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의 밀리언셀러 앨범에 대한 논란을 말하기 전에 한가지 예를 들어 보겠다.

상인이 남이 가본적 없는 지름길을 발견했는데, 위험이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지름길을 통해 부와명예를 얻었다. 한번은 성공했는데 두번째도 안전한지는 모르지만 확실한건 번 돈으로 방어구와 호위무사를 사서 왠만한 위험이 닥쳐도 견뎌내고 지름길을 다시 사용할 수 있다.

눈치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SM의 음악에는 자신들만의 고유한 영역이 있고 소속가수들의 활동 할 때 그걸 최대한 활용할 줄 안다. 엑소의 앨범이 백만장을 넘어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는 소식에 반발이 많고 논란이 많은 이유를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1. 음반이 주를 이루던 시대가 아니어서 더욱 의미가 있다는 주장

시대를 달리 하는데 일대일로 비교할 수 없다. 음반이 주를 이뤘던 시대는 오히려 정액으로 음악을 쉽게 접하고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이 부족했다. 또한 경제적인 상황도 달라서 앨범을 사는 비용적 측면 역시 달랐다. 이외에도 여러가지 환경적 차이가 있고 겹치는 부분이 적으니 직접적인 비교를 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백만장 판매고는 분명 놀라운 수치이나 앞서 말한 지름길처럼 네장의 앨범을 하나로 묶어 홍보하는 SM식 마케팅은 팬이 아닌 일반대중의 입장에서는 거북하게 여겨짐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는 한장의 앨범이라고 가정해도 팬덤의 지지가 상당하다는 것이니 또한 애써 폄하할 필요는 없다. 필자의 체감상 과거 슈퍼주니어가 소리소리로 인기를 끌던 시점의 인기와 흡사한 정도로 보인다. 즉 앨범의 판매고로 따지면 20~30만정도의 체감수치. 이정도만 해도 근래에는 굉장한 판매고가 아닐 수 없다.

2. 으르렁의 인기에 대해

SM은 전통적으로 음원에 약하다. 일반 대중의 지지가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매우 약세라는 증거다. 예를 들어 불특정 다수가 좋아 하는 음악이 강세를 띌 때에는 SM 소속가수의 음원판매는 10위권내에서 반짝 하다 몇일 지나지 않아 20위권 아래로 내려가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즉 상위권에선 발견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

이런 대중적 지지도를 끌어 올린 거의 유일한 아이돌그룹이 소녀시대였고, 동방신기나 슈퍼주니어 샤이니 등 주력 그룹들의 성적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음원에서 초강세를 띄는건 소녀시대 정도였을 뿐. 이는 걸그룹과 보이그룹을 지지하는 팬층의 다른 성향이 반영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대중적 지지도에서 SM의 보이그룹이 갖는 약세를 드러내는 대목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엑소는 음원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특히 주목해야할 부분은 화제성 면에서 단연 2013년 최고였던 '빠빠빠'에 가려져 있지만 엑소의 '으르렁' 역시 차트역주행을 했고 상위권으로 자리잡은 이후 상당히 오랜기간 머물렀다는 점이다. SM보이그룹의 노래중에선 거의 발견할 수 없는 현상이다. 특히 상위권에 오래 머물렀다는 점을 기준으로 해서 보면 필자의 기억으로는 동방신기나 슈퍼주니어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때에도 거두지 못했던 성적이다.

필자가 음반보다 음원을 조금이나마 더 신뢰 하는 이유는 조작설도 있지만 조작으로 단기간은 가능할지 몰라도 장기간 상위에 머문다는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고 게다가 쉽게 소비되는 오늘날의 음악시장에선 듣고 또 들어도 잘 질리지 않는 잘 만든 음악이어야만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고 있으며, 일부에서 제기하는 유치한 가사라는 혹평에도 불구하고 타겟층을 10대 소녀로 해서 만들어진 '으르렁'은 분명 '잘 만든 노래'라는게 필자의 판단이다. 시간이 흘러야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고.

3. 엑소의 인기에 대해

팬덤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광범위한 대중의 음악에 대한 지지 성향은 스타성보다 노래에 조금더 집중되어 있다. 논란이 있던 이후로 아이유가 새앨범을 냈을 때 초강세를 띄자 근접할 수 있는 노래가 없었고, 소유와 매드클라운의 신선한 조합, 버스커버스커의 2집, t윤미래의 터치러브 등 일반 대중의 마음까지 움직이는 곡이 등장하면 아이돌그룹의 이름은 10위권내에 한둘을 찾아보기 힘들 때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즉 광범위한 개념의 음악팬층이 좋아 하는 음악이 자주 출연하면 아이돌이 약세를 보이게 되고, 듣기 좋은 곡이 뜸하면 아이돌이 강세인 그런 상황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SM은 음반판매를 바탕으로 음원성적에 관계 없이 가요차트에서 항상 1위를 차지한다. 여기서 팬덤에 속하지 않은 부류와 팬덤사이의 갈등이 표출된다. 정당하지 못한 1위라는 의견과 앨범의 가치를 폄하해서 평가하지 말라는 주장이 엇갈리는 것인데, 몇몇 차트의 집계방식의 불합리성이 고쳐지지 않는한 지속될 현상으로 보인다. 물로 공생관계이기에 불합리한 집계방식이 고쳐질 것 같진 않지만...

엑소에 대한 논란이 자주 일어나는 근본적 원인은 SM식 마케팅에 있다. 엑소에 대한 10대 소녀들의 반응이 뜨겁다는걸 가요팬이라면 직 간접적으로 들어는 봤을 것이고, 지금 쯤 되면 여러 상도 수상하게 되면서 알 사람은 다 알게된 상황(지금까지 모르는 사람은 앞으로도 잘 모를 가능성이 높다)에서 온전하지 못한 밀리언샐러라는 타이틀이 언론과 방송을 통해 과하게 보도되되자 일반 음악팬들이 체감할 수 있는 인기의 두세배는 더 과대포장된 느낌을 받게 되고, 위화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4. 총평

필자의 평가를 본격적으로 이야기해보겠다. 엑소의 인기는 두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첫번째는 으르렁이란 곡이 일정 시간이 흐른 뒤에 들어도 쉽게 질리지 않는 독특함이 있어서 SM표 보이그룹의 음악이 일반적으로 팬덤외의 음악팬들에게 호응을 얻지 못한 한면 상당기간 상위차트에 머물정도의 긍정적인 호응을 얻어냈다는 점이고, 두번째는 체감되는 인기는 슈주와 동방 이상은 아닌데 과한 마케팅이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는 점, 세번째는 마마, 늑대와미녀, 으르렁, 12월의 기적으로 이어지는 선곡이 정말 절묘한 전략의 승리로 보인다는 점, 네번째는 지금까지 부족했던 대중성의 확보에 소녀시대 이후로 가장 성공한 케이스로 비쳐진다는 점, 다섯번째는 첫번째와 네번째 이유를 근거로 앞으로도 엑소의 인기는 더하면 더해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일부에선 아직도 듣보잡 아니냐고 손가락질 하지만 이미 그럴 정도는 넘어섰다. 일전에도 한번 관련된 주장을 한바 있는데 반복해 보자면, 엑소는 슈주의 전철을 거의 그대로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거기에 더해 대중성을 확보 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이 보이고 있으며 이 부분이 '으르렁'과 '12월의기적'에서 어느정도 성과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으르렁' 정도의 대중성을 유지하는 선의 곡으로 활동하게 될 것이냐 아니냐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엑소는 분명 과거 SM 보이그룹이 보이던 한계를 착실히 극복해 나가고 있다. 그 행보가 지속될지 여부는 앞으로 어떤 곡으로 활동할지 여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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