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데이즈는 시작부터 액션대작이라는 홍보문구와 박유천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지난 4월 30일 방영된 15회는 극 중 절대악인 김도진(최원영)의 극에 달한 분노로 악에 바쳐 대통령 동휘(손현주)를 사살하기 위해 모든 것을 던지고, 한태경(박유천)은 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런데 필자는 도저히 끝까지 볼 수 없었다.

극중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는 부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붙잡는 어설픈 액션을 견딜수가 없었던 것. 청와대에 근무하는 최정예 경호관들이 적들이 차를 몰고 달려 들어 기관단총을 쏘아 대는 와중에 길가나 계단에 가만히 서서 "맞아 줄테니 쏘시오" 라는 듯 맞총격을 가하는 모습은 아마도 일정 수준 이상의 액션드라마나 영화를 제작하는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장면일 것이다.

그것도 액션대작이라 이름 붙여진 드라마라면 더더욱.

은폐 엄폐는 사격을 배울 때 가장 기초적인 부분이다. 대통령을 근접 경호 하며 저격을 막아야 하는 쪽의 움직임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외이 다른 요인들이 하나같이 화면이 바뀔 때마다 서서 대응하다 차량에서 갈기는 총격에 전멸해 버리는 식의 내용전개는 참 어설프다 못해 한심스러우며, 이런 정도의 액션을 대작으로 말하는건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제대로 된 내용은 그런 어떤 전개여야 했을까?

차량으로 이동하며 쏴대는 기관단총은 적중률이 높지 않다. 은폐 엄페 하며 맞사격을 하면 보기보다 그렇게까지 위협적이지 않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청와대에 연락하기 위해 전화부스로 뛰어가는 요원은 현장 지휘관에게 엄호사격을 부탁하고, 지휘관은 부하의 이동간에 갖은 화력을 집중하여 엄호를 하는게 맞다. 상대측이 가진 화력이 월등하여 실패한다 하더라도, 드라마에 나온 장면처럼 다른 경호관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도 없이 달려들어가다 의미 없이 죽어 버린다는 것은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후 장면들도 문제다. 앞서 말한 바대로 길거리나 계단에서나 어디서도 화면이 바뀌면 서서 대응하다 다 맞아 죽는다. 이게 무슨 황당 시츄에이션인가. 사격의 사자도 모르는 초보가 최정예 요원이란 말인가?

극의 긴장은 최고조에 이르러 대통령을 죽이고야 말겠다는 악에 받친 최원영의 소름끼치는 연기와 대통령을 지켜야겠다는 경호관들의 뚜렷한 의지가 맞부딪히는 가운데, 이런 황당한 총격적이라는 것은 액션대작이라는 말을 붙이기엔 너무나 부끄럽다는 생각과 함께 극의 몰입도를 현저히 떨어뜨리는 요인이었다.

스케일만 키운다고 액션대작이 아니라 디테일을 챙길 줄 알아야 하는데, 과거 '신의' 때나 '아이리스2' '아테나' 등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온 몸을 드러내며 맞총격을 하는 씬은 도데체 왜 고쳐지지 않는걸까?

극의 전개에 끼워 맞추는 액션, 디테일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응답하라 1994를 보면, 작은 소품 하나까지 모두 다 의미가 있다는게 나중에 밝혀졌다. 이야기의 동선에 케릭터가 끼워맞춰지는게 아니라 케릭터의 성격이 곧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구조였다. 그래서 훌륭하다.

그런데 쓰리데이즈는 극의 전개에 맞춰 액션이 끼워맞춰 진다. 이런 작품은 개연성이 좋게 나올 수가 없다. 김도진의 분노가 극에 달해 대통령을 제거하려고 하고, 그것을 스파이들이 돕고, 한태경은 이런 음모를 분쇄 한다 라는 시나리오가 정해지면, 그 가운데 총격적은 그냥 김도진측이 우세해야 이야기가 흘러갈 수 있으므로 액션은 거기에 그냥 맞춰 끼워넣게 되는 것이다.

잘 만든 작품은 이런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는다. 일단 이렇게 해서는 케릭터의 개성도 살아날 수 없고, 얼마든지 에측가능한 액션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한태경이기에 이런 대응을 하게 되고, 또 다른 인물은 그 케릭터에 맞게 대응하게 되어, 김도진이 예상한 전개에 문제점이 생기고, 다시 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일이 꼬이는 식으로, 등장하는 인물마다의 개성이 곧  극의 흐름에도 밀접하게 영향을 끼치게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흐름을 쓰리데이즈에선 이런식으로 풀어간다.

최원영의 분노 - 경호관 몰살 - 대통령 실종 - 한태경이 해결

이 틀에 다른 모든게 다 맞춰지고, 한태경이 모든 것을 풀어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물론 주인공이 문제 해결의 키를 쥐고 있어야 하는건 맞지만, 적이 경호관들을 싹쓸이 하게 되고 한태경이 나타나 해결하는 식의 우스꽝 스러운 장면은 나오지 말아야 했다.

그리고 쓰리데이즈에선 총의 사용이 많이 나오는데, 한태경이 적을 제압할 때 격투를 벌이다가도 필요할 시 총으로 제압하여 촌각을 다투는 시간을 아껴야 하는데, 멋진 격투씬을 위해서인지 리얼리티는 포기하고 만다.

이 밖에도 많은 지적할 점들이 있으나 사소한 부분들은 전체적인 스토리의 일부분으로 이해하며 볼 수 있으므로 따로 언급은 하지 않겠지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들을 이야기 해보아다.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
짜여진 스토리에 중간중간 발생할 수 있는 몇가지 변수를 제외하고는, 정해진 전개에 모든 것을 끼워맞추는 스토리를 두고 액션대작이라 이름 붙여서는 매우 곤란하다는 주장이다.

케릭터가 살아 움직이며 적도 우리편도 예상못한 변수가 되어, 시청자도 예측할 수 없고, 몰입해서 볼 수 있으며, 마찬가지로 액션 장면 또한 케릭터의 성향과 판단에 따라 변수가 변수를 불러 오는 스토리로 나아가야 한다.

그럼 변수가 계속 출몰하면 언제 이야기가 진행되고 마무리 되겠느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케릭터의 개성과 생각은 언제나 완벽할 수 없으므로, 변수속에 결국 적의 빈틈이 드러나고 그런 틈을 주인공이나 주인공의 주변인물들이 발견해 하나씩 추적하다 보면 해결되는 식의 전개가 가능하다. 이렇게 되야 더욱더 흥미진진한 몰입감이 만들어진다. 변수에 따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전개라 해서 마구 늘어지기만 하는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또한 이런 부분은 미드 수사물의 기본중에 기본이기도 하며, 최근 영드 인 '셜록'의 주인공이 이런 틈을 찾아내어 해결하는 활약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액션장르의 한류 드라마가 발전하여 세계적으로 인정 받으려면 작가진들이 분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는 말을 전하며 글 마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