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전남지사에 대한 소식을 듣고 분개한 것은 비단 필자 뿐만은 아닐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4월 16이 바로 그날 오전, 전남소방본부장과 전남도 행정부지사가 인명구조를 위해 현장으로 가고 있던 소방헬기를 돌리게 한뒤 탑승하였다.

먼저 전남소방본부장은 연관성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따라서 현장 상항에 따라 그가 필요하다면 헬기를 타고 갈 수도 있다. 그러나 경중을 따져봐야 할 것은 가는 헬기를 돌려세워 시간을 지체시킬 정도로 그의 역할이 중한지, 그렇다고 하더라도 구조시간을 지체시킬 정도인지는 따져볼 문제이다.

문제는 행정부지사의 동행이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 행보는 반드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인간의 탈을 쓰고서는 할 수 없는 인면수심의 행위와 다름 없다는 생각이다.

광주시소방본부에 따르면 소방헬기는 당일 오전9시 35분 연락을 받아 9시 40분에 광주공항을 이륙했고, 사고해역으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전남 영암 상공에서 전남소방본부의 연락을 받고 10시 5분쯤 전남도청 헬기장에서 전남소방본부장과 행정부지사를 태운 뒤 다시 재출발하였다.

 

이 두 사람은 일의 경중을 모르는 자들로 보아도 무방할 듯 싶다.

헬기라는 것은 신속한 구조와 더불어 배가 갖는 공간적 한계가 없는 공중의 유용한 도구라는 점에서 구조 활동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급박한 사고현장에 헬기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자신이 그곳에서 막연하게 할일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만으로 날아가는 헬기를 돌려세워서는 아니된다. 사고해역에서 본인이 아니면 결정내릴 수 없고, 본인이어야만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무언가가 있을 때에 날아가는 헬기를 붙잡아서라도 타고 가는게 맞고, 당시 상황은 1분1초가 아까운 초동대응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떠한 변명의 여지도 없어 보인다.

헬기가 도착한건 10시 37분경이었고, 단 몇분이라도 더 먼저 도착했다면 수십명의 인원을 더 구조 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니 정말 하지 말아야할 결정적인 잘못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주장은 태우고 이륙하는데 5분가량 걸렸다고 하는데, 헬기가 착륙하고 사람을 태우고 다시 출발하는 과정이 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주장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장이다. 그런데 긴급구조통제단장인 도 소방본부장의 건의로 헬기를 타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전제부터가 아주 잘못되어 있다. 초동대응에 그들이 할 역할이라는게 과연 있다는 말인가. 당장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는데? 가장 먼저 도착한 이들도 우왕좌왕 하고 있는 판에 현장을 전혀 모르는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장이 간다고 하면 또 어떤 결정을 미루고 기다려야 했다는 말인가? 정말 안타깝게도 이번에 많은 관련 고위공무원들의 맨얼굴이 드러나 버렸다.

국민중 그 누군도 박준영 전남지사가 현장을 통제하고 지휘 할 수 있을거라 믿는 사람은 없다. 그럴 능력도 없거니와 그래서도 아니된다. 현장을 잘 아는 전문가가 나서도 모자랄 판이고, 실제 해경의 책임자들은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지원아논 해군을 대기시키기 까지 했다. 잘못된 판단이 중복되고 또 중복되었던 것이다.

 사실상 도지사가 헬기를 타고가 지휘할 수 있을거라 판단한 소방본부장 역시 진정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번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일주일 가량 지났을 무렵 초기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많은 문제점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때아닌 이념갈등도 재발되고, 온갖 정리되지 않은 의혹이 불거져 나오면서 안그래도 슬픈 마음에 혼란스러움까지 더해지고 있었다. 그 때 필자는 이렇게 많은 문제점이 있었구나 라는걸 알게 되고는 깊은 절망감에 빠지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일주일 넘게 지난 지금은 도저히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기분이 들고 있다.

단지 일주일이 더 지났을 뿐인데, 일주일 전에 이미 많다고 생각한 의혹과 문제점들은 새발의 피였던 것이었고, 머리속에 도저히 정리되어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온갖 나쁜 경우란 경우가 일제히 그 진면목을 드러내고 있다.

문제의 주체는 정말 수를 헤아릴 수가 없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박준영 전남지사는 공분을 사고도 남을 행위를 저질렀다. 정말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일로 그는 다시는 재기할 수 없는 무거운 책임을 져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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