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BC에선 신입아나운서 채용광고를 시청자가 가장 많이 보는 피크타임에 반복해서 내보내고 있다. 그간 보아온 아나운서 채용광고에 비해 상당히 신경쓴 모습이며, 여러 아이디어를 동원해 흥미를 끌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런데 그 채용광고를 보면서 나는 오히려 지금은 잊혀지고 있는 MBC 사측에서 그렇게 되길 원하는 인물들이 떠올랐다. 또한 몇일 전 텐아시아에서 보도한 기사가 생각났다. 해당 매체는 주로 연예관련 이슈에 정통하여 필자의 경우 드물게 신뢰를 갖고 대하는 매체중 하나인데 지난달 31일 낸 보도 제목은 "[10 FOCUS]MBC 파업 중단 그 후│오상진과 신정수, 그들은 어디로 갔나?" 였다. 관련 내용을 잠시 정리해보고 필자의 주장을 이어나가보도록 해보자.

지난해 7월 17일 MBC노조는 파업중단을 선언했다. 장기파업의 여파는 신뢰의 추락으로 이어지고 사측과 노조 모두의 공멸이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그런 상황을 지켜보는 필자는 아쉬운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잘 해결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그런데 그런 바램과는 상관 없이 바로 다음날 사측은 인사발령을 통해 파업참가자들을 철저히 격리수용해 나가기 시작했다.

사실 그전 총선을 몇달 앞두고 시작된 파업은 총선결과에 따라 정리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노조측의 바램과는 달리 새누리당이 승리 함으로서 김재철 퇴진운동은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당시 필자가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비리혐의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부분 때문이었다. 앞으로 다룰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음으로 인해 벌어지는 폐해중 하나로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튼 노조측의 7월 17일의 업무 복귀 결정은 대선과 차기 정권의 심판을 기대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정권교체의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18대 대선 역시 새누리당의 승리로 돌아갔다. 김재철 사장의 퇴진운동의 원인이 된 여러 이유 중 정치편향적인 부분에 대한 심판이 동력을 잃는 순간이었다.

사측은 이제 경력직 일부를 외부에서 수혈하고 신입 아나운서를 채용하면서 회사 내부의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려 하는듯 보인다. 그러니까 앞으로 차기 정권을 누가 잡든 또한 김재철 사장이 어떤 식으로 물러나든 관계 없이 MBC라는 몸통에 구성원 자체가 물갈이가 되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들려는 의도가 보인다는 뜻이다. 오상진, 문지애, 허일후 아나운서가 돌아온다 하여도 그들이 없는 사이 새로 들어온 사람들이 자리를 이미 잡고 다시 그들의 후배 아나운서들이 들어와 앞뒤에 포진하게 된다면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한 목소리를 내기는 커녕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농후하지 않은가.

 

 

파업에 참여했던 구성원들은 용인 드라미아 개발단, 신천 MBC아카데미, 사회공헌 부서 등으로 발령받아 본래 하던 업무와 상관 없는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나운서 뿐만이 아니라 신정수PD역시 그러하다 하니 한둘도 아니고 백여명에 이르는 MBC의 핵심 인력들이 낭비되고 있는 셈이다. 최일구 앵커, 이춘근 PD수첩 전PD 드라마 내조의 여왕의 김민식 감독 등등. 오늘날 MBC 프로그램이 전반적으로 경쟁력을 잃고 흔들리고 있는 상황은 이런 핵심 인물들이 빠진데서 비롯되었다는 것쯤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물론 이들 외에도 새로운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PD가 없는 것은 아니겠으나 같은 아이디어라도 보다 완성도 있게 끌어 올려 방송으로 내보내는 부분에 있어서 부족할 수 밖에 없고, 내부 검증에 미흡하다 보니 말도 안되는 프로가 편성되었다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어 왔다. 일부 드라마에서 좋은 반응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그런 반응은 SBS나 tvN과 같은 CJ의 여러채널의 약진에 비하면 상당히 초라하게 보일 뿐이다.

특히 뉴스-시사프로그램에 있어서 만큼은 초라함을 넘어 처참한 수준에 이르렀다. 대표적으로 MBC뉴스데스크는 국민의 신뢰를 잃어 버렸고 시청률은 바닥을 기고 있다. 그런데 이 부분이 심각한 것은 일반 예능이나 드라마와 달리 한번 떨어진 신뢰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SBS가 개국한 이후 다수의 대형 히트를 기록한 드라마를 만들어 내면서도 SBS 8시뉴스는 지상파3사 중에서 가장 낮은 시청률을 벗어날 수 없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전일 방영된 KBS스페셜 '검찰 개혁' 편은 KBS가 적정 타이밍에 내보내지 못한 아쉬움은 있을 지언정 타협하지 않은 내용을 방영함으로서 공영방송으로서의 최소한의 역할을 했다. 방송 내용은 검찰이 기소권과 수사권을 동시에 가지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온 점을 가감 없이 그대로 담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KBS와 달리 현재 김재철이 사장으로 있는 MBC에서 이런 공공의 이익을 위한 컨텐츠를 만들어 내고 방송할 수 있을까? 아마 고개가 끄덕여 지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인터넷 여론은 방송분야에 만큼은 큰 영향을 끼친다.

MBC 사측은 인터넷도 하지 않고 언론보도에 관심이 없으며 과거의 그늘을 기억하는 장년층 이상의 국민들이 새누리당의 손을 들어 줌으로서 불합리한 부분에 대한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의 바램이 사라졌다고 생각해서는 아니된다. 젊을 수록 더 많은 소비를 하고 인터넷 여론에 만김하며 불합리함을 비교적 정확히 캐치해 내며 방송 시청률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인터넷상의 여론은 국민 전체의 여론에 끼치는 영향이 실제로는 그리 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TV프로의 시청에는 인터넷 여론이 매우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재작년과 작년에 이은 종편의 신규프로그램에 대한 노골적인 홍보가 다음과 네이버의 주요 기사로 지나치게 자주 올라온 적이 있었다. 10개의 메인뉴스중 3개 정도가 시청률 1%도 안나오고, 또한 그런 기대를 할 만큼의 근거도 부족한 상황에서 종편관련 뉴스가 메인을 차지한다는 것은 상식과는 배치되는 모습이었고, 결국 그런 홍보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에 '응답하라1997'과 같은 명품 드라마는 케이블 채널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막판 9%대에 이르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낸 바 있다. 위의 두가지 사례는 오늘날 입소문의 가장 큰 진원지가 인터넷이며, 이런 영향력은 갈수록 더 커져갈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전통적인 MBC의 이미지는 합리적이면서 또한 한발 앞서 새로운 컨텐츠를 개발하며 시청자의 호응을 얻는데서 비롯되었다. 현재 그런 이미지는 SBS와 CJ채널에 대부분 내어주고 말았다. 국민 전체의 여론에 비교적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인터넷상의 여론은 방송과 문화컨텐츠 분야에서만큼은 상대적으로 크며, 이런 상황은 앞으로 점점 더 확대되어갈 것이다. 잃어버린 MBC의 경쟁력은 이제 돌이키기 어려운 수준이 되었으나 더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경쟁력있는 PD과 아나운서를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아야 한다. 인터넷의 부정적 여론은 쉽게 사라지지 않으며 지속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은데 이것을 모르고 새로운 피를 수혈하며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는 점점 더 수렁으로 빠져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설령 일부 드라마와 예능에서 다시 선전하게 될지라도 부정적 여론이 지속되는 한 장기간 현재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긴 어려울 것이다. MBC가 살길은 현재의 부정적 여론을 되돌리는 방법 밖엔 없다는게 필자의 주장이며, 이를 위해서 해야할 일은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잘 알 것이라 믿는다.

이상으로 신입아나운서를 채용하는 광고를 보며 생각난 부분을 대부분 나열해 보았다. 이에 공감한다면 아래 추천을 눌러 표현해주길 바라며, 글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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