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의법칙(이하 정법)의 조작논란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런데 그 양상이 마치 과거 티아라 사태와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이슈는 대개 몇가지 포인트를 나누어 살펴볼 수 있는데 그 중 조작 관련 자료가 나돌고 관련한 언론사 기사가 힘을 실어 주면서 돌이키기 어려운 정도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악화되어 가는 모습이 티아라 사태와 비슷하다.

그런데 SBS는 공식해명 혹은 공식입장을 내세우면서 오히려 더한 공분을 사는 아주 흔한 패턴의 우를 범하고 있다. 코어콘텐츠미디어가 취한 대응과 방송사의 대응은 분명히 달라야 하는데, 마치 일개 기획사가 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니 네티즌의 공분은 쉽게 가라앉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첫째, 인터넷 여론은 방송시장에 영향이 크다.

 소제목과 관련된 주장을 필자는 다른 분야의 글에서도 종종 하고 있는데, 특히 방송시장의 주요 소비층에 대해 말할 때 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시사ㆍ정치와 관련된 어떤 이슈나 논란도 실제 민심과의 싱크로율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일부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경우도 있으나 정당 지지도와 같은 대부분의 경우 인터넷의 영향력은 시대흐름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뜻이다. 이에 반해 방송시장은 인터넷 여론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다. 시청자와 일대일로 직접 만나는 방송프로는 다시 인터넷으로 빠르게 컨텐츠에 대한 의견과 리뷰가 소통되며 다시 그 흐름이 시청율과 밀접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방송 - 인터넷여론 - 시청률 - 연예인의 인기 혹은 상품소비 등의 부가적 효과의 순환고리가 존재한다.

둘째, 훼손된 진정성에 대한 의심은 쉽게 거두어 지지 않는다. 

 신뢰는 방송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인데, 프로그램의 신뢰에 영향을 줄만한 논란이 불거져 나왔음에도 단지 '공식입장' 정도로 해명한다는 것은 무언가 상당히 부족한 느낌이 든다. 필자 개인적인 의견이라면 차라리 매주 방영되는 프로그램이니 1차적으로 방송을 통해 모든 해명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2차적으로는 10분여 가량의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는 사과방송을 함으로서 충분히 경쟁력 높은 프로그램의 신뢰하락을 막을 것이다. 사과방송을 했을 때 얻는것과 잃는것은 분명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 이대로 놔두는 건 그리 현명한 판단은 아닌듯 싶다.

지난 몇해 동안 있었던 많은 일들 중 네티즌의 의심이 충분히 해명되지 않고 넘어간 일이 많은 탓 때문인지 때로는 말도 안되는 억측이 나돌기도 하고, 때로는 조작된 증거사진들이 나돌기도 했지만 결국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 진 건 정치ㆍ사회ㆍ문화 모든 방면에서 제대로 진실이 밝혀지지 일들이 많았던 영향이 큰 것 아닐까?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욕구와 인터넷을 통해 비난하며 즐기는 악플러들의 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렸을 때 일반적인 수준의 해명은 통하지 않고 억측이 억측을 낳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다. 이 때 똑부러진 해명과 사과할 것은 사과한다면 일부 타격이 불가피 하더라도, 큰 틀에서 정법의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해 볼 수 있다. 프로그램이 가진 근본적인 경쟁력과 크게 관계 없는 논란이기 때문에 작은 것을 놓지 못하여 큰 것을 잃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라는 이유이기도 하다.

셋째, 방송사의 신뢰성이 프로그램의 자존신보다 더 중요하다.

한번 쌓은 신뢰는 작은 틀에서는 수시로 변화하는듯 보여도 큰 틀에서 만큼은 잘 무너지지 않는다. 조석지간에 마음이 변하는 사람은 소수이며, 특히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답답하다 여겨질 때가 종종 있을 정도로 마음을 쉽게 바꾸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SBS는 개국이후 상당한 기간동안 지상파3사의 막내뻘로 많은 인기 프로그램을 만들어 냈음에도 막내격을 벗어날 수 없었지만 지난 수년간 비약적인 발전과 MBC의 추락이 맞물려 지면서 방송사의 신뢰성을 추정할 수 있는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8시 메인뉴스 에서조차 MBC를 앞서는 등 과거와는 다른 위상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예컨데, 언론들은 대놓고 위대한탄생과 K팝스타를 적나라하게 비교하고 있진 않지만 대중의 진짜 반응은 K팝스타로 크게 기울어져 있다. 두배 가까운 시청률 차이는 기본이고 화제성이나 호응도라는 측면은 시청율 이상의 훨신 더 큰 격차를 갖고 있다.

 시청률은 프로그램의 완성도와 그로 인해 겉으로 드러나는 재미 등이 가장 큰 경쟁력이겠지만 그보다 더큰 건 어떤 기획이 만들어지고 편성되어 대중앞에 보여지게 되는 프로세스 자체라 할 수 있다. 보다 쉽게 표현하면 tvN에서 인기리에 방영중인 '푸픈거탑'이나 작년 한해를 뜨겁게 달군 '응답하라1997'같은 기획이 채택되고, 같은 아이어라도 보다 더 완성도 있게 만들어 낼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는가를 말한다. 그런데 앞서보다 더 큰게 있다. 바로 방송사의 신뢰도다. 방송사에 대한 신뢰도는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시청에 아주 큰 영향력을 가진다. 현재 MBC가 간과하고 있는 중대한 실수이며 비슷한 경쟁력을 가진 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 타 방송국에 비해 저조한 시청율이 나오는 이유다. 짧게 한가지만 더 예를 들어 보자. 방송국 뉴스프로가 그날 하루를 기준으로 거의 동일한 내용에 거의 비슷한 퀄리티로 제작되어 방송된다고 해도 누적된 신뢰도에 따라 시청율은 갈리게 된다. 비슷해 보여도 비슷해 보이지 않게 하는 마력을 지닌게 바로 방송국에 대한 신뢰도이며, 다른 표현으로는 호감도이다.

정법 제작진은 해명만 할게 아니라 사과도 같이 하면서 보다 성숙하고 속시원한 대처를 해줘야 한다. 정법은 이번 일로 꼬투리를 잡은 듯 맹공을 가하는 악플러들 외에도 차분히 대응을 지켜보고 있는 대중이 많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정법의 경쟁력은 곧 시청률로 드러나는데 아마도 이번 사태로 인해 약간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렇다고 아주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겉으로는...그러나 위에서 거론한 세가지 이유를 비롯해 큰 틀에서의 이익은 공식사과를 해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그냥 대충 해명하는 식으로 넘어가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것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추적자'라는 드라마는 최근 2년내 가장 큰 히트작인 '해품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시청률이었지만 단순히 그걸로만 말할 수 없는 많은 성과를 만들어 내었다. 그 성과중 하나가 바로 손현주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시대적으로 민감한 주제도 마다하지 않음으로서 얻는 신뢰였다.

이상으로 정법사태에 대한 3가지 의견을 정리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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