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 it go 열풍을 진단한다.


요 몇해 버스 탈일이 별로 없었는데 간만에 일이 있어 나가는 참에 버스를 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뒷자리에서 귀여운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얼굴도 확인하지 않았지만 아주 앳된 목소리에 여자아이들의 대화 내용으로 봐서 초등학생, 그것도 저학년일 것으로 보이더군요.

그리고 스마트폰을 통해 렛잇고 음악이 흘러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음악을 너무나 좋아하지만 대중교통에서 남에게까지 들리게 하는건 좀 싫어 하는데요. 아이여서 그런지 너그러운 마음이 생기고 워낙 요즘 좋아 하는 노래라 거부감 보다는 주의깊게 청취하게 되었습니다.

천진난만한 아이가 부르는 렛잇고는 나름대로 듣기 좋았습니다. 이런게 진짜 히트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영화를 잘 안 보거나 온라인음원 서비스에 관심이 없거나 하는 경우라면 어짜피 가요든 팝이든 신곡 자체를 접할 기회가 없을 테니 예외로 친다하지만, 음악팬이라고 한다면 근래 렛잇고 모르는 사람 없고, 즐겨듣지 않는 이 드물 것이라 봅니다.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멜론을 비롯한 모든 음원사이트를 석권하고 있는 중이며, '눈사람 같이 말들지 않을래' 라고 외치는 동생의 간절한 소망을 담은 노래 역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중입니다.



음원서비스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은 이래로 해외곡이 이렇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차트를 석권하는 모습은 거의 본 적이 없는거 같습니다.

버스안 초등학생들도 흥얼거릴 정도로 대박 중에 대박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들을 수록 더 좋다.
- 디즈니 OST 중 히트친 노래는 대개 이렇습니다. 듣고 또 들어도 질리지 않는 이런 노래는 참 매우 드물고 귀합니다. 시대가 기억하는 명곡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원하면서 감정을 고조시킨다.
- 멜로디가 좋은건 기본이고 노래를 듣고 있으면 통쾌하고 시원하고 행복합니다. 자주 들으니 지금은 덜하지만 처음에는 가슴 벅차 오르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디즈니의 혁신
- 예전 신데렐라 이야기에 대한 문제 제기를 본 기억도 있긴 하지만 어느 칼럼리스트가 지적한데로 돌이켜 보니 디즈니 만화는 대부분 극 보수주이적 성향을 띕니다. 그런데 픽사 인수후 나온 겨울왕국에선 정말 생동감 넘치고 자유의지를 가진 엘사와 안나라는 케릭터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습니다. 가히 디즈니의 혁신이죠. 

유튜브 반응
- 애니 스토리를 보면 뭐 이런 이야기로 대박을 터트리고 상을 줄줄이 받는가 하고 생각하실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게 작은 변화가 아닙니다. '그만할래' 라고 당당히 외치는 여주인공을 디즈니만화에서 보게되었고, 본인이 원치 않았지만 모두를 위해 참고 있던 압박감에서 해방되는 기분을 통렬하게 터트리는 엘사의 외침에 전율을 느낀 관중들은 영화관을 나선 이후에도 그 순간의 감동을 잊지 못했습니다. 단순한 스토리일지라도 상징하는 적지 않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더불어 국내 가수들은 물론 해외에서도 커버 영상이 만들어지며 마치 과거 강남스타일이 그러했던 것처럼 따라 부르고 다시 화제가 되고, 화제가 되니 또 커버곡을 부르는 식으로 일파만파 하였고, '세계적인 대세'가 되어버렸습니다.


한국에서는 브리튼스갓탤런트에서 준우승을 차지 한바 있고 방한도 여러번했던 코니탤벗의 커버송부터, 원곡과 거의 버금가는 인기를 얻고 있는 Demi Lovato 버전(원곡이라고 하면 미국상영분, 지역마다 부르는 가수가 다르다)에 국내에서는 가수 이유비, 손승연, 에일리, 효린, 디아, 이해리 등이 노래 했습니다. 일반인인지 스타인지 확실히 구분하진 못하겠지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GraceLee나 박혜나, 은가은 버전까지...앞으로도 계속 나올 분위깁니다.

제가 선정한 최고의 Frozen OST인 렛잇고의 우승자는 손승연과 디아인데요. 두 가수가 부른 노래만 영상으로 나열해 봅니다.(다른 가수들은 위 이름에 링크걸렸으니 타고 들어가서 보세요)




흥미로운 댓글들도 보입니다. 제 경우처럼 커버곡을 돌아다니면서 들어 보는 분들이 적잖은 모양입니다. 왠만한 관심이 아니고선 나올 수 없는 반응이죠.

디즈니는 이전에도 이런 대박곡을 낸적이 많습니다만 필자가 가장 좋아 하는 곡이 있는데, 바로 머라이어캐리와 작고한 휘트니휴스톤이 같이 부른 'When You Believe'입니다. (이집트의왕자OST)

세기의 명곡으로 남을 이 곡은 1980년대 이후 미국에서 최고의 디바로 손꼽는 단 두명의 여성 솔로 아티스트인 두 사람이 함께 불렀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이야기가 좀 샜는데요. 아무튼 노래의 위력이 참 대단한거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형성케 하고 또한 매개체가 되어 감동을 옮겨주니까요. 앞으로 방송이나 라디오에서도 자주 들려 올 것 같지만 몇번 듣고 질릴 스타일의 노래가 아니며, 들을 수록 더 좋은 명곡이다 보니 앞으로 듣고 또 듣게 될 공산이 크네요.

아무래도 국내 음악팬들 중 신세대들이 해외곡에 인색한 경향이 매우 짙었는데요. 이곡은 이 틈바구니를 뚫고 나온 희소성이란 측면도 큰 반응의 한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초등학생들이 부르는 노래에 저도 모르게 따라 흥얼거리던걸 발견하고 깜짝 놀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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