그럼에도 주연을 계속하며 거듭된 흥행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 역시 케릭터와의 싱크로율이 좋았기 때문이며, 지금 너포위에 출연중인 주연급들은 모두 하나같이 이런 식의 케릭터 동화율이 매우 높은 배우들이다.

이러니 당연 드라마가 좋은 반응을 얻을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케이블식 연출이 지상파로 침투해와

지상파에선 그간 '너포위'와 같은 류의 드라마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tvN의 '텐'과 같은 수사물이나 '응사'와 같은 추억팔이 드라마 쯤 되야 실험적으로 드러내는 연출적인 부분이 있었는데, '너포위'는 케이블식 연출을 일정부분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고아라의 나레이션 역시 이런 개념에서 출발하였을 것이다. 응사의 대단한 흥행으로 아직까지는 이 나레이션으로 인해 응사가 먼저 떠오르는 것도 사실이지만, 형식에 얽매여 답답한 연출을 하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이지 않나 싶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케릭터가 살아나는 드라마는 그 자체로 잘 만든 드라마로 보기에 충분할 것이며, 고아라의 나레이션은 고아라 케릭터가 작 중에 맡은 역할의 하나이자 연출자의 이야기 진행 방식으로 이해하는게 어떨까 싶다. '응사'때도 나레이션이 처음에는 어색하게 들렸지만 차츰 적응되고나니 '응사'의 재미를 더하는 좋은 도구였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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