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호란의 쌍령전투는 오늘날 세월호 참사의 콘트롤 부재와 유사한 교훈을 남기고 있다.

경상감사 심연은 좌병사 허완과 우병사 민영이 이끄는 총 4만의 대병력이었다. 그런데 광주의 쌍령 부근까지 진출한 근왕군은 불과 3백기의 기병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조총으로 (일부는 활) 무장한 조선군은 훈련이 부족한 오합지졸과 다름 아니었고, 이를 알아본 청군의 용감무쌍한 돌격에 허둥지둥 겁을 먹은채 거리조차 재지 않고 마구 사격하는 우를 범하였다.

이런 어설픈 대응이라는 것은 훈련 부족도 있겠지만, 근왕군의 현황을 우병사와 좌병사 모두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대군의 지휘체계가 잘 잡혀 있다면 최소한 격발의 신호라도 알아보게 해두었어야 하는데, 근왕군들은 매복해 있던 청군이 창과 칼을 들고 목책을 넘어 돌격해 오는데도 불구하고, 마구 격발하여 화약을 소모해 버리고 말았다.

 

조총으로 무장하여 적과 싸우려면 대형유지와 사격통제가 반드시 따라줘야 하므로, 다른 부분은 몰라도 이 두가지는 반드시 지휘체계와 함께 잡혀 있어야 했다.

전쟁에서의 군사의 수는 매우 중대한 전략의 차이를 가져온다. 일기당천의 용맹한 장수가 전선을 누비며 적을 학살하는 것은 영웅신화에서나 나오는 것으로, 일만과 이만이 맞붙었을 때의 차이는 단지 병력이 두배라는 숫자로서의 의미만이 아니라 전술의 응용이란 부분에서 차이가 있게 되어 평야에서 두 군대가 맞붙고 훈련도가 비슷하다면, 이만 대군의 병력손실은 상대측을 전멸시키는 동안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적은 수만이 희생되는 것이다.

 

* 쌍령전투에서 조선군에는 근접전을 담당할 병력이 없었는데, 이런 부실한 준비상황은 오늘날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흡사한 대목이다.

* 임진왜란을 겪고 난 이후 근접병력도 없이 조총으로(극히 일부는 활) 무장시킨 병력이라는 것은 과거 재난상황을 국가안보의 개념에 포함시켰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NSC와 위기대응 메뉴얼을 이명박 정부가 폐기 시켜 버리고, 박근헤 정부에선 재난상황을 제외한채 NSC를 부활시킨데서 엿볼 수 있듯이 바르지 못한 대비는 하나마나라는것을 깨닫게 해준다.

 

즉, 오합지졸이라 하더라도 유능한 지휘관들이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란 이야기다. 최소한 사격시의 신호체계만이라도 잡혀 있었다면 더욱 달랐을 것이다.

심지어 조총이 아니라 창을 들고 싸웠더라도 대군이 기다란 창 한번씩만 찔러 넣었어도 3백의 기마병은 순식간에 전멸했을 것이다.

우월한 수의 병력차라는 것은 이렇게 절대적인 차이를 갖게 되어 있다. 청군의 기마병은 화약이 소모된 틈을 타 재차 돌격하여 좌군을 궤멸(허완은 혼란의 와중에 도망치다 말에서 떨어져 압사)시켰으며, 민영의 우군에서는 화약을 재보급하다 폭발하여 군사들이 죽고 전선은 무너져 버렸다.

4만의 대군이 3백의 기병에게 이렇게 허망하게 무너졌다.

* 물론 4만 대군이 다 죽었다고 오해하시는 분은 없겠지만...학살당한 병력이 얼마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짐작하기로 많아봐야 이삼천의 병력 손실에 그치고 삼만이상의 대군은 뿔뿔이 흩어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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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선조는 백성들의 피란을 막기 위해 사대문을 걸어 잠그고 도망친 일, 삼풍배화점이 붕괴되어 오백여명의 사망자를 내었을 때 대피명령 없이 도망간 사장의 경우, 한국전쟁때는 이승만이 도망치며 서울시민들의 피란을 막는 한강철교 폭파의 만행을 저지른 일등이 몇몇 언론사의 기사를 통해 보도 되었다.

대전으로 먼저 도망친 이승만은 "우리 국군이 용감하게 적을 물리치고 있습니다. 국민과 공무원은 정부 발표를 믿고 동요하지 마십시오. 나 대통령 본인도 서울을 떠나지 않고 국민과 함께 서울을 지키고 있습니다" 라는 거짓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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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시곤 KBS 보도국장 관련글

책임을 지지 않는 데서 끝이 나는게 아니라 지휘능력 또한 부족하여 병사들의 희생만 키우고, 인조는 적국에 무릎꿇고 생명을 구걸하게 되었다.

이런 참담한 결과를 보며 우리는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 뿐만 아니라 어떤 일이든 지휘체계와 훈련이 병행되어야 재난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전쟁이라면 우세한 병력으로 패퇴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쌍령전투의 예와 대비해 생각해 보면 경상감사 심연은 국무총리요, 좌병사 허완과 우병사 민영은 해양경찰청과 세월호 선장에 빗대볼 수 있을 것이다.

지휘해야할 해양경찰청장은 함선의 선장도 해본 적 없고, 세월호 선장은 먼저 도망가 버렸으니, 재난 구조가 제대로 될리가 없지 않은가.

오히려 해경이 구한 구조자는 얼마 되지 않고 대부분은 민간어선과 어업지도선이 구해내었으니, 이는 마치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 의병들이 일어나 적군과 맞선 일과 흡사하지 않은가.

역사는 이렇게 되풀이 되고, 교훈을 얻어 다시는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데는 우리모두가 힘을 합쳐 정부가 제대로된 시스템을 갖추는지 감시하고,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채찍질 해야 할 것이다. 과거에는 왕이 있어 백성도 있다는 생각에 선조는 도망치고 말았지만 오늘날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므로 우리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할 필요가 있다. 도망치는 자에게는 엄벌을 내리고, 지휘를 잘 못한 이에게는 일을 못한 죄를 물리고, 앞으로 제대로 된 위기대응체계를 만들어 내도록 주문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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