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용팝의 이유있는 음원 역주행

Posted at 2013. 8. 2. 08:29// Posted in K-POP 리포트

크레용팝의 '빠빠빠'가 보기 드문 음원 역주행을 하고 있다. 가요를 자주 듣는다면 바로 알아 듣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생소한 단어일 수도 있는 이 역주행이란 단어는 사실 트렌드를 만들어 가는 가장 핫한 아이돌에게서나 나오는 현상인데 2011년 이후로 이런 일이 몇차례 되지 않았던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아이돌시대의 정점을 찍은 해는 2011년도라 할 수 있는데, 2012년 들어서 버스커버스커가 등장하면서부터는 그해의 음원상위권은 아이돌에게 많은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그래서 이 해에 데뷔한 아이돌들은 이전에도 힘들었던 그룹의 인지도를 높이는 과정이 너무나 어렵고 험난했다. 심지어 SM이 주력으로 밀고 있는 EXO조차 근래에 들어서야 조금 이름을 알리고 있을 정도니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특히 심각한건 청소년과 어른들의 음악에 대한 괴리감아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EXO만 해도 청소년들 사이에선 모를래야 모를 수 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과거의 아이돌보다 더욱 더 성인들에겐 인지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2013년 8월2일 오전 멜론 실시간 차트, 8월1일 일일차트로는 3위였고, 그 전까지는 10위권 밖으로 밀려있었다. 한번 하락세를 탄 곡이 다시 주목받아 상위권으로 차근차근 다시 올라서는걸 역주행이라고 한다.

 

아무튼 수십팀이 데뷔했어도 이름을 알린 그룹은 사실상 별로 없고, 그 나마 대박을 터트린 케이스는 아직 찾아보기 어렵운 상황에서 크레용팝이 음원 역주행이라는 드문 현상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올봄,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 1년이 지난후임에도 1위를 재탈환 한 후 장기간 집권한 적이 있는데, 아마도 이 기록을 깨는 케이스는 당분간 나오지 않을 전망인데 시즌송이 이정도 인기를 끈다는 건 가요사에서도 다시 있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크레용팝의 음원 역주행의 이유는 다름 아닌 이런 그룹의 인지도와 노래의 중독성의 괴리가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크레용팝의 경우도 일부 열혈팬층이 이미 자리잡고 있었지만 다른 인기 그룹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많이 부족한 상황이었고, 처음 들었을 때와 나중에 들었을 때의 느낌의 차이도 컸기 때문에, 알음알음 인지도를 넓혀가고 더불어 중독성 있는 노래에 빠져드는 팬들이 늘어나면서 음원 역주행이 가능했던 것이다.

필자 역시 처음 들었을 때 그룹도 생소했지만 노래 역시 황당하게만 들렸는데, 묘한 중독성이 있어서 들을 수록 신나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활동하는 웹개발자 커뮤니티에까지 신기한 동영상이 있다며 M/V 영상이 등록되는걸 보고 심상찮다는걸 느꼈다.

필자의 지인 중 한분은 소녀시대 정도는 알아도 심지어 슈주나 씨크릿이 누군지도 모를 정도로 아이돌엔 관심 없는 부류인데 이런 분들이 은근히 많은게 요즘 세상이다. 이 분이 다비치 멤버 강민경과 노래 '거북이'는 아는데, 인지도의 차이라는게 이런 것이다. 청소년들만 아는가 아니면 40대의 흔한 직장인이 이름이라도 들어보고 기억하느냐의 차이. 심지어 30대 직장인들조차 케이팝 이야기를 건네 보면 최근 소식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 많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전혀 못 알아 듣는 것이다. 필자가 앞서 말한 웹개발자 커뮤니티도 그런쪽인데, 여기까지 동영상을 퍼오는 분이 있을 정도라면 심상치 않다고 느껴졌던 것이다.

크레용팝의 '빠빠빠' 안무의 독특함이 인지도를 높이는 첨병이 되었고 한번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자 더욱 빠르고 가파른 속도로 퍼져 나가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참 보기 드문 현상이다.

인기그룹이란 단발성 히트곡으로만으론 만들어 지지 않는다. 크레용팝의 '빠빠빠'의 안무는 그 전 곡인 '빙빙'에서 이미 드러난 독특한 안무구성이 한층 발전하여, 독자적 영역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신선한 느낌 또한 강하다. 또한 YG가 이전에 자사 소속 가수의 안무가 반응이 좋을 경우(빅뱅의 판타스틱베이비 등) 이런 분위기를 빠르게 캐치하여 진행 한 바 있는 '패러디' 혹은 '댄스커버' 영상 이벤트를 열기도 하는등 인기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근래 '브아걸' 'fx''비스트' 를 비롯 여러 인기그룹이 컴백했거나 할 예정인 상황에서 음원 역주행을 한다는건 아무리 보아도 보통일은 아니다.

어떤이는 이런 역주행 현상에 대해 '말이 안된다'며 황당해 하지만, 노래의 위력이란 이런 것이다. 아무리 좋아 하는 그룹이라 해도 곡이 좋지 못할 경우 한두번은 들어 주어도 본능적으로 자주 듣지 않게 되지만 '빠빠빠'는 처음 들었을 때의 생소한 느낌이 얼마가지 않아 들을 수록 신나는 느낌으로 변하고 마니 이런게 진짜 경쟁력이 아닐까 싶다. 6월에 나온 노애라 8월 들어 더욱 인기가 뜨거워지고 있는건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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